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 중 하루 만에 작곡·녹음한 ‘8곡의 위로’...김세은 2집 ‘Passenger’ 발매

12월26일 두대의 현과 함께하는 피아노 쇼케이스 진행

민은기 기자 승인 2021.12.16 13:46 의견 0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김세은이 2집 음반 ‘Passenger(여행자)’를 발매하고 오는 12월 26일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재즈브릿지컴퍼니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버클리 음대 출신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김세은이 2집 음반 ‘Passenger(여행자)’를 지난 10일 발매했다. 모두 8곡이 수록됐다. 2014년 발표한 정규 1집 이후 7년 만의 새 앨범이다.

직접 작곡·편곡·연주·프로듀싱까지 담당한 그에게도 이 음반이 나오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있었겠지만, 그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리스너들에게도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라는 평가다.

재즈 밴드와 현악 앙상블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1집 ‘Atmosphere’를 즐겨 들었던 팬들은 피아노 솔로 포맷이라는 형식 때문에 2집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측면으로 음반을 가볍게 평가하면 오산이다. 기존에 들려주었던 화려하고 풍성한 소리는 그의 손가락을 통해 오롯이 피아노 한대로 꾹꾹 눌러 담았다. 예전보다 좀 더 차분하게 연주해 감정이 더욱 깊어졌다. 작곡에서의 음악적 농밀함은 솔로 피아노의 담백함과 여백을 만나 더욱 큰 울림과 여운을 선사한다.

1집이 타이틀곡 ‘벚꽃(Cherry Blossom)’에서 느낄 수 있듯 봄과 여름을 표현한 것이라면, 이번 2집은 타이틀곡 ‘눈꽃(Snowflakes)’이 암시하듯 가을과 겨울의 감성을 담고 있다.

차분하고 쓸쓸하며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이번 앨범은 2018년 10월에 홀로 떠난 베를린 여행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부제목을 ‘Memories of Berlin’으로 달았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에서 때로는 ‘여행자’(능동적인 ‘Tourist’가 아닌 수동적 의미의 ‘Passenger’)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김세은이 2집 음반 ‘Passenger(여행자)’를 발매하고 오는 12월 26일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재즈브릿지컴퍼니

코로나 때문에 지치고 힘든 일상을 보내는 2021년 연말에 듣는 ‘Passenger’의 모든 곡들은 하나같이 ‘위로’라는 테마를 담았다. 김세은은 비교적 단순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와 단상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첫 트랙 ‘눈꽃’의 멜로디를 썼다.

이 곡이 위로를 주는 이유는 베를린 여행 중 투숙하던 집에서 우연히 마주한 피아노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연주했는데, 그 편안함이 결국 위로와 맞닿아있다. 가장 아늑한 환경에 처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나온 연주와 곡들이 이번 음반을 채워주고 있다.

2번 트랙 ‘그 문을 열었을 때(원곡 Give me Jesus)’를 제외한 모든 곡이 김세은의 자작곡이다. 타이틀 곡 ‘눈꽃’를 가장 먼저 작곡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잡아두었던 베를린 녹음실에서의 녹음 세션 중에 즉흥적으로 나머지 7곡을 피아노와 펜더로즈(Fender Rhodes)로 녹음해 8곡이 수록된 정식 음반으로 발표하게 됐다. ‘자장가 (Lullaby)’ ‘선샤인(Sunshine)’ ‘베를린에서 온 편지(Memories of Berlin)’ ‘어항 (Fishbowl)’ ‘가을 바람(Autumn Wind)’ ‘잠이 오지 않는 밤에(A Sleepless Night)’ 등 모든 곡이 공감을 이끌어 낸다.

녹음할 당시에도 편안한 환경에서 한두 테이크 만으로 반나절도 채 안돼 작업이 끝났다. 그래서인지 과장되지 않고,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담백하고 담담하게 감정을 풀어낸다. 이번 음반 최고의 장점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누구나 쉽게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김세은이 2집 음반 ‘Passenger(여행자)’를 발매하고 오는 12월 26일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재즈브릿지컴퍼니


‘Passenger’ 음반 발매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26일(일) 오후 5시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음반 쇼케이스 공연을 연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을 힘들게 버텨온 관객들과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여행을 가보지 못했던 관객들은 이번 쇼케이스 공연에서 눈을 감고 마음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또한 한대의 피아노로 연주됐던 음반의 수록곡을 첼로와 바이올린을 더한 편성으로 구성해 보다 풍요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동안의 모든 연주에서 김세은은 악기 본연의 어쿠스틱을 살린 보다 자연스러운 톤을 추구해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따듯한 음악을 통해 ‘힐링’이 무엇인지 충분히 느끼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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