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뽑아낸 고름 투성이 손가락으로 마지막 도전서 우승

피아니스트 서형민 ‘독일 본 베토벤 콩쿠르’ 감동 1위

민은기 기자 승인 2021.12.13 09:55 | 최종 수정 2021.12.13 14:41 의견 0
피아니스트 서형민이 독일 본 베토벤 국제 콩쿠르(International Telekom Beethoven Competition)에서 우승했다. Ⓒ클래식비즈 DB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몇 년 전부터 왼손 네 손가락의 손톱이 들뜨고 염증이 심해져 손톱을 뽑아내는 수술까지 받았지만 최근 상태가 더 나빠졌습니다. 콩쿠르 참가 직전에도 손에서 고름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피아니스트 서형민(31)이 독일 본 베토벤 국제 콩쿠르(International Telekom Beethoven Competition)에서 우승한 후 그동안 겪었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서형민은 지난 11일 폐막한 콩쿠르에서 1위와 슈만 최고해석상, 실내악 특별상, 협주곡 최고해석상을 받았다. 우승 상금은 3만유로(약 4000만원)다.

또 콩쿠르 부상으로 2년간 유럽 연주 투어 및 칼라시케 필하모니 본과의 독일 연주 투어, 베렌라이터 출판사 협찬으로 2000유로(약 270만원) 상당의 악보를 받게 됐다.

본 베토벤 국제 콩쿠르는 2005년부터 베토벤 고향인 본에서 2년마다 만 18∼33세 연주자를 대상으로 열리며 독일 통신회사인 도이체 텔레콤이 주최한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유영욱(2007년 1위), 한지호(2011년 2위), 안수정(2013년 1위), 이호정(2017년 3위), 이시현(2019년 3위)이 있다.

피아니스트 서형민(왼쪽에서 두번째)이 독일 본 베토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 베토벤 국제 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서형민은 우승 직후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가 지나면 피아노를 그만둘 생각을 했고, 독일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는 순간까지도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라며 “피아니스트로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출전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등으로 연주를 자주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원하는 만큼 큰 무대에 자주 서서 연주할 수 없는 현실도 답답해 피아노를 그만두고 다른 공부를 다시 시작하거나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고 덧붙였다.

4세에 피아노를 시작한 서형민은 5세에 작곡을 했고, 7세에 첫 독주회를 열었다. 1998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연주했으며, 10세 때 미국으로 간 후 2001년 뉴욕필하모닉 영아티스트 오디션 우승으로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2018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우승, 2016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2013년 일본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준우승, 2016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 등을 차지했다.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대학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밟고 있다.

서형민은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무대에 대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는 “1~2년 사이에 잡힌 유럽 연주가 30번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이 길을 걸어가는 만큼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내년 2월엔 한국 무대에도 선다. 2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독주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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