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1. ‘밀림의 왕자’ 타잔도 이 길로 들어서면 길을 잃을 것 같다. 거문오름 정상을 찍고 내려와 탐방로 끝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금세 빼곡한 숲이다. 잠시 현무암 바닥을 오르락내리락하니 비교적 평탄한 땅이 나온다. “어 이게 뭐지.” 덩굴들이 얽히고설켜있는 굵직한 나무 기둥과 기둥 사이에 붉은색 천이 이불처럼 수평으로 펼쳐져 있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 같다.
‘융합 서예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양상철 작가의 작품이다. 제목은 ‘탐라의 탄생-상생을 위한 제의적 공간’. 양 작가는 지난 50여년 동안 서예에 몰두하고 있고, 20여년 전 부터는 서예를 바탕으로 한 콜라보 예술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서예를 야외 공간으로 가져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
“이번 작품은 ‘제주섬의 탄생’과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그릇된 생존방식에 의해 자연이 정복되고 파멸돼온 시간입니다. 이러한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용암이 흘렀던 계곡을 따라 가는 제2구간(용암의 길)을 설치 장소로 삼았습니다. 탐방객이 천연림을 통과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상생관계를 제의적(祭儀的·제사의 의식에 관한 것)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어요. 장소성이 극적 효과를 얻는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설명해준 덕에 귀에 쏙쏙 박힌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새들이 잠시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식수대도 마련해 놓았다. 치성(致誠)을 들이는 장독대 정화수 같기도 하다. 또 한쪽 편에는 멋진 글씨와 그림이 어우러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 폭 짜리 병풍을 닮았다. 제주의 학자인 매계 이한우(1818~1881)는 영주10경을 선정했다. 영주(瀛州)는 제주도의 옛 지명이다. 자신의 기준으로 풍광이 뛰어난 제주의 명소 10곳을 뽑은 것이다.
양 작가는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서예와 회화가 한 세트로 묶인 랜드스케이프(landscape)를 탄생시켰다. 글씨도 시원시원하고 그림도 시원시원하다. 한자로 쓰여 있어 읽기는 어렵지만 ‘성산일출’ ‘사봉낙조’ ‘영구춘화’ ‘정방하폭’ ‘귤림추색’ ‘녹담만설’ ‘영실기암’ ‘산방굴사’ ‘산포조어’ ‘고수목마’ 등이 바람에 살짝살짝 나부끼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2. 제3구간(동굴의 길)이 시작되는 부근에 용암교가 있다. 콸콸콸 용암이 흐르면서 윗부분이 공기와 만나 먼저 굳었다. 그 아래로 또 용암이 흘러가면서 약한 부분이 함몰돼 마치 다리(bridge) 모양을 하고 있다. tvN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조심조심 급경사를 내려가 아래에서 바라보니 정말 영락없는 다리다. 한낮인데도 사방이 어둑어둑하고 신비롭다. 금방이라도 신화 속 용이 튀어 나올 것 같다. 용암교 벽면과 그 옆 평평한 바위를 스크린 삼아 두 곳에서 영상이 플레이되고 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해녀의 모습을 촬영해 틀어주고 있었다. 비주얼 요소가 강한 배효정 작가의 작품 ‘터’다.
“바위마저 녹여낸 뜨거운 길 위에도 억센 삶은 피어납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검은 바다에 온몸을 맡겨도 강인한 생활은 쉼 없이 계속됩니다. 바위를 움켜 쥔 굳건한 뿌리 위로 큰 숨 한 번에 물속을 헤치며 바당밭(해녀들이 마음대로 물질을 할 수 있는 바다)을 일궈 온 어머니의 거친 손마디가 겹쳐집니다. 삶은 그렇게 끈질기게 흘러가 비석 같은 바위에 세월의 흔적을 새깁니다.”
