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원 “3시간을 20분으로 압축한 하이라이트”...권성준 “거창함 걷어내고 현실 빗대어 감상”

라벨라오페라단 7월11일 ‘3막의 비극’ 갈라 콘서트
두 지휘자 유연함과 협업으로 오페라의 재미 선사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7.06 15:43 의견 0
지휘자 박해원(왼쪽)과 권성준이 오는 7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 갈라 콘서트 : 3막의 비극’에서 지휘를 맡는다.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재미있을 겁니다. 이번 공연은 하이라이트 필름 같은 것이거든요.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딱 맞죠.”(지휘자 박해원) “오페라는 우리 이야기입니다. 우아함과 거창함을 걷어내고 현실에 빗대어보세요. 드라마는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보면서 오페라는 왜 그러지 않나요?”(지휘자 권성준)

지휘자 박해원과 권성준이 오는 7월 11일(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 갈라 콘서트 : 3막의 비극’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해원은 ‘리골레토’와 ‘토스카’를, 권성준은 ‘라보엠’과 ‘라트라비아타’를 지휘한다. 베르디와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 4개 작품의 3막만을 따로 떼어 무대에 올린다. 가장 극적인 장면이 넘치는 3막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 참신한 기획이다.

출연 성악가들과 한창 연습하고 있는 두 사람을 5일 라벨라오페라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됐는지, 그리고 이번 공연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박해원 “지휘는 여러 사람 힙 합치게 했을 때 최고 시너지 발휘”

지휘자 박해원이 오는 7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 갈라 콘서트 : 3막의 비극’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박해원 지휘자는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대학을 거쳐 만하임 국립 음악대학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학사·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19년 한국지휘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지휘 캠프에서 우수 지휘자로 선정됐고, 올해 제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서 ‘리타’를 지휘해 예술상(지휘 부문)을 수상했다.

지휘자의 삶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박 지휘자는 바로 ‘아버지’라고 대답했다. 어릴 적부터 음악과 함께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음악의 길로 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평생 음악 선생님이셨죠. 동생도 첼로를 하고, 어머니도 피아노를 했어요. 그런 분위기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지휘자가 꿈이었는데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 지휘자가 됐으니 굉장히 운이 좋았죠.”

박해원이 생각하는 지휘의 가장 큰 매력은 ‘시너지 효과’다. 그는 “지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음악이다.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가장 크다는 것이 지휘의 포인트다”고 강조했다

시너지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연출까지 모두 함께 해야 한다.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바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에 기반한 완벽한 협업이다.

“노하우라고 하기는 그렇고, 느낀 점은 있어요. 각각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를 잘 맞추려면 성악가의 심리나 생리를 잘 알아야하고, 오케스트라의 마음과 생리도 잘 알아야해요. 각각 다른 프로세스를 통해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이거든요. 너무 오케스트라만 잘 알면 성악가가 불편하고, 성악가만 잘 알면 오케스트라가 불편해지죠. 그 둘을 모두 잘 알아야해요. 연출 선생님과 맞춰가는 것은 사실 어려웠던 적이 없어요. 오페라는 음악극이기 때문에 음악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이죠. 음악이 흐르는 동안에 있어서는 연출 선생님도 인정해주시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의견이 부딪힌 적이 없어요. 저희도 성악가들이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나 대사를 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것도 극의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보완해 나가면서 좋은 작품을 향해 가죠. 제 경험상 그 과정은 항상 잘 이루어져왔어요.”

지휘자 박해원이 오는 7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 갈라 콘서트 : 3막의 비극’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이번 ‘그랜드 갈라 콘서트 : 3막의 비극’은 홍민정 연출가와 함께한다. 홍 연출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본격적으로 오페라계에 입문해 ‘전화’ ‘리골레토’ ‘라보엠’ ‘신데렐라’ ‘피가로의 결혼’ ‘카르멘’ 등 다수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제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서는 ‘텃밭킬러’로 예술상(연출 부문)을 수상했다.

박 지휘자는 지휘자로서 가져야하는 가치에 대한 질문에 ‘유연함’을 꼽았다. 그는 “지휘자가 음악을 만들지만 혼자 소리를 내고 음악을 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가장 좋은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려하려면 사람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함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메카니즘을 이해하면서 감상하면 관람의 재미를 1000% 즐길 수 있다고 팁을 줬다.

