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현실 같은 메타버스...결국 ‘소리’에 달렸다

애플, 무손실 오디오 제공...아마존·넷플릭스도 서비스 지원

민은기 기자 승인 2021.07.09 18:0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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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뮤직은 최근 초고음질 전용 5G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니뮤직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1. 레코딩 스튜디오 및 음반 레이블인 오디오가이는 지난 6월 집에서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인도음악 온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공연이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랜선 음악회의 핵심인 생생한 현장감과 고음질 사운드가 안방 1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점이다.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소리뿐만 아니라 울림, 호흡, 잔향 등 현장 라이브 느낌이 그대로 안방까지 파고들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입체음향을 이용한 3D 클래식 라이브 스트리밍 덕분이다. 3D 음향의 원리는 바이노럴이라는 마이크를 이용해 연주자의 위치에서 관객들도 전후좌우 모든 방향을 느낄 수 있도록 기술을 적용한다.

#2. 애플은 음원 유통 서비스인 애플뮤직을 통해 6월부터 7500만여 곡에 달하는 음원을 무손실로 추가 요금 없이 제공하고 있다. 고음질 수준은 CD 음질(16비트, 44.1㎑)부터 24비트, 48㎑까지 지원한다.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기(DAC) 등을 이용하면 음질 수준을 24비트, 192㎑까지 높일 수 있다.

애플뮤직은 글로벌 오디오 업체 돌비의 공간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돌비 애트모스는 음악이 다양한 방향에서 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다. 올리버 슈셔 애플 뮤직 및 비츠 담당 부사장은 “돌비 애트모스로 노래를 듣는 건 마치 마법과도 같다”며 “애플뮤직 이용자는 무손실 음원을 통해 가장 뛰어난 품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3. 국내 업체는 이미 고음질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 1위 음원 유통 서비스인 멜론은 2013년 고음질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원음 전용관’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모바일 기기에서 고음질의 대표 포맷인 플랙(FLAC·free lossless audio codec) 음원 서비스도 시작했다. 원음 그대로 손실 없이 제작된 CD급(플랙 16비트), 마스터링급(플랙 24비트)의 무손실 음원도 제공하고 있다.

멜론에서 1000만 곡 이상의 고음질 음원을 즐길 수 있다. 2018년부터는 스트리밍 환경에서도 고음질 청취가 가능한 일명 ‘AAC 320K’ ‘AAC 128K’ 모드를 추가했다. AAC는 압축률이 높아 데이터 사용량을 절약하면서 CD 원음에 가까운 음질을 제공하는 오디오 코덱이다.

오디오가이의 3D음향과 애플뮤직, 멜론의 고음질 음원 제공 사례와 같이 최근 콘텐츠업계에 공간 음향 기술과 고음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실감을 극대화한 가상공간 ‘메타버스(Metaverse)’ 열풍이 가져온 변화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공간 음향은 말 그대로 소리가 리스너의 모든 방향에서 둘러싸는 기술로, 메타버스로 구현될 3차원(3D) 공간에서 사용자에게 실제와 같은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으로 꼽힌다. 공간 음향은 청취자의 앞뒤에서 들리는 소리뿐 아니라 위와 아래 소리까지 모두 다르게 잡아주는 입체 사운드다.

메타버스 산업은 퇴근 급성장하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로 집계됐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25년까지 2800억달러(약 316조원) 수준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은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등 관련 산업 생태계도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구현할 필수 기술로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 등이 주로 거론된다. 업계에선 시각효과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사운드를 꼽고 있다. 첨단 기술을 통해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하더라도 인간의 오감 중 가장 큰 부분인 청감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메타버스의 최종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실제와 같은 환경’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음반제작사, 아티스트 등 콘텐츠업계도 공간 음향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애플뮤직은 최근 7500만 곡의 무손실 오디오를 제공해 공간 음향으로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세계 최대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과 아마존, 넷플릭스 등도 공간 음향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9일 유니버설뮤직 산하 도이치 그라모폰(DG)이 클래식 앨범 ‘Shades of Love(셰이즈 오브 러브)’를 발매했다.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선샤인’ 등 한국 유명 드라마의 OST를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한 음반이다. 이 음반 역시 애플뮤직을 통해 실감 나는 음향을 제공하는 첨단기술인 돌비 애트로스로 감상할 수 있다.

대중가요는 물론 클래식,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분야 아티스트들도 원음을 그대로 담은 음악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한 ICT 전문가는 “메타버스는 물리적 환경과 가상현실이 제공하는 환경 간 간극을 줄이는 게 핵심인데, 공간 음향과 같은 360도 사운드는 현실과 가상 사이의 인지적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 요소다”라고 강조했다.

지니뮤직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5G 실감 콘텐츠 해외 공동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국내 업체들도 메타버스에 음향을 접목한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에서 ‘소리의 공간’을 만드는 공간 음향의 활용 범위를 사실상 무한대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공간 음향의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언택트(비대면) 콘서트’의 몰입감을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공간 음향을 통해 무대 위 가수의 노래는 물론 세션의 섬세한 연주를 비롯해 관객석 속 가상의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객의 함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주로 가수들의 시각적 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 언택트 콘서트를 더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에서 음향이 차지하는 부문을 강조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사운드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며 청각, 시각 등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에서도 기업들의 기술 발전이 이뤄져야 화상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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