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아틀리에였다”...마티스·피카소·샤갈을 홀린 ‘프로방스의 매력’

조용준 작가 ‘프로방스에서 죽다’ 1권 출간
거장3인 예술혼 불태운 프랑스 남동부 탐구

박정옥 기자 승인 2021.11.09 13:33 | 최종 수정 2021.11.09 13:3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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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작가가 프랑스 남동부 지방의 매력을 탐구한 ‘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을 출간했다. Ⓒ퍼시픽 도도


[클래식비브 박정옥 기자] “뜨거운 태양은 빛나며, 내 침실의 창문은 활짝 열려져 있다. 그리고 나의 영혼도 함께 열렸다.”

‘벚꽃동산’ ‘갈매기’ ‘세자매’ ‘바냐 아저씨’ 등의 희곡으로 유명한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가 프랑스 니스에 왔을 때 남긴 말이다. 겨우 마흔네 살의 나이에 숨진 체호프는 결핵을 심하게 앓았다. 추운 러시아에서는 병이 더 악화될 뿐이어서 요양을 위해 1891년과 1897년에 니스에 왔다.

그가 1891년 니스에서 머문 곳은 ‘보 리바쥬 호텔’이다. 이 호텔은 체호프와 또 한 명의 유명인이 머물렀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은 앙리 마티스. 그래서 호텔 입구에는 두 유명인이 머물렀다고 하는 기념판이 지금도 여전히 붙어 있다.

마티스 또한 니스에 오면서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렸다. 마티스는 “아침마다 새로운 니스의 광선을 발견합니다. 나는 나의 행운을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라고 감동을 표현했다. 이후 그는 니스의 부드럽고 완숙한 햇볕에 자신의 남은 인생을 맡겼다.

마티스와 마찬가지로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크 샤갈도 인생 후반부를 모두 니스 근처 프로방스에서 보냈다. 피카소는 사망하기까지 40년 동안을 프로방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고, 샤갈은 니스에서 30분 거리의 생 폴 드 방스에서 역시 거의 40여년을 살았다. 샤갈에게는 프로방스 시절이 인생의 최고 황금기였다.

마티스, 피카소, 샤갈은 왜 프로방스에서 살았을까. 프로방스의 무엇이 이들 3인의 거장을 끌어들였고, 그들은 왜 프로방스를 떠나지 못했을까.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 3권과 ‘일본 도자기 여행’ 리즈 3권 등 모두 6권의 책으로 유럽 도자사와 일본 도자사 전반을 완결지어 독자에게 뜨거운 호평을 받은 문화탐사 저널리스트 조용준 작가가 다시 프로방스로 발길을 돌렸다. 그의 신간 ‘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퍼시픽 도도·1만8000원)은 바로 이들 3인의 거장과 프로방스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마티스, 피카소, 샤갈은 너무 유명한 화가들이라서 그동안 이들에 대한 담론과 책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프랑스 남동부 지방을 일컫는 프로방스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사실에 주목한 책은 없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이들 3인이 프로방스에 모여 살았고, 그곳에서 사망했다는 사실도 처음 들어보는 매우 낯선 이야기다.

저자는 이들 거장들이 프로방스에 모여 산 것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이끌림의 결과였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프로방스는 거대한 아틀리에였다고 정의한다. 프로방스가 하나의 예술이었고, 또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이었다는 설명이다.

1954년 마티스가 세상을 떠나자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누구와 대화를 하지?” 마티스 또한 자신을 비평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신을 제외하고 오직 한 명, 피카소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피카소를 만나기를 매우 고대했던 샤갈은 피카소를 만나기 위해 외부에는 절대로 비밀로 했던 자신의 사생아 사진을 피카소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한 샤갈은 마티스에게 강한 질투심을 가지고 그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이처럼 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강한 라이벌 의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승화시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다.

조용준 작가는 2010년부터 거의 매해 프로방스의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프로방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2011년에 출간해 지금은 절판된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는 ‘라벤더 로드’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던 당시에 매우 선구적인 책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국내 최초로 유럽과 일본 도자문화사 전반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완결하는 와중에도 늘 프로방스를 주제로 한 책에 대한 생각을 품고 살았다. 그래서 ‘프로방스에서 죽다’ 시리즈를 5권까지 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코로나로 여행도 못하는 지금 가장 역설적인 행복을 주는 비타민이라고 강조한다.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정된 ‘프로방스에서 죽다 2’는 역시 프로방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잔, 르느아르, 고흐에 관한 이야기다.

조용준 작가는 한국과 일본 교류사 전문가이기도 해서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 ‘한일공동정부: 메이지 후예들의 야욕’이라는 2권의 책도 냈다. 그 밖의 저서로 한일합방 시기부터 지금까지 우리 도자기 역사를 탐구한 ‘이천 도자 이야기’ 영국 펍에 얽힌 역사를 탐구한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가 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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