한드에 꽂힌 파란눈 덕후 ‘도깨비’ ‘태후’ OST를 클래식으로 만들다

스위스 출신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 세계적 아티스트와 함께 ‘Shades of Love’ 발매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7.08 15:50 | 최종 수정 2021.07.09 10:2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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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한국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을 담은 클래식 앨범 ‘Shades of Love’가 9일 정오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지난 2019년 첫 녹음을 위해 연습실에 모인 음악가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바스티안 크나우어, 리처드 용재 오닐, 다비드 필립 헤프티, 알브레히트 마이어, 필립 윤트, 마르코 헤르텐슈타인. Ⓒ유니버설뮤직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선샤인’ 등 유명 한국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을 담은 클래식 앨범 ‘Shades of Love(셰이즈 오브 러브)’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유니버설뮤직은 “세계적 클래식 음악가들이 참여한 ‘Shades of Love’가 9일 정오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고 8일 밝혔다. 그러면서 “클래식 음반 역사를 대표하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서양 고전 음악이 아닌 한국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실물 앨범은 16일에 발매되며, 애플뮤직을 통해서는 실감 나는 음향을 제공하는 기술 ‘돌비 애트모스’로도 감상할 수 있다.

음반의 재킷이 낯설지 않다. 회색 배경에 손 하나만 그려져있다. 엄지와 검지가 교차하는 일명 '코리안 하트'라고 불리는 손가락 하트다. 한국이 빅히트 시킨 손가락 모양을 앨범 표지에 과감히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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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한국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을 담은 클래식 앨범 ‘Shades of Love’가 9일 정오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유니버설뮤직

앨범에는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인기 드라마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의 사운드트랙을 담았다. 이 밖에도 ‘응답하라 1988’ ‘육룡이 나르샤’ ‘푸른 바다의 전설’ ‘해를 품은 달’ ‘하얀거탑’ ‘브레인’ 등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명작들의 익숙한 OST를 클래식 편곡 버전으로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의 제작을 주도한 스위스 출신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는 한국 드라마 '덕후'다. 윤트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말을 배웠고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흠뻑 빠지게 됐다”며 “그중에서도 OST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2008년 독일 바이마르음대 한국지부 교수로 발령받은 후 13년째 한국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친한파' 연주자다. '전필립'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윤트가 이번 음반의 아이디어를 얻은건 2018년이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1회성으로 한국 드라마 주제곡을 연주한 공연이 계기가 됐다. DG에 제안을 했는데 단박에 승낙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후 4년에 걸쳐 앨범을 제작했다. 편곡자와 함께 약 3000곡에 달하는 한국 드라마 OST를 들으며 곡을 추렸다. 클래식 편곡에 적합한 800여곡을 선별했고, 최종적으로 15곡을 골라 음반에 수록했다.

앨범 작업에 동참한 아티스트의 면면도 어벤저스급이다. 윤트는 작곡가 마르코 헤르텐슈타인과 함께 기획했다. 올해 그래미상을 받은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을 비롯해 다니엘 호프(바이올린),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제임스 골웨이(플루트) 등이 힘을 보탰다. 반주는 다비트 필립 헤프티가 지휘하는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이밖에도 지니 골웨이(플루트), 제바스티안 크나우어(피아노) 등도 참여했다.

한국 드라마 OST를 클래식으로 편곡하고 태극기의 색에서 영감을 받아 두 개의 플루트 협주곡 ‘Shades of Love–Red’와 ‘Shades of Love–Blue’를 작곡한 유명 프로듀서 겸 작곡가 마르코 헤르텐슈타인은 “한국 영상 음악에는 슈트라우스와 말러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적인 면모와 베르디나 푸치니 오페라에서 보이는 큼직한 멜로디가 모두 있다”고 밝히는 등 한국 영상 음악에 대한 감동을 전했다.

또한 현대 음악에도 거침없이 도전해온 제임스 골웨이도 “한국 OST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도입부와 고조되는 부분, 종결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한국의 드라마 음악을 연주한 건 처음이다. 종합 선물세트 같았다.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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