“오페라에서는 지휘가 메인이 아니죠. 가수가 주인공이니 그곳에 시선이 많이 가야해요. 보통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는 피트에 숨겨져 있죠. 이번에는 갈라 콘서트다보니 무대 위에 올라가 있지만. 여러 사람을 하나로 모아서 하나의 소리, 하나의 분위기,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동작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보시면 더욱 재미있을 거예요.”

이번 갈라 콘서트는 기존 갈라 콘서트 형식과 다르게 스토리가 있는 공연으로 진행된다. 박 지휘자도 이런 스토리적 부분에 많은 중점을 두었다. 그는 “저는 ‘토스카’와 ‘리골레토’를 지휘하는데 마음에 많이 와 닿는 작품이다”라며 “특히 주인공이 죽는 장면을 오페라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데스신(Death Scene)이 이번 공연을 잘하고 못하고 가를 수 있는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정말 좋은 콘텐츠예요. 콘셉트 자체가 유튜브에서 드라마 전체를 20분에 보여주듯 3시간짜리 오페라를 15분, 20분으로 축약한 무대입니다. 앞의 내용을 설명하고 공연에서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만 보여주는 거죠.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방법이기도 하니까, 이것을 통해 네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이 하이라이트 필름을 통해 공연을 보는 분들이 언젠가 네 작품 전막을 따로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 권성준 “모두가 성취하는 음악적 기쁨 누려야 진정한 성공”

지휘자 권성준이 오는 7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 갈라 콘서트 : 3막의 비극’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라보엠’과 ‘라트라비아타’ 연습을 끝내고 땀을 흘리는 권성준 지휘자를 만났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연습 때 녹음한 파일을 들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 및 대학원 피아노과에 최연소로 입학·졸업했으며, 독일 쉐네베크 오페레타 페스티벌에서 동양인 최초로 카펠마이스터(음악총괄)로 활약했다.

권 지휘자는 어린 시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했다.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아버지(권순호 전 숙명여대 음대 학장)를 보며 자신도 지휘자가 되어야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사운드의 다양함 때문이다.

그는 “피아노를 칠 때 지휘를 하고 싶다 생각했던 가장 큰 동기는 피아노에서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소리의 다양함에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며 “이에 반해 오페라는 표현 방식이 많아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해봐야겠다 생각했다”라며 지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휘를 하며 짜릿했던 순간이 참 많아요. 최근에 오페라를 많이 했으니까 그 위주로 생각해보면 성악가와 오케스트라가 일치되어서 호흡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클라이맥스의 정점을 느꼈을 때 기쁨이 몰려옵니다. 관중이 박수칠 때보다 오히려 정점을 보여줬을 때 전율이 느껴지고 짜릿해요.”

권 지휘자는 온몸을 다해 지휘한다. 그의 힘찬 몸짓은 계획적인 퍼포먼스인지, 아니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드러남인지 궁금해졌다.

“그동안 음악적인 부분이나 프레이징의 정점에 많이 치중했는데 이것을 지휘봉을 든 손으로만 보여주기는 한계가 있어요. 더욱이 오페라에는 변수가 많으니까요. 오케스트라 지휘일 때는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이다’ 계산적인 면도 분명 있지만 퍼포먼스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휘자도 성악가와 같이 노래하고, 함께 호흡을 하면서 따라가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은 이성적으로 해야지’ 생각해도 음악이 따라오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게 돼요. 이 직업이 어쩔 수 없어요. 본능 같은 거죠. 이렇게 보면 즉흥적인 면도 있으니 둘 다라고 말해야겠네요.”

권 지휘자의 커리어에 감탄하며 그의 천재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우연히 상황이 맞아떨어진 것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음악가로서 자신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느냐 묻자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판단을 통해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독일 쉐네베크 오페레타 페스티벌 관련 공고를 보고 지원했을 때는 사실 큰 기대가 없었어요. 워낙 유럽이란 곳이 그들만의 정서가 확고한 곳이니까요. 그래서 가보니 서류심사를 통해서 한 10명 정도를 추렸더라고요. 그리고 3명이 최종에 올라갔죠. 한 명은 이스라엘 지휘자로 A급 극장에서 이미 객원 지휘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한 명은 완전 전통 독일인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들러리구만’ 생각했죠. 그런데 결국에 제가 됐어요. 그런 순간에 조금 느끼죠. 대단한 성취라기보다 내가 객관적으로 가능성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지휘자 권성준이 오는 7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라벨라오페라단의 ‘그랜드 갈라 콘서트 : 3막의 비극’을 연습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보니 워낙 여러 음악가가 함께한다. 이들과 하나로 맞춰가는 노하우를 물었다.

