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모던 입힌 공연·전시가 목표” 김태관 제주문예진흥원장의 승부수

예술가에서 행정가로 변신 ‘34년 전통 문예회관’ 사령탑 맡아
“단 10분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 예술의 섬 만들기 굳은 각오

김일환 기자 승인 2022.11.04 11:08 | 최종 수정 2022.11.04 14:18 의견 0
김태관 신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이 전통에 모던한 색을 덧칠한 공연·전시로 제주문예회관을 변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김태관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단 10분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겁니다. 지역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문화에 다양한 예술을 접목해 제주 문화예술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속에서도 빛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통에 모던(modern)한 색을 덧칠한 공연·전시’, 이게 목표입니다.”

김태관 신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이 34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 100년의 문화예술을 책임질 문예회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달 11일 취임했다. 제주문예회관은 827석 규모의 대극장과 최대 1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극장, 1~3전시실, 도립무용단 상주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제주를 ‘예술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원래 음악을 전공했지만 예술가에서 행정가로 변신하기 위해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해 ‘박사’ 타이틀도 땄다. 노력파다.

그는 3일 전화통화에서 “앞으로 제주문예회관은 도내 3개 문예회관의 ‘맏이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며 “예술기획의 방향을 기존 전통 중심에서 현대성을 가미한 쪽으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8년, 제주아트센터 12년과 비교하면 제주문예회관은 34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깊은 뿌리를 기초로 한 ‘모범적 공연과 전시’를 앞세워 제주 공공공연장의 큰형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에게 제주문예회관은 뜻 깊은 장소다.

“1988년 8월 문예회관이 문을 열었을 때 고등학생이었죠. 그해 9월 개관공연에 참여해 무대에 올랐어요. 이후 대학생 때는 제주대 정기연주회로, 그리고 연주자로는 제주국제관악제 참여 등 수없이 공연했습니다. 제 예술의 고향 같은 곳이죠. 그런 곳의 사령탑을 맡게 돼 정말 기쁘고 감사하죠.”

김 원장은 앞으로 제주도의 문화정책과 호흡을 같이 하며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구체적 플랜을 하나씩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문예회관이 제주의 문화예술 분야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변화하는 시대와 높아지고 있는 수준에 비해 미흡한 점도 많았다”고 진단했다. 이런 문제점은 해결하기 위해 “삶과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도민께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 자체 기획·제작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관 신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장이 전통에 모던한 색을 덧칠한 공연·전시로 제주문예회관을 변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김태관 제공

학생들을 공연장으로 초청해 양질의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는 사업도 소개했다. 김 원장은 “공연·전시 관람뿐만 아니라 무대 백스테이지와 조명·음향 등 시설도 살펴보는 일종의 극장 투어를 도입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며 “이런 교육과 체험은 이미 다른 지역과 공연장에서 일찌감치 시행하고 있지만, 늦은 만큼 제대로 해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주 예술가 육성에도 소매를 걷겠다고 밝혔다. “전국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프라지만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제주 출신의 우수한 청년 예술가들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해 제주의 아들딸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청년예술가 지원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애호가 단체가 급증하고 있는 전시 분야는 공간 마련과 확대를 장기 과제로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역시 예산 확보가 필수. 그는 “지방과 중앙정부의 다양한 지원사업 및 예술단체와 협업해 작은 것 하나라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애쓰겠다”며 “짧다면 짧은 임기 2년 동안 공연장 활성화를 위해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원장은 20여 년 동안 제주의 음악협회, 관악협회, 예총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전문가다. 2014년 서귀포예술전당이 개관하면서 최초의 전문 공연기획자로 들어가 문화예술 불모지였던 서귀포에 오페라축제를 만들었고, 서귀포다문화합창단을 조직해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부터 제주아트센터에 5년간 재직하면서 매해 30여회의 기획공연과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으로 전국성과대회에서 1등 상인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의 총괄기획으로 2년간 참여해 제주공연과 경기아트센터 공연을 성공리에 추진했다. 러시아국립발레단 및 유니버설발레단 공동기획공연과 한국현대무용제 등을 통해 무용분야 발전에도 기여하면서 프로듀서 어워드도 수상했다.

제주관광대, 제주한라대에서 18년간 음악 및 예술경영 강의와 다양한 특강을 통해 청년 예술가와 활발하게 교류했다. 또한 제주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와 강사로 활동하며 청년 문화예술기획자들을 양성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kim67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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