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에 만개한 붉은 꽃...“죽기 직전 가장 화려한 생명의 순환 담았다”

전병현 작가 ‘제주 갤러리 누보’서 개인전
한지 부조로 특유의 질감 살린 작품 선보여
12월 17일 오픈해 내년 2월 17일까지 전시

박정옥 기자 승인 2022.12.16 10:13 의견 0
전병현 작가는 제주돌문화공원 안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에서 ‘WINTER BLOSSOM(겨울 만개)’이라는 타이틀로 한지 부조작업으로 특유의 질감을 살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갤러리 누보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만개(Blossom)란 새 생명을 틔우기 위해 죽기 직전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자연의 순환입니다. 겨울 역경을 딛고 희망을 전달하는 만개의 기운을 함께 하고 싶어요.”

전병현 작가가 제주돌문화공원 안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의 겨울을 백색 달항아리 속에 핀 붉은 꽃·흰 꽃으로 화려하게 수놓는다. 전시 제목은 ‘WINTER BLOSSOM(겨울 만개)’이다. 한지 부조로 태어난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12월 17일(토)부터 내년 2월 17일(금)까지 두 달간 이어진다.

전 작가의 작품은 인상이 강렬하다. 하얀 달항아리 속에서 뻗어 나온 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적 정서에 뿌리에 둔 한지의 두꺼운 마티에르(matiere·질감)를 살려 작가 특유의 색과 형태로 완성했다. 작가는 이를 두고 “우주 생명의 기운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20여 점을 선보인다. 달항아리 속 꽃 작업뿐 아니라 야생의 자연을 뚯하는 필드(Field) 시리즈도 함께 내놓았다. 필드 시리즈는 제주의 곶자왈(‘곶’은 ‘숲’을,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뜻함)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작품들이다.

전병현 작가는 제주돌문화공원 안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에서 ‘WINTER BLOSSOM(겨울 만개)’이라는 타이틀로 한지 부조작업으로 특유의 질감을 살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갤러리 누보 제공


작가는 “겨울에도 생명력이 충만한 제주의 숲과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태양에 스스로 몸을 맡긴 겨울 야생화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아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전 작가는 닥나무를 직접 심고 키운 한지 재료로 작업을 한다.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삶고, 짓이기고, 두들기는 과정을 거쳐 한지죽을 만들어 화면 위에 올린다. 거기에 황토와 돌가루를 입힌 뒤 먹, 유채, 목탄으로 마무리 작업을 한다. 그동안 리얼리즘, 극사실, 색면추상, 사군자 등 다양한 실험을 거쳐 온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한지 부조작업을 개척했다.

전 작가는 제1회(1982)와 2회(1983)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연이어 수상한 후 파리 국립미술학교 유학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서양화를 전공했으면서도 한국적 미감을 살린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실험하면서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창적 작업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병현 작가는 제주돌문화공원 안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에서 ‘WINTER BLOSSOM(겨울 만개)’이라는 타이틀로 한지 부조작업으로 특유의 질감을 살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갤러리 누보 제공


갤러리 누보 송정희 대표는 “제주돌문화공원 숲속에 자리한 갤러리 누보의 겨울은 고즈넉하면서도 숲의 생명력으로 충만하다”라며 “이번 BLOSSOM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단아함과 화려함,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이 제주의 겨울숲과도 잘 어울려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작가는 ‘싹공(삭공(朔空)에서 따온 말)’ 작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삭공은 ‘달처럼 차면 이지러지고 이지러지면 다시 차오른다’는 뜻으로 자연의 순환을 상징한다”며 “이번 전시 제목인 ‘BLOSSOM’도 피고 지는 생명의 순환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전시 오프닝은 12월 17일 오후 4시다. 오프닝에서는 전 작가를 초대해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돼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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