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리즈콩쿠르서 돌연 퇴장한 피아니스트

엄격함 속 자유로움을 지닌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
2월28일 롯데콘서트홀서 2년만의 설레는 내한공연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2.13 22:17 | 최종 수정 2023.02.14 08:14 의견 0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표트로 안데르제프스키가 오는 2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년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SimonFowler/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1990년 영국 리즈 콩쿠르는 쇼킹했다. 한 피아니스트가 경연 도중 돌연 퇴장했지만 오히려 핫이슈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 참가자는 준결승에서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을 압도적으로 연주해 심사위원과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다음곡인 베베른의 변주곡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퇴장했다. 이후 그는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런 연주를 계속 진행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중도 포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해 수상자들을 제치고 콩쿠르가 낳은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는 입버릇처럼 “음악에는 마침표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늘 진지하게 연구한다. 그의 이름은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 1969년생인 그는 자신의 조국 폴란드를 ‘슬라브의 정신과 서유럽의 문화가 모순을 이루어 온 곳’이라고 말한다. 폴란드, 프랑스, 미국에서 공부한 그는 다양한 예술 세계를 접하고 탐구하고 확장시키며 자신만의 독창적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표트로 안데르제프스키가 오는 2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년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 MG de Saint Venant/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영감이 깃든 화려함. 런던 청중이 목격한 가장 숭고한 피아니스트.”(가디언지) “모던 피아노에 부여된 음색의 팔레트를 전부 사용하는 연주자.”(뉴욕타임즈) 세계 유력 언론으로부터 이런 찬사를 받는 안데르제프스키가 2년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안데르제프스키는 바흐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오는 2월 28일(화)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바흐의 파르티타 6번으로 문을 열고, 시마노프스키의 마주르카로 모국(폴란드)의 정서를 보여준다. 두 곡 모두 춤곡풍 재료로 빚은 작품이기 때문에 안데르제프스키가 여는 무도회라고 이름 붙여도 좋다. 국경 넘어 프랑스풍의 춤곡으로 빚은 음악(바흐)과 대지에 흐르는 춤곡의 음악(시마노프스키)이 안데르제프스키의 건반 위에서 만나는 짜릿한 순간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질서 정연하고 면밀한 음렬구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음악의 길을 개척한 베베른의 변주곡과 고난 속에서 샘솟는 눈부신 빛의 소리를 표현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1번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작품의 구성미 속에 깃든 그만의 색채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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