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손이 빚어내는 환상케미...이름만큼 신박한 ‘피아노듀오 신박’

첫 앨범 ‘ShinPark HADA’ 발매...‘박쥐 서곡’은 직접 편곡도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9.14 21:26 | 최종 수정 2021.09.16 08:34 의견 0
피아노 듀오 ‘신박’이 14일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첫 앨범 ‘ShinPark HADA’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을 열고 있다. ⒸWCN코리아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피아노 한 대에 4개의 손이 얹혀졌다. 손가락 20개가 건반 위를 나풀나풀 날며 춤을 춘다. 귀를 활짝 열면 ‘쿵짝짝~ 쿵짝짝’ 왈츠 리듬이 살짝 꽂힌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다. 연주자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직접 어레인지했다. 지금까지 관현악곡으로만 들었는데 피아노로 터치하니 색다른 맛이다. “빈 특유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실감한다.

이번엔 피아노 두 대에 한 사람씩 앉아 연주한다. 태교음악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장조 K. 448’이다. 비록 맛보기로 1악장만 들려줬지만, 나머지 2악장과 3악장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경쾌하고 우아한 흐름이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싼다. 환상케미! 착착 죽이 맞는다.

신미정(41)과 박상욱(31)이 결성한 피아노 듀오 ‘신박(ShinPark)’이 14일 첫 앨범을 발매했다.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유럽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반 수록곡 2곡을 들려줬다.

피아노 듀오 ‘신박’이 14일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첫 앨범 ‘ShinPark HADA’에 수록된 곡을 연주하고 있다. ⒸWCN코리아
피아노 듀오 ‘신박’이 14일 첫 앨범 ‘ShinPark HADA’을 발매했다. ⒸWCN코리아


팀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자의 성을 따 ‘신박’이라고 정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 ‘신박하다(신기하고 참신하다, 놀랍고 대박이다)’도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앨범 타이틀 역시 ‘ShinPark HADA’로 붙였다. ‘신박이 첫 앨범을 발매하다’ ‘그동안 쉽게 듣지 못했던 신박한 장르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겠다’ ‘피아노 듀오 신박은 역시 신박하다’ 등의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나란히 앉아 피아노 한 대를 함께 연주(포핸즈)하거나 두 대의 피아노에 각각 앉아 연주하는 피아노 듀오는 국내에서 많지 않다. 주로 자매나 남매 등의 피붙이가 팀을 만들지만, 이들처럼 남남이 결성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앨범에는 피아노 듀오의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곡을 실었다. ‘박쥐 서곡’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뿐만 아니라 드라마 ‘밀회’에 삽입돼 더욱 많이 알려진 슈베르트의 걸작 ‘네 손을 위한 판타지 바단조 D. 940’과 차이코프스키 포핸즈 편곡 버전의 ‘1812 서곡’ 등 4곡을 담았다. 특히 포핸즈 편곡 버전의 ‘1812 서곡’은 지금까지 음원으로 레코딩된 적이 없어서 의미가 크다.

피아노 듀오 ‘신박’이 14일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첫 앨범 ‘ShinPark HADA’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을 열고 있다. ⒸWCN코리아
피아노 듀오 ‘신박’이 14일 첫 앨범 ‘ShinPark HADA’을 발매했다. ⒸWCN코리아


신박듀오는 결성 첫해인 2013년 로마 피아노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수상했고, 2015년 독일 뮌헨의 ARD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또 2016년 모나코 국제콩쿠르 1위, 2017년 슈베르트 국제콩쿠르 우승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빈 시립대학교로 유학을 왔어요. 그때 교내에서 상욱이를 몇 번 봤지만 ‘나 같은 한국 사람이 있네’하며 그냥 지나쳤어요. 그러다가 한인교회에서 성가대 반주자와 부반주자로 활동하면서 가까워졌죠. 나이가 열 살 차이에요. 누나 동생하며 친하게 지냈어요. 그러다가 2013년 쯤 우연한 기회에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같이 연주하게 됐어요. 단 이틀만 연습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신미정)

“그때 알았죠, 우리에게 솔로 재능보다 듀오로서의 탤런트가 더 있다는 것을. 그래서 검증을 받을 겸 해서 유명 교수에게 레슨을 받았는데, 저희 연주를 들어본 선생님께서 ‘너희 둘은 끝까지 같이 가야겠다’라며 팀 결성을 권유했죠. 그래서 여기까지 왔어요.”(박상욱)

이들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만나서 연습한다. 어차피 듀오 활동이 타깃이기 때문에 특별히 솔로 연주는 하지 않는다.

박상욱은 “둘 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기쁨을 느끼는 성격이다. 솔로이스트는 홀로 싸워 고독한 게 많은데, 듀오인 까닭에 공연이 끝나면 기쁨도 두배로 느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신미정도 “피아노끼리 서로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해석들도 많이 있어 매력적이다”고 거들었다.

음반을 녹음하면서 애를 먹었던 점도 털어놨다. 박상욱은 “둘 다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편이다”라며 “그런데 청중이 없는 텅 빈 홀에서 녹음을 하다 보니 흥이 안났다”며 웃었다.

피아노 듀오 ‘신박’이 14일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첫 앨범 ‘ShinPark HADA’에 수록된 곡을 연주하고 있다. ⒸWCN코리아


다소 첫 앨범이 늦어진 것에 대해 박상욱은 “음악가에게 앨범은 명함과 같다. 첫 앨범은 첫인상과도 같은 거라 여러 조건이 맞아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신미정은 “중간에 앨범을 내자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쉽지 않았는데 그게 약이 됐고 더 성장해서 앨범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앨범 수록곡들을 선보이는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 청주(9월 23일)를 시작으로 광주(9월 29일), 대구(10월 1일), 서울(10월 2일) 등 4개 도시에서 열린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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