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흐빈더 “베토벤은 권태기 없어...평생 연주해도 질리지 않아요”

19일 피아노 소나타·20일 디아벨리 프로젝트로 서울 리사이틀

민은기 기자 승인 2021.10.18 19:34 | 최종 수정 2021.10.18 19:39 의견 0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인 루돌프 부흐빈더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빈체로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베토벤 음악은 권태기가 없습니다. 아무리 많이 연주해도 질리거나 지치지 않아요. 항상 즐거움만 가득합니다.”

1946년생이니 올해 75세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2년 만에 다시 내한공연을 열면서 ‘아이 러브 베토벤’의 진심을 밝혔다.

그는 60여년 넘게 프로로 활동하며 악성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음반을 세 번 녹음하는 등 현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이런 별명에 걸맞게 19일과 20일 예술의전당 독주회에서도 역시 베토벤을 선사한다.

부흐빈더는 리사이틀을 하루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베토벤의 소나타엔 인간의 모든 감정이 녹아있다”며 “작품을 연주하다보면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저절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음표 사이사이에 희로애락이 숨어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첫날 콘서트에서 8번(비창), 10번, 14번(월광), 20번, 21번(발트슈타인)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베토벤 베스트 소나타로 관객을 만난다. 간담회에서 맛보기로 ‘비창’ 3악장을 연주해 더 넓어지고 깊어진 음악해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많은 사람이 저의 베토벤 연주에 대해 ‘이전보다 자유로워졌다’고 말합니다. 저도 동의해요. 베토벤에 대해서 더 알아갈수록 제가 자유로워지는 걸 느껴요. 바로 그 감정이 저의 작품 해석에 변화를 주는 것이죠.”

부흐빈더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체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형편은 좋지 않았지만 그의 집엔 음악이 있었다. 라디오, 작은 피아노, 그리고 베토벤 악보집이 있었다. 단숨에 베토벤을 향한 열병을 앓았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베토벤에 빠져들었고, 그의 음악이 제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느꼈어요. 그 덕분에 다섯살 나이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할 수 있었죠. 아마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최연소 합격 기록이었죠(웃음). 지금도 베토벤은 저의 레퍼토리와 인생의 중심이에요.”

부흐빈더는 원래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지난해 9월 내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로 연주회가 연기됐다.

그는 “벌써 백신을 세 번 접종해서 아무 어려움이 없다”며 “코로나 백신이 독감 예방주사처럼 될 건데, 음악도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문화적으로 발전한 나라다”라며 “이렇게 특별한 관객을 만나기는 전 세계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인 루돌프 부흐빈더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빈체로


부흐빈더는 둘쨋날 음악회에서 ‘디아벨리 프로젝트(The Diabelli Project)’를 선보인다. 부흐빈더가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진행한 요즘말로 아주 ‘신박한’ 기획이다.

19세기 음악 출판업자였던 안톤 디아벨리는 자신이 작곡한 ‘왈츠 C장조’를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훔멜, 체르니 등 당대 작곡가 50명에게 나눠준 뒤 각자 변주곡을 작곡하도록 요청했다. 변주곡이란 주제가 되는 원곡의 리듬, 조성, 음형, 박자 등에 변화를 가해 새로운 음악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다.

부흐빈더는 여기에서 착안해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막스 리히터, 레라 아우에르바흐, 로디온 셰드린, 탄 둔 등 쟁쟁한 현대 작곡가 11명에게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새 변주곡 작곡을 의뢰했다. 그는 “한국 작곡가에게도 부탁 했지만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이번 작업에는 참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흐빈더는 콘서트에서 디아벨리의 원곡 왈츠, 현대 작곡가 11명이 쓴 새로운 디아벨리 변주곡(2020년), 디아벨리가 출판한 옛 디아벨리 변주곡(1824), 그리고 모든 디아벨리 변주곡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을 차례대로 연주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 그의 음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앞으로 우리는 베토벤을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에 대한 오랜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작곡가들이 베토벤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부흐빈더는 서울 공연을 마친 뒤에는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을,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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