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봉 휘저으며 부스터샷 맞았다...이반 피셰르 ‘백신 권장’ 깜짝 퍼포먼스

지난해엔 공연장 답답함 달래려 ‘손으로 귀 쫑긋’ 마스크도 개발

박정옥 기자 승인 2021.08.27 09:26 의견 0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이반 피셰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권장하기 위해 공연 중에 부스터 샷을 맞고 있다. ⒸAP 홈페이지 캡처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오른팔은 지휘봉을 휘젓고 왼팔은 백신을 맞았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이반 피셰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장하기 위해 공연 중에 부스터 샷을 맞았다.

AP 통신 등은 지휘자 피셰르가 전날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 무료 야외 공연에서 깜짝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대에서 한창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그는 갑자기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셔츠 왼쪽 소매에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일부러 구멍을 낸 것이다.

피셰르는 오른손에 쥔 지휘봉을 움직이며 악단을 이끌었고, 무대에 오른 의사는 소매에 난 구멍을 통해 팔에 백신을 접종했다.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이번 퍼포먼스는 신중하게 연출된 것이며,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고 밝혔다.

지휘자 이반 피셰르가 자신이 고안한 마스크를 소개하고 있다. ⒸBFO 유튜브 캡처


이에 앞서 피셰르는 지난해 9월 클래식 콘서트 관람객을 위해 고리 부분에 귀를 감싸주는 실물 크기의 플라스틱 손을 부착한 이색 마스크를 고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오케스트라 소리가 더 풍부하고 따스하며 아름답게 들릴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마스크를 착용한 한 관객은 “소리가 확실히 더 좋았다. 음악에 더 집중하게 했다”며 “벗었다가 다시 썼는데 확실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6월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휘자 이반 피셰르의 지휘에 맞춰 한국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한편 피셰르는 지난 2019년 6월24일 롯데콘서트홀 내한공연 때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 63명과 함께 한국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불러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바로 전달에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로 한국 관광객 20여명이 숨지는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자 희생자를 위한 애도곡을 부른 것이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네” 비록 발음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정중한 몸짓과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관객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피셰르는 늘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주저하지 않는 음악인이다. 1983년 피아니스트 졸탄 코티슈와 함께 BFO를 창단해 고국 음악 발전에 헌신했고, 혁신적인 시도로 세계 10위 안에 오른 최연소 악단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15년 6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시리아 난민을 위한 콘서트를 열기도 하는 등 행동하는 음악인으로 존경 받고 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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