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동안 연기활동에 몰두해온 배우 정동환(왼쪽)이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 출연한다. 이든(가운데)이 지휘를 맡고 엄숙정이 연출한다. ⓒ극단피악'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영화·드라마·연극 등에서 55년 동안 연기활동에 몰두해온 배우 정동환이 생애 첫 오페라 무대에 선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 노년의 파우스트를 맡는다. 그는 1막에 등장해 인간이 지닌 욕망, 회한, 고통 등 복합적인 감정을 연극적 요소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더해 김효종, 박승주, 손지혜, 황수미, 사무엘 윤, 전태현, 이승왕, 김기훈 등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페라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오페라에 연극을 더한 혁신적 ‘파우스트’를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은 오는 4월 10일(목)부터 13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파우스트’를 공연한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희곡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오페라의 거장 샤를 구노가 1859년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프랑스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지휘자 이든이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과 함께 구노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을 깊이 있는 해석의 연주를 통해 감동을 선사한다.

연출은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으로 호평을 받은 엄숙정이 맡아 오페라와 연극을 융합한 새로운 형식의 ‘파우스트’ 무대를 준비한다.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오페라를 어렵게 만 생각하는 관객들도 쉽게 작품 속에 빠져들도록 몰입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연출가 엄숙정은 “괴테의 문학과 구노의 선율 속에 담긴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과 구원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깊이 와 닿길 바란다”고 전했다.

● 괴테의 문학과 구노의 프랑스 낭만음악이 만난 걸작 ‘파우스트’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 테너 김효종(왼쪽)과 박승주가 파우스트 역을 맡는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구노의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와 순수한 여인 마르그리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젊음을 얻은 파우스트는 마르그리트를 유혹해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그를 버리고 떠난다.

절망에 빠진 마르그리트는 혼자 아이를 낳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끝에 죄책감과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감옥에 갇힌다. 뒤늦게 후회한 파우스트는 그를 구하려 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신의 용서를 구하며 세속의 구원 대신 하늘의 구원을 선택한다. 그가 죽음과 함께 천국으로 인도되는 순간, 메피스토펠레스는 패배하고 파우스트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처럼 ‘파우스트’는 ‘인간의 욕망과 유혹’ ‘죄책감과 구원의 문제’를 극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괴테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희곡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원작의 철학적이고 방대한 서사를 보다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오페라로 재구성했다.

괴테의 원작은 사랑과 죄, 구원의 주제를 중심으로 비극적 서사를 그려낸다. 원작이 인간의 지식 탐구와 영혼의 구원, 존재의 의미를 깊이 탐구했다면, 구노의 ‘파우스트’는 음악과 극적 효과를 통해 감정의 흐름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한 오페라다.

1859년 프랑스 극작가 쥘 바르비에와 미셸 카레가 공동으로 대본을 집필하고, 구노가 작곡해 프랑스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재탄생했다. 같은 해 3월 19일, 프랑스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사랑받으며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유명 아리아로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황금 송아지의 노래(Le veau d’or est toujours debout!)’, 파우스트의 ‘반갑다! 청결하고 소박한 집(Salut! demeure chaste et pure)’, 마르그리트의 ‘보석의 노래(Ah! je ris de me voir si belle en ce miroir)’ 등이 있다.

● 오페라와 연극의 만남 ‘오플레이’로 재탄생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 소프라노 손지혜(왼쪽)와 황수미가 마르그리트 역을 맡는다. ⓒHong, Jupyo·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공연은 2022년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2’ S씨어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을 대극장 무대로 확장한 레퍼토리 공연이다. 당시 파격적인 오케스트레이션과 연극적 요소를 결합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오플레이(O’play·오페라+연극)’ 콘셉트를 유지하고, 동시에 더욱 웅장하고 감각적인 미장센을 통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스케일에 맞추어 연극적 요소를 더한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1막 초반에 등장하는 노년의 파우스트는 배우 정동환이 한국어 대사의 연기를 선보여 관객의 무대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기존 오페라에서 음악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던 장면을 연극적 요소로 보강해 인생의 회한과 젊음을 향한 욕망, 그리고 고통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더욱 사실적으로 전한다.

●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들이 펼치는 압도적 무대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왼쪽)과 전채현이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는다. ⓒ아트앤아티스트·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지난 1월 서울시오페라단 레퍼토리와 함께 ‘파우스트’의 캐스팅을 발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독일어권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Kammersänger)’ 작위를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베를린 국제 음악 페스티벌 콩쿠르 2위 등 다수 주요 콩쿠르를 수상하며 국내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베이스 전태현이 매력적인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젊은 파우스트 역에는 독일 브레멘 극장 전속 성악가로 활약하며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너 김효종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린데만 영 아티스트’에 발탁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테너 박승주가 캐스팅됐다.

마르그리트 역은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의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손지혜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소프라노 황수미가 맡아 깊이 있는 해석의 음악과 연기를 선사한다.

이 외 발랑탱 역은 줄리에타 시미오나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이승왕과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 성악가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김기훈이 맡았으며, 시에벨 역에는 JTBC ‘팬텀싱어4’의 ‘포르테나’ 멤버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카운터테너 이동규를 비롯해 지난해 서울문화재단 한강 노들섬 클래식 오페라 ‘카르멘’의 타이틀 롤을 소화하며 극찬을 받은 신예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이 출연해 강렬하면서 특색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밖에도 메조소프라노 김주희와 정세라가 마르트 역, 베이스 최공석이 바그너 역을 소화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4회 공연하는 ‘파우스트’의 입장료는 5만원~1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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