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화제작 새 감각으로 다시 본다...세종봄시즌 오픈작 ‘불가불가’

서울시극단 3월 26일~4월 10일 공연
이현화 희곡...이철희 새롭게 각색·연출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2.22 09:46 의견 0
1980년대 화제작 ‘불가불가’를 이철희 연출이 새로운 감각으로 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세종문화회관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극작가 이현화는 1982년 희곡 ‘불가불가(不可不可)’를 발표했다. 1987년 처음 공연되자마자 화제가 됐다. 서울연극제(1987년), 동아연극상(1988년), 백상예술대상(1988년)에서 잇따라 희곡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무대에 오르는 횟수가 뜸해지더니,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극단은 발표 당시에만 잠시 주목받고 사라진 양질의 한국 현대 희곡을 재발견하기 위해 ‘불가불가’를 무대에 올린다. 세종봄시즌을 활짝 여는 오픈작으로 3월 26일(토)부터 4월 10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1980년대의 화제작을 새 감각으로 선보이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각색·연출을 맡은 이철희는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프로메테우스의 간’ 등을 통해 특유의 위트로 고전을 유쾌하게 비틀어내는 솜씨를 보여줬다. 연출가가 만들어낸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제목 ‘불가불가’는 내키지 않지만 찬성해야 하는 ‘불가불(不可不), 가(可)’,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불가(不可), 불가(不可)’를 의미한다. ‘불가불가’가 초연됐던 1980년대는 대본이 수정되거나 검열을 통과해야 공연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역동적인 한국 현대사를 냉철한 시선으로 풀어내 주목을 받은 이현화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당시 정치 현실을 그려냈다.

‘불가불가’는 공연 하루 전, 작품 리허설이 진행되는 극장을 배경으로 배우들의 연습장면 등을 담았다. 극 중 배우들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을사늑약 등 우리나라 역사상 암울했던 다섯 장면들을 재현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 작품을 통해 공연제작 과정도 알게 된다.

‘불가불가’는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관객에게 질문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극단은 극작가가 표현한 은유를 개인의 자아를 잃게 만드는 현대적 상황, 사회적 시스템으로 재해석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에 집중해 혼돈과 고뇌의 상황 속에 놓인 개인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2019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강신구를 비롯해 김신기, 주성환, 강일, 곽성은, 조영규, 최나라, 김태완, 오우철, 홍성호, 유다온, 김기붕, 주은주, 신근호, 정홍구, 채지성, 최준서 등이 출연한다. 관람료는 3만~5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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