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석까지 매진...안야 빌마이어 ‘말러 교향곡 5번’으로 한국 데뷔

세계 주목받는 45세 여성지휘자 6월9일 서울시향과 첫 호흡
???????DG 최연소 바이올리니스트 로자코비치도 서울시향 데뷔무대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6.07 09:18 | 최종 수정 2023.06.07 09:20 의견 0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동하며 국제 음악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독일 출신의 여성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 오는 6월 9일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 국내 무대에 데뷔한다.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동하며 국제 음악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여성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45)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국내 무대에 데뷔한다. 그가 선택한 곡은 ‘말러 교향곡 5번’. 영화 ‘헤어질 결심’과 ‘타르’를 통해 대중에게 한층 친숙해진 말러 5번을 들으려는 음악 애호가들이 몰리면서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추가 오픈한 합창석 티켓도 예매 시작과 동시에 솔드아웃됐다.

서울시향은 6월 9일(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독일 출신의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가 포디움에 서며, 도이치 그라모폰(DG) 최연소 아티스트인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22)도 서울시향 데뷔 무대를 갖는다.

헤이그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 네덜란드 음악계 사상 두 번째 여성 상임지휘자로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빌마이어가 지휘를 맡는다. 라티 심포니 여성 최초 수석객원지휘자, 그리고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BBC 심포니 등 세계 특급 오케스트라와 경력을 쌓아 온 빌마이어는 얍 판 츠베덴을 음악감독으로 육성한 바 있는 헤이그 레지덴티 오케스트라에서 2021년부터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던 로자코비치가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으며 빌마이어와 함께 처음 서울시향 무대에 선다. 로자코비치는 15세 나이에 DG 최연소 전속 아티스트로 입성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8년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과 무반주 파르티타 2번이 수록된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최근 발매한 ‘Spirits’를 포함해 총 4장의 앨범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1월 프랑스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에서 블랙핑크와 함께 ‘셧다운(Shut Down)’ 샘플링 원곡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연주를 선보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5세때 도이치 그라모폰 최연소 전속 아티스트로 입성한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오는 6월 9일 서울시향 데뷔무대를 갖는다. ⓒ서울시향 제공


1부는 21세기 바이올린 신동으로 불리는 로자코비치가 우아하고 풍부한 선율이 매력적인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생상스가 작곡한 총 10곡의 협주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으로 꼽힌다. ‘스페인의 파가니니’로 불리던 당대의 거장 사라사테에게 헌정돼 그에 의해 1880년 10월 초연됐다. 독일적 형식미와 프랑스적 재치, 스페인적 정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바이올린의 눈부신 기교와 서정적 요소가 풍부하다.

1악장은 현의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시작해 강렬하고 화려한 바이올린의 독주와 고운 선율이 절묘하게 대비를 이룬다. 2악장은 우아한 바이올린의 선율에 편안하고 쾌적하게 출렁이는 목관악기의 음형이 이탈리아 풍의 뱃노래를 생각나게 한다. 후반부에는 파가니니와 사라사테가 사랑했던 아르페지오네 기법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3악장 피날레는 바이올린의 레치타티보로 강렬하게 시작해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열정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어 바이올린의 불꽃 튀기는 스피카토로 극적인 음악을 선보이다가도 중간 부분에 정적인 코랄 선율로 숨죽이며 강렬한 대조를 형성한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다가 장쾌하게 마무리한다.

2부에서는 2015년 6월 서울시향이 DG와 음반을 발매하여 호평을 받았던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말러 5번은 1971년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4악장 ‘아다지에토’가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유명해졌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돼 서사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며 미장센과 독특한 색채가 만나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는 애정과 상실, 인간 내면의 보편적인 감정들이 담긴 말러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

말러 5번은 1901년 말러가 41세가 되던 해에 만들기 시작해 19세 연하 알마 쉰들러를 만나 사랑에 빠진 1902년 가을 완성한 곡으로 5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말러는 알마와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결혼을 생각하던 시기였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건강 악화로 죽음의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러한 근심과 걱정, 환희가 교차하는 말러의 생애가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교향곡 5번은 ‘암흑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전통적인 독일 교향곡 전개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5악장 3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1악장과 2악장은 하나로 묶어 1부를, 거대한 스케르초인 3악장은 단독으로 2부를 구성하며,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4악장 아다지에토와 5악장을 묶어 3부로 나뉜다.

1악장은 장엄한 트럼펫 팡파르로 시작해 구슬픈 멜로디의 장송행진곡이 연주되며, 2악장은 격렬한 분노가 이어지며 도중에 승리와 환호의 코랄이 등장하지만 결국 좌초되며 쓸쓸히 악장의 끝을 맺는다.

거대한 스케르초로 불리는 3악장은 형식적으로도 매우 복잡하게 구성돼 있고, 시골풍 춤곡인 렌틀러와 간주곡 부분에서는 호른이 협주곡처럼 솔로를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4악장 아다지에토는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으로 오직 현악기와 하프만으로 연주해 달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존재의 슬픔과 고독감이 공존하는 악장이다. 론도 형식의 피날레 5악장은 푸가와 코랄의 화려한 불꽃놀이로 환희의 순간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하며 무대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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