대구와 서울을 거쳐 지금은 아예 제주에 정착한 배 작가는 영상·퍼포먼스·설치를 동시에 담아내는 작품을 선보였다.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한 연극적이고 수행적인 비디오 작업과 수중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다양한 몸짓 표현 방식을 연구한다. 그렇게 수집된 이야기를 미디어와 설치로 확장시키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역시 설명을 듣고 나니 작품 탄생에 공을 들인 작가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먼저 물질하는 해녀들의 작업 모습을 찍는다. 그 자신도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해녀들을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벌인다. 제주에 오자마자 전문적으로 물질을 배우기 위해 해녀학교에 입학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작품을 더 멋지게 만들려고 프리 다이빙까지 배웠다고 밝혔다. 제주 어머니들의 굳건한 삶이 용암 바위에 아로 새겨지니 감동이다.
아찔했던 순간도 고백했다. 작품을 설치하는데 돌출변수가 발생한 것. “영상을 보여주려면 전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발전기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자연보호구역이라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육지책으로 충전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캠핑용 발전기 2대를 구입해 위기를 넘겼죠.” 그러면서 매일 30kg에 육박하는 배터리를 직접 나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상철, 배효정 등 작가 18명이 제주 거문오름에서 월정리 해변에 이르는 26km에 ‘새로운 자연’ 16개를 만들어냈다. 이 지역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용암동굴계다. 10월 1일(토)부터 16일(일)까지 ‘2022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열리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행사가 바로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을 허용 하지 않은 4개 구간(‘시원의 길’ ‘용암의 길’ ‘동굴의 길’ ‘돌과 새 생명의 길’)에 16개의 공공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아쉽게도 모든 사람들이 작품을 볼 수는 없다. 1~3구간은 미리 신청해 뽑힌 사람만 안내자와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제주 자연의 ‘은밀한 속살’은 이렇게 보기가 어렵다.
자연에 인공설치물이 들어섰지만 조금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대로 들어와 자연과 한몸이 됐다. 올해는 뻔한 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 조각, 설치뿐만 아니라 서예, 페인팅, 사진, 영상, 사운드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자연 속으로 끌어들였다. 본격 오픈에 앞서 지난 26일 미리 둘러봤다.
“거문오름에서 태어난 용암은 기세 좋게 내달리며 질풍노도의 소년기와 뜨거운 청년기를 겪습니다. 그리고는 온기를 품은 중년기를 맞이하고, 푸른 바다에 닿아서는 생을 마감합니다. 용암이 태어나고 사라진 모양새가 우리네 삶과 흡사합니다. 그 생명의 흔적을 찾아 조심스럽게 새로운 길을 냈습니다. 바로 ‘불의 숨길’입니다. 이 ‘불의 숨길’은 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1년에 단 며칠만 열리는 길로서 이주 잠시 동안만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출발에 앞서 강지선 예술전시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물과 불 : 접경공간’이라고 말했다. 화산섬 제주는 자연의 근본 요소인 물과 불이 만나 형성된 접경공간이다. 물과 불은 물질일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는 음과 양, 서양에서는 자연과 문명의 개념적 상징이다.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자연의 시간 속 우리 인간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그런 자연의 시간을 따라간다는 것은 우습기는 하나, 그래도 이 땅의 주인들이 안내하는 그 흔적인 ‘불의 숨길’을 걸으며 자연이 만들어 낸 생명을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가들과 오랜 시간 함께 걸으며 16개의 작품을 전시할 핫스팟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대장정의 시작 지점은 조천읍 선흘리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다. 센터에서 스타트해 용암협곡~일본군갱도진지~풍혈~용암함몰구~거문오름 정상(457.9m)~거문오름 수직동굴을 거쳐 센터 앞으로 다시 돌아오는 1구간 ‘시원의 길’은 약 5.5km다. 출발지에서 처음 만나는 작품은 필립 알라르(캐나다)의 ‘생명의 선’이다. 버려진 그물과 부표를 활용해 제주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했다. 그물로는 한라산을, 부표로는 용암섬을 표현했는데 부표에 달라붙어 있는 해양생물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눈에 띄었다.
