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감성 파고드는 현대음악 매력 속으로...‘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7년만의 내한

강혜선 등 6명 솔로이스트 4월26일 공연
진은숙·최우정·홍성지 등의 작품 연주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4.12 11:09 의견 0
현대음악 연주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솔로이스트 6명이 오는 4월 26일 두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왼쪽부터 르노 데자르뎅(첼로), 제롬 콤테(클라리넷), 강혜선(바이올린), 디미트리 바실라키스(피아노), 엠마뉴엘 오펠(플루트), 사무엘 파브르(퍼커션). ⓒ예술의전당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Ensemble Intercontemporain)’은 1976년 현대음악의 전설적인 존재인 피에르 불레즈(1945~2015)가 창단한 세계 최정상의 현대음악 연주단체다. 우리 시대 가장 혁신적인 음악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세계 음악의 흐름을 주도하는 실험적인 음악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클랑포룸 빈’ ‘앙상블 모데른’ ‘런던 신포니에타’ 등과 함께 현대 음악계를 상징하는 연주단체 중 하나로, 2022년 음악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폴라음악상을 수상했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4월 26일(수) 오후 7시 30분 IBK챔버홀에서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특별음악회의 첫 번째 현대음악시리즈로,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단원 중 6명의 솔로이스트가 참여한다. 2016년 첫 내한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 7년 만에 내한한 6명의 솔로이스트가 전하는 현대음악의 진수

이번 무대는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 첼리스트 르노 데자르뎅, 플루티스트 엠마뉴엘 오펠, 클라리네티스트 제롬 콤테, 퍼커셔니스트 사무엘 파브르, 피아니스트 디미트리 바실라키스의 연주로 채워진다.

특히 ‘현대음악 해석의 대가’로 불리는 강혜선은 1993년 파리 오케스트라 악장이 되면서 피에르 불레즈와 인연을 맺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에 독주자로 합류했다. 그는 필립 마누리, 진은숙의 작품 외에도 파스칼 뒤사팽, 이반 페델레 등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앞다퉈 곡을 헌정하거나 세계 초연을 의뢰했다. 50곡이 넘는 작품을 초연한 최정상 현대음악 솔로이스트다. 현재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DP) 교수로 재직 중이며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불레즈·라이히부터 진은숙·최우정의 작품까지 연주

현대음악 연주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솔로이스트 6명이 오는 4월 26일 두 번째 내한공연을 연다. ⓒ예술의전당 제공


신선한 악기 음색의 조합이 눈길을 끄는 이번 무대를 통해 6명의 솔로이스트가 자유롭게 녹일 다양한 음악적 해석이 기대를 모은다. 피에르 불레즈, 스티브 라이히 등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뿐만 아니라 서양음악 양식에 한국적 가치를 더한 진은숙, 최우정 등 한국 작곡가의 음악으로 청중에게 현대음악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할 예정이다.

앙상블 앵텡콩탱포랭의 창단자이자 초대 음악감독이었던 피에르 불레즈의 두 작품이 연주된다. 피아노가 주축이 되는 짧은 5중주곡인 6개의 악기를 위한 ‘파생 1’은 6개의 화음에서 비롯된 곡이다. 소용돌이 모양의 화음이 바깥쪽으로 터져 나오다가 시작점으로 돌아가며, 고요한 침묵 속 전율을 묘사하며 마무리된다.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는 엄청난 에너지의 연속 작품으로, 20세기 현대 음악을 이끈 작곡가 쇤베르크의 실내 교향곡 1번의 영향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색채 가득한 소리로 견고한 구조를 설계하는 작곡가 홍성지의 5개의 악기를 위한 ‘에스타브로산’도 아시아 초연된다. ‘무지개 빛깔의 청신한 음악’ ‘하모니와 유동적인 강약법이 현대적’이라는 평을 받는 홍성지는 노스 텍사스 대학교 작곡과에 재직 중이며, 독주곡부터 앙상블곡, 오케스트라곡, 합창곡까지 다양한 편성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연이어 연주될 곡은 핀란드 자장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우정의 바이올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루퍼’. 클래식 음악 창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최우정은 실험적인 현대음악에서부터 연극, 음악극, 오페라,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에 작곡돼 강혜선에게 헌정된 필립 마누리의 바이올린을 위한 ‘페르페투움 모빌레’(한국 초연)도 만날 수 있다. 이 곡은 강혜선에 의해 초연됐으며, 필립 마누리의 바이올린 협주곡 시냅스의 한 부분을 발췌해 솔로 바이올린 버전으로 만들었다.

이어 올해 초 아시아 작곡가 최초로 프레장스 페스티벌 ‘작곡가의 초상 시리즈’에 선정된 진은숙의 피아노를 위한 에튀드 제1번 ‘in C’와 호주의 현대음악 작곡가 리자 림의 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잉구즈’가 연주된다. 라틴 아메리카 민속음악에서 가져온 리듬 패턴을 한 쌍의 마라카스로 표현한 하비에르 알바레즈의 한 명의 타악기를 위한 ‘테마즈칼’과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아가타 주벨이 2020년에 작곡한 솔로 베이스드럼을 위한 ‘모노드럼’(한국 초연)도 선보인다.

미니멀리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인 스티브 라이히의 ‘박수 음악’도 기대된다. 이 곡은 악기 없이 반복적인 뮤지션의 리드미컬한 박자감만으로 무대를 채우며 청중들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릴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현대음악의 첫 느낌은 생소할 수 있지만, 연주자들의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순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공연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콜센터,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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