“노래의 감성을 나도 똑같이 느껴야 해요. 성악가들의 호흡을 나도 같이 타야죠. 언제나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이견이 있다면 그때 이야기해요. 조금 전 연습 때도 ‘나는 성악가 친화적이다’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는데, 이건 ‘내가 당신의 감성을 똑같이 이해하려고 합니다’라는 신호입니다. 이렇게 맞춰가는 과정이 어렵지 않아요. 오페라는 음악이 메인이다 보니 뮤지컬과 오페레타에 비해 연출 동선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덜해요. 뮤지컬이나 오페레타를 통해 타이밍을 맞추는 단련이 많이 되어있어서 오페라를 할 때도 연출이 바라는 부분을 이해하기가 훨씬 쉽죠. 처음엔 악보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동선을 다 적었어요. 요즘은 외워요. 성악가가 원래 가야 하는데 안가면 ‘어? 왜 안가지?’ 하면서 음악도 멈추기도 합니다.”

권 지휘자와 홍 연출가는 제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에서 ‘텃밭킬러’를 함께 했다. ‘텃밭킬러’ 이후 다시 만난 소감을 물었다. 그는 “너무 편하다. 누구와도 잘 맞출 수 있지만 편하게 일했던 선생님과 또 합을 맞춘다는 것은 알아가는 과정이 절약되기 때문에 시간도 아낄 수 있다. 이 양반이 이걸 원하는구나 빨리 알아차릴 수 있어서 훨씬 수월하죠”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극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을 쌓아가고 이 극적임을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이번 갈라 콘서트는 4개의 오페라를 끊어서 3막만 하다 보니 스토리 연결에 있어서 작품 간의 산만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연출 선생님이 잘 만들어 주실거다”며 홍민정 연출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지휘를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묻자 권 지휘자는 모두의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작업을 다 같이 했으니 성취의 기쁨도 다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누구 하나만의 영광이 아니라 모두가 영광을 누려야한다. 오페라를 하면 프리마돈나뿐 아니라 작은 역할을 한 사람까지, 오케스트라에서는 특수 악기를 한 두 번 살짝 연주한 사람까지도 기쁨을 만끽해야 한다”고 답했다.

‘라트라비아타’와 ‘라보엠’은 어떤 음악적 차이가 있고 관객들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감상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는 “음악적 부분이 스토리와도 연관이 있다. ‘라트라비아타’는 비올레타가 죽는 것을 마지막으로 하고, ‘라보엠’은 미미가 죽을거라는 것을 알게 되는 상태다. 하나는 끝나는 장면이고 하나는 끝나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보니 ‘라트라비아타’는 좀 더 심각한 느낌이라면 ‘라보엠’은 소소한 재미가 있다. 연인과 티격태격해서 풀죽어 있는 친구 위로해주러 갔다가 정작 내가 헤어지기도 한다. 무조건 비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소한 스토리로 생각하며 즐기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오페라 강의할 때도 대사를 받으면 내 감정을 담아서 내 말투로 이야기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이 스토리도 내 현재의 감정에 비춰보면 조금 더 오페라를 감상하는데 재미가 있다”며 오페라가 어려운 장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관객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오페라가 귀족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사회적 계급이 있는 내 현실에 빗대어 볼 수 있죠. 드라마도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니까 재미있는 거예요. 오페라는 왜 그렇게 안하나요. 우아하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거창한 것을 없애고 현실에 빗대어 보는 거예요. 그걸 도와주는 게 음악이고요. 사실 4개의 작품을 보는 거잖아요. 그러니 감상하면서 ‘아, 이 오페라는 이런 느낌이구나. 이건 저런 느낌이구나’라고 각각의 스토리를 느끼면서 보면 좋겠습니다.”

7월 11일과 13일 진행되는 두 공연은 모두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며, 인터미션 20분 포함 120분간 공연될 예정이다. 티켓 가격은 R석 12만원·S석 8만원·A석 5만원·B석 3만원이며 각종 할인정보는 예매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롯데콘서트홀과 인터파크티켓 사이트에서 예매 가능하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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