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과 통신하는 기계 때문에 벌어지는 일...SF연극 ‘순교’ 재공연

4월 19~30일 대학로 공연...일본 작가 호시 신이치의 소설 무대화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3.30 18:30 의견 0
극단 돌파구는 SF 연극 ‘순교’를 오는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최한다. Ⓒ극단 돌파구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극단 돌파구는 SF 연극 ‘순교’를 오는 4월 19일(화)부터 30일(토)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최한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극단 기획전 ‘돌파구 우주극장-SF 낭독공연’에서 낭독극으로 선보인 이후 정식 초연됐다. 작품의 방향성과 출연배우, 배리어프리(Barrier-free) 등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일본을 대표하는 SF 소설가이자 ‘쇼트-쇼트(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소설의 형식)’의 개척자로 불리는 호시 신이치(1926~1997)의 소설 ‘순교’를 전인철이 연출했다. 전인철은 2017년에 호시 신이치의 다른 작품을 직접 각색·연출해 무대화한 ‘나는 살인자입니다’로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호시 신이치 작품의 특징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기묘한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통해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짧은 단편들로 가볍고 부담 없이 읽기에 좋지만, 유연한 발상과 사물의 본질을 적확하게 꿰뚫는 작가의 시점, 그 속에 담긴 주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의 작품들의 또 다른 큰 특징은 여성 혐오, 폭력, 성별 구분과 같은 통속성을 배제하고, 구체적인 지명이나 인명 등의 고유명사도 그다지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인철 연출과 극단 돌파구가 발표된 지 50년이 지난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을 꾸준히 탐구하고 무대화하는 이유다.

작품의 시공간은 어느 날 저녁, 작은 연회장. 죽은 아내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한 남자는 ‘영적 세계에 있는 자들과 통신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해 공개한다. 처음엔 이 기계를 통해 그간 인류를 괴롭혀 온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남자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의 아내를 포함한 죽은 지인들이 죽기 전 삶보다 몇 배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남자는 보란 듯이 즐겁게 죽음을 선택하고, 기계 속 목소리를 믿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남자를 따라 죽음의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는다. 작품 ‘순교’는 제목의 의미대로 ‘죽음’을 다루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믿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순교’의 무대 한가운데에는 ‘의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극은 배우들의 동선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주요 소재인 기계는 실재가 아닌 아날로그 조명 장치로 표현했다. 관객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공간 전체를 비우고 오직 소리와 빛으로만 채웠다.

재공연에 새롭게 참여한 김석주, 권정훈, 이진경, 문수아 네 배우의 발화만으로 작품을 전달한다. 어둠 속, 작은 연회장에 초대받은 관객들은 동그랗게 둘러싼 의자에 앉아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듣는’ 행위를 통해 상상 속 연극을 만들어낸다.

극단 돌파구는 최근 젠더, 소수자를 주제로 리서치하며 공연에 맞는 배리어프리를 시도하고 있다. 전회차 한글자막이 제공되며, 극 초반에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대와 배역 및 의상 등 시각정보를 설명하는 음성해설도 제공된다. 관람 당일 극장 내 이동, 시설 안내 등의 활동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관객은 사전에 극단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극 ‘순교’ 티켓은 3월 31일(목) 오전 11시에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오픈된다. 청각장애인, 농인, 홈페이지 예매가 어려운 관객은 극단 문의전화로 전화 및 문자로 예매할 수 있다. 티켓 전석 3만원. 러닝타임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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