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음악 취향 만들어 봐요”...이수민 ‘그림+글 클래식 감상책’ 화제

최근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출간 눈길
“클래식은 인생의 순간 순간을 위로하는 친구”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1.30 11:33 | 최종 수정 2023.01.30 12:59 의견 0
바이올리니스트 겸 클래식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민이 ‘그림과 글이 결합된 클래식 감상평’을 담은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출간했다. ⓒ이수민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모든 것은 차이콥스키에서부터 비롯됐어요. 그의 작품 ‘소중한 곳에 대한 추억’ 가운데 세 번째 곡 ‘멜로디’를 듣고는 번뜩 생각이 떠올랐어요. 곡을 듣고 느낀 점을 그림으로 그린 후 개인적인 감상평을 덧붙여 SNS에 올렸어요. 그랬더니 흥미롭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매일 음악 감상 이야기와 그림을 게재했어요.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칼럼 기고와 강연 제의가 들어왔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겸 클래식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민이 독특한 글쓰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그림과 글이 결합된 클래식 감상평’을 여러 음악 잡지와 네이버 공연전시판 등에 실었다. 그 글을 한데 모아 최근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크레타·276쪽·1만8000원)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지난 20일 하트하트재단 콘서트홀에서 만났다. 이날도 미래의 클래식 인재들과 멘토들(피아니스트 임효선·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첼리스트 김민지·테너 신상근)이 꾸민 ‘H라이징 콘서트’의 사회자 겸 해설자로 나섰다.

“앞으로 ‘나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때에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그림을 그렸습니다. 몇 개월 동안 특정 곡을 끊임없이 연습하며 갈고 닦았다가 무대 위에서 선보입니다. 연주 후의 감정을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두었다가 하나둘씩 꺼냈죠.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예술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고, 그 기록을 고스란히 책으로 엮어 펴냈습니다.”

책 표지가 눈에 띈다. 표지 중앙에 빨강, 검정, 노랑, 연두로 이루어진 음표 그림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노래’를 듣고 그린 그림이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겸 클래식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민이 ‘그림과 글이 결합된 클래식 감상평’을 담은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를 출간했다. ⓒ이수민 제공


모두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그림에 음악 더하기’는 미술 전시에 다녀오거나 인상적인 그림을 본 후 작가나 작품에 클래식 음악을 매치해 글을 썼다. 2장 ‘이음줄과 붙임줄’은 필연이라는 끈으로 촘촘히 엮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3장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감상자로서 그가 사랑하는 바이올린 곡들을 엮었다.

“7년 전 우연한 기회에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을 골라 강연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지금까지는 바이올린으로 나를 표현했는데, 이제부터는 말과 글과 그림으로 나를 표현해야겠다’라고 결심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대중들에게 음악을 알리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관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클래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 놓는데 재미를 느낀 후 그는 본격적인 해설자의 길로 들어섰다. 목표는 ‘친숙한 예술 추구’다. 30년 동안 클래식과 바이올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 연주자, 그럼에도 미처 다 풀지 못한 감정을 그림에 담은 예술가, 음악 이야기와 그림으로 깊게 소통하고 싶은 작가 등 ‘멀티플레이어 이수민’이다.

“제 활동명이 ‘그림 그리는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림은 저를 표현하는 도구이자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입니다. 클래식을 친구 삼아 바이올린과 함께 한 저의 예술적 여정의 기록이죠.”

이수민은 황량한 뒷골목이 연상되는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오전 0시’를 들으며 바짝 마른 고양이가 거리를 쏘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도입부의 아리아를 감상하면서는 우주의 질서를 생각한다.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비언어적인 것에서 언어적인 것으로, 청각에서 시각으로, 사라지는 것에서 남겨지는 것으로의 가치를 꾹꾹 눌러 담았다.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 시대의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렵지만 설레는 첫 발걸음을 용감하게 내딛었습니다. 자신을 시작점으로 예술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그중 한 사람이고, 놀랍게도 아주 많은 부분을 닮은 작곡가 조지 거슈윈도 이에 속한다. 두 사람의 부모는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자녀 교육엔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었다. 워홀과 거슈윈은 뛰어난 재능과 성실함,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미국의 대중미술과 음악을 대표하며 ‘가장 미국적인 예술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수민은 거슈윈의 대규모 재즈 밴드를 연상시키는 관현악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결합한 ‘랩소디 인 블루’를 듣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음악 다발로 표현했다.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 빛과 대기, 어둠과 밝음, 생성과 소멸을 표현하려 했던 드뷔시의 ‘바다’는 길고 신비로운 파란색의 여름 노을로 담아냈다.

이수민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예술적 감각과 사유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자신의 삶 대부분을 함께한 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더 가까워지기를 소망한다. 학창 시절은 국내외 콩쿠르와 실기시험, 입시를 치르느라 음악의 아름다움보다 자신과의 싸움에 지친 적도 있지만, 학업을 모두 마친 지금은 음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연주하고 감상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만의 음악 취향이 생기기를, 그 음악이 인생의 순간순간 여러분을 위로해 주기를, 다양한 이들과 음악 이야기로 깊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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