2구간 4.8km는 걷기가 만만찮다. 제법 험하다. 초입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작품은 김도희의 ‘삶이 흐르는 길’. 여름 태풍이 지나간 뒤 쓰러진 벼를 세워 묶었던 경험을 논이 거의 없는 제주의 억새 군락지에 적용했다. 서로를 의지하여 모진 세월을 버틴 제주 사람들처럼 가장자리 억새를 색동 비단으로 묶어 수백 개의 다발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목소리를 상징하듯 방울을 달았다. 지나가는 바람과 사람들에 의해 방울은 생명이 흐르는 소리가 되고, 색동은 빛깔이 되어 제주의 땅이 품은 생동을 전한다.
본격적으로 ‘용암의 길’로 들어서니 향기가 코끝을 타고 올라온다. 운향과의 작은 키나무인 상산(常山)의 냄새다. 양상철 작가의 ‘탐라의 탄생-상생을 위한 제의적 공간’을 지나면, 숯가마터-용암붕괴도랑-풍혈이 이어진다.
그리고 웃산전굴 입구에 다다르면 허정·조은비의 ‘나무, 버섯, 돌과 이끼’가 전시돼 있다. 숲은 신비로움과 두려움의 공간으로서 여러 이야기의 배경이 되어 왔다. 두 작가는 영화, 만화, 인터넷 등 오늘날 우리가 자주 접하는 대중매체의 익숙한 이미지를 작품 속으로 가져왔다. 또한 영상매체의 자막이나 노래가사 같은 글의 사용 방식도 차용했다. 불완전하고 가벼운 글과 이미지를 숲의 공간에 배치해 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어 각기 다른 이야기가 생겨나는 현상을 만들었다. 무한 상상력을 쏟아내게 만드는 작품이다.
희한하다. 이런 평평한 땅위에 연못이 있다니. 자연의 신비에 다시 한번 경탄한다. 용암 바닥에 물이 고여 형성된 웃산전못에는 타케코시 코헤이(일본)의 ‘제주의 나무’가 우뚝 서있다. 죽은 편백나무의 뿌리 부분을 사각 구조물에 올려놓았다. 작가는 물이 풍부한 땅인 제주를 호수로 표현하고 있다. 공중에 떠있는 뿌리와 연못 수면은 1m 정도의 틈이 있지만, 그 빈공간을 통해 제주 땅의 힘을 쭉쭉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됐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흙에 묻히는 나무를 통해 작가는 자연의 순환 속으로 돌아가는 생명에 대한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 앞 귀퉁이 땅엔 농사를 짓기 위해 골라낸 돌덩이를 모아 놓은 머들(‘돌무더기’의 제주 방언)을 일부터 만들어 놓았다. 경작 흔적지를 연출한 것이다.
제주는 동굴의 섬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는 벵뒤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3구간 약 8.9km ‘동굴의 길’에는 6개 작품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배효정의 ‘터’ 다음에 만나는 작품은 박형근·신지선의 ‘부유하는 돌’이다. 제주의 지질학적·생태학적 구조와 환경에 내재한 원시적 요소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담아냈다. 제주를 상징하는 돌, 구름, 바람을 사진으로 시각화하고 자연에서 추출한 색을 구조물에 새겼다.
대림굴 천장창 부근에는 양동규의 ‘돌의 침묵’과 허태원의 ‘잘못 배치된 화분들’이 있다. 양동규 작가의 ‘돌의 침묵’엔 슬픔이 가득하다. 제주 4·3 당시 이곳으로 숨어들어 생명을 부지해야 했던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4·3 피해 현장조사 때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이 탄피와 숟가락이었다. 이때 찾아낸 탄피와 숟가락 사진을 프린팅해 곳곳에 숨겨놓았다. 일부러 나뭇잎을 덮어 숨바꼭질 효과도 냈다. 탐방객 모두는 “생명을 앗아가는 총알과 삶을 유지시켜주는 밥숟가락의 대비는 콧등을 찡하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계곡 아래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과 태아의 소리를 믹스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시각과 청각이 결합된 작품이다.
