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영 “AI가 작곡한 ‘사계’...새의 지저귐 사라진 황량함 충격”

20일 롯데콘서트홀 공연...기후변화 데이터 활용 비발디 원곡 편곡

민은기 기자 승인 2021.10.13 10:27 의견 0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사계 2050’ 기자간담회에서 AI가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를 소개하고 있다. Ⓒ뮤직앤아트컴퍼니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데모파일로 처음 들었을 때 3초 만에 꺼버렸어요. 낯섦 때문에 너무 듣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보니 비록 AI(인공지능)가 만들었지만 분명 의도하는 메시지는 있을 거예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악보를 보니 울림이 컸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새의 지저귐과 졸졸졸 냇물소리가 사라진 ‘2050버전 사계’를 연주한다. 오는 20일(수) 오후 7시 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글로벌 프로젝트 음악회 ‘사계 2050 - The [uncertain] Four Seasons’ 무대에 선다. 공연을 앞두고 12일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계 2050’은 비발디의 원곡 ‘사계’를 온실가스 배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최악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결합해 만든 미래 버전의 사계다. 2050년 서울의 기후 상황을 AI가 작곡한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사계 2050’ 기자간담회에서 AI가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있다. Ⓒ뮤직앤아트컴퍼니


“원곡의 봄 1악장은 ‘따듯한 봄이 왔다. 새들은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흐른다’를 묘사하고 있어요. 사계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파트죠.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 봄이 오지 않았어요. 땅은 메마르고 황량해요. 거기에 새들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예전만큼 노래하지 않아요. 한마디로 충격입니다.”

그렇게 활기 넘치던 1악장은 어둡고 불길한 느낌이 가득하다. 살짝 맛보기로 보여줬지만 임지영의 바이올린을 타고 슬픈 지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름다운 물의 요정이 나타나 양치기가 부르는 피리소리에 맞춰 해맑은 봄하늘 아래서 즐겁게 춤춘다’는 3악장은 더 을씨년스럽다. 머지않아 우리가 직면할 현실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사계 2050’ 기자간담회에서 AI가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를 소개하고 있다. Ⓒ뮤직앤아트컴퍼니


임지영은 “비발디의 기본적인 멜로디가 2050 사계에도 녹아 있지만 감정의 전달은 전혀 다르다”라며 “현악기·하프시코드 등과 협연하면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고 설명했다. 20일 공연에서는 임지영이 솔리스트를, 그리고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악장 웨인 린이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아 연주한다.

임지영과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2050년 서울 사계를 연주한 뒤 비발디가 18세기에 작곡한 오리지널 버전의 사계 하이라이트를 연주해 미래 기후와의 극적인 대비를 강조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관객에게 환기시킨다.

임지영은 “인간으로서 우리가 사는 자연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얻는다면 기쁠 것 같다”고 밝혔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사계 2050’ 기자간담회에서 AI가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있다. Ⓒ뮤직앤아트컴퍼니


‘사계 2050’ 프로젝트는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혁신기업 AKQA의 주도로 이뤄졌다. 올 1월 시드니 페스티벌(SYDFEST2021)에서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의 음악 단체들과 협약을 맺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클래식음악 매니지먼트사 뮤직앤아트컴퍼니가 아시아 최초로 AKQA와 MOU를 체결해 국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한편 오는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막일(11월 1일)에 세계 각지의 사계 2050 연주가 24시간 동안 온라인 중계되며 뮤직앤아트컴퍼니가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다. 이는 음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나누고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자는 취지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객석 띄어 앉기를 실시하며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 클럽 발코니에서 예매 가능하다. 티켓은 5만~12만원.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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