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완성한 ‘베토벤 미완성 교향곡 10번’ 다음달 세계 초연

독일 본에서 10월9일 첫선...10일 온라인 생중계도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8.30 20:01 의견 0
인공지능(AI)이 완성한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이 다음달 세계 초연된다. 사진은 1988년 배리 쿠퍼가 작곡하고 윈 모리스의 지휘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녹음)된 20분 길이의 1악장 음반. Ⓒ인터넷 캡처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인공지능(AI)이 완성한 베토벤(1770~1827)의 ‘미완성 교향곡 10번’이 다음달 세계 초연된다. 원래 지난해 4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미뤄졌다. 지휘자 더크 카프탄이 ‘베토벤오케스트라 본’을 이끌고 연주한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오는 10월 9일(현지시간) 베토벤의 고향인 독일 본에서 포럼을 열고 AI가 작곡한 베토벤 ‘교향곡 10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

베토벤은 모두 9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그리고 9번 ‘합창’이 유명하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열 번째 교향곡을 새로 쓰고 있었다. 세상을 떠나기 8일 전 100파운드를 주고 곡을 의뢰한 필하모닉소사이어티에 “내 책상 위에 스케치가 놓여 있다”고 편지를 썼다. 또한 친구에게 피아노로 교향곡 10번의 1악장을 연주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안타깝게도 스케치 악보 원본은 분실됐다.

AI에 앞서 인간이 먼저 베토벤 교향곡 10번을 완성하는 데 도전했다. 영국의 음악학자 배리 쿠퍼는 1983년 베토벤이 남긴 단편적인 스케치 악보를 한데 모았다. 이후 5년 동안 사료를 분석해 약 20분 길이의 1악장을 써보였다. 네 악장으로 이뤄진 완성본은 아니었다. 1988년 윈 모리스의 지휘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녹음)됐다.

영영 잊힐 뻔했던 베토벤의 미완성 교향곡을 결국 완성한 것은 AI다. 도이치텔레콤은 2019년부터 ‘베토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라얀재단의 마티아스 뢰더 박사를 중심으로 하버드대 음악학자 로버트 레빈 교수, 뉴저지주립대학·럿거스대의 AI 전문가 아흐메드 엘가말 박사, 코넬대 마크 고담 박사 등 세계의 인공지능 전문가와 음악학자들이 모였다. 베토벤 연구로 권위가 높은 베토벤하우스 연구소장인 크리스틴 시커트 박사도 합류했다.

AI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습득(딥러닝)했고 베토벤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음표들을 사용해 곡을 쓰게 했다. AI가 작곡한 악보는 인간이 검수했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월터 베르조와 등 음악가들이 모여 음표를 악보 위에 배치하며 네 악장을 완성했다.

베토벤 교향곡 10번 연주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생중계된다. 10월 10일 오전 2시(한국시간) 도이치텔레콤의 베토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공연에 앞서 독일 클래식레이블 베르텔스만뮤직그룹이 10월 8일 교향곡 10번을 음반으로 발매한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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