허태원 작가의 ‘잘못 배치된 화분들’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미술작품을 설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이곳에 미술작품이 정말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작가는 제주도에 처음 정착한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연유산구역에 가장 필요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인 것’의 대표적 상징으로 화분을 설치했다.
그리고 만장굴로 가는 끄트머리 숯가마터 부근에 ‘배들’과 ‘로딩 프로세스 접근법’이 자리하고 있다. 널찍한 벌판 위에 떠있는 김현성 작가의 ‘배들’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 연결성에 주목한다. 바람이 불면 목초와 배들은 유영하듯 살짝살짝 움직임을 갖고 딸랑딸랑 방울소리는 제의적 개념을 내포한다. 김 작가는 “배를 붉은색으로 칠한 것은 음양오행과 관련이 있다. 붉은색은 치료와 에너지를 상징하는데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극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길 한복판에 매달린 노해율 작가의 모빌 ‘로딩 프로세스 접근법’은 확대된 디지털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정사각형 픽셀 조합을 활용한 작품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최소한의 인공미를 더했다. 노 작가는 “멍때리기 좋은 작품이다. 멀찍이 떨어져 미세한 움직임을 바라보면 잡념이 사라진다”며 감상팁을 줬다.
4구간은 약 6.9km로 ‘돌과 새 생명의 길’이다. 꾸불꾸불한 형태 때문에 사굴(뱀굴)로도 불리는 김녕굴과 가장 최근에 발견된 용천동굴 사이에 이한나 작가의 ‘나 다시 돌아갈래’가 있다. 1000여개의 토우가 잔디밭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일일이 흙으로 사람 형상을 빚은 후 불에 굽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야외에 전시했다. 쓰러진 것도 여러 개 보인다. 비라도 내리면 흙이 벗겨져 모양도 변형된다. 그렇게 서서히 형태가 사라지다 나중에는 완전히 그 모습이 없어져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 인생사를 표현하고 있다.
월정리 밭담엔 이다슬 작가의 ‘종달새 날아오르면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_가을이 오기전에’라는 감각적이 제목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미술가가 안됐으면 시인이 됐으리라. 작가에게 잡초는 뽑아서 제거해야 할 존재임과 동시에 정성을 다해 키우는 대상이다. 이 작업은 모순된 두 가지의 행위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익숙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풍경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영양가 없는 모래 위 죽어가는 잡초들(사실은 망초와 개망초다)에게 1008개의 영양제를 투여하는 작업을 통해 난개발로 인해 사라져 가는 제주의 풍경과 인간 행위의 부조리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밖에서만 보지 말고 작품 3분의 1 지점까지 들어가서 감상하세요. 바람 불면 더욱 좋습니다. 오전 7시와 10시 사이를 강추합니다.” 작가의 이런 어드바이스를 따르면 감동은 더 크게 전달되리라.
월정리 바다 빌레(‘너럭바위’ ‘암반지대’를 뜻하는 제주 방언)에는 김창환 작가의 ‘걷다’가 서있다. 사이즈가 장난이 아니다. 꼬박 2주에 걸쳐 작업했다. 작가는 불의 숨길 구간을 걸은 체험과 느낌을 표현했다. 걷는 행위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용암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용암처럼 바다로 계속 나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성산일출봉 응회구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역이다. 성산일출봉 쪽에 두 작품을 설치했다. 먼저 고봉수의 ‘한라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를 상징하는 한라산은 ‘은하수(漢)를 잡아당기는(拏) 높은 산’이라는 뜻이다. 그 한라산을 인간으로 형상화해여 대지 위에 우뚝 선 한라인을 표현했다.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중개자의 모습이다.
박봉기의 ‘호흡’도 전시됐다. 작품외형은 제주섬을 단순화한 모양이지만 내부로 진입하면 용암대지로 형성된 제주의 독특한 지질특성을 떠올리는 공간연출을 구성하고 있다. 작품의 안과 밖을 거닐면 포근함, 아늑함, 신비감에 서서히 젖어 들고 한땀 한땀 수공의 노역으로 제주 판타지의 감성적 비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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