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 픽콘서트] 팜므파탈의 요염함과 충격적인 결말...파격의 ‘살로메’ 높은 점수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화제의 개막작
20세기 작곡된 오페라 중 최고의 걸작
​​​​​​​회전무대로 표현한 극적상황 변환 어필

손민수 객원기자 승인 2023.11.22 15:26 의견 0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공연되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제공


[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해를 거듭할수록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이 지난 10월 6일 막이 올랐다. 개막작으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무대에 올랐다.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오페라다. 대구가 지방의 한 도시라고 여길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작품 선택이다. 작년에도 ‘니벨룽의 반지’를 하루에 한 편씩 전체 4부를 나흘간 했다. 서울에서도 하기 힘든 공연을 거뜬히 해냈다. 연일 만석을 이루면서 말이다.

그런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올해는 슈트라우스의 화제작 2개를 올렸다. 그 첫 번째가 ‘살로메’고 다른 하나는 ‘엘렉트라’다. 특히 ‘엘렉트라’는 국내 초연이기도 하다. ‘살로메’도 전막 공연으로는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에서가 처음이다. 그만큼 기대와 화제가 컸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 이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불린다. ‘살로메’는 20세기에 작곡된 오페라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다. 1905년 12월 9일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1891년에 쓴 희곡이 바탕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공연되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제공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공연되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제공


내용은 성경에 나오는 그대로다. 유럽에서 오페라 ‘살로메’가 공연됐을 때는 쇼킹한 장면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근친성교, 누드, 살인 그리고 살로메가 잘린 세례 요한의 머리를 붙잡고 입술에 키스하는 장면들로 공연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공연에서도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큼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미하엘 슈투르밍어 연출은 파격적이었다. 무대는 유리벽 세트로 4개의 공간을 나누었다. 스토리에 맞게 각각의 공간 설정으로 회전한다. 요즘 오페라 무대에서 흔히들 쓰는 방식이다. 이 회전무대를 사용하면 무대 전환이 빠르고 얘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효과적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보여준 무대는 스토리의 극적 효과를 살리기에 탁월했다. 반투명 유리에 반사되거나 오버랩 되는 조명의 효과로 세례요한의 죽음과 살로메의 관능적인 춤이 잘 표현됐다.

오페라 ‘살로메’는 현대적 상황으로 만들어 보다 감각적이다. 살로메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나 가블러는 세계적인 바그너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처음 시작은 소리가 약했지만 점점 고조되는 성량은 객석을 완전히 압도했다. 그가 보여준 연기력도 출중했다. 특히 팜므파탈처럼 헤롯왕을 유혹하는 ‘일곱 베일의 춤’ 장면은 회전하는 무대로 인한 극적인 조명효과로 신비감을 충분히 발휘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공연되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제공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공연되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제공


헤롯왕 역을 맡은 테너 볼프강 아블링어 슈페어하케는 권력과 부를 한번에 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설정으로 자신의 책임을 감추려 한다. 노래는 살로메와 적절하게 밀고 당기며 때로는 조롱 섞인 톤으로 이끌어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헤로디아스 역의 메조소프라노 하이케 베셀이다. 그는 살로메와 헤롯왕을 향해 분노와 조롱을 뒤섞은 노래를 내뿜는데 관객들에게 그 다음을 궁금하게 했다. 특히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연기는 자신의 성격을 강렬하게 전달하고자 설정한 디테일이 놀랍다. 다소 묵직한 걸음걸이와 메조소프라노답게 낮게 깔리는 소리는 긴장감을 더 높였다.

보통 오페라는 2막 이상으로 나뉘고 공연시간이 기본 3시간 이상 되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 오페라 ‘살로메’는 1막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 휴식이 없이 약 1시간45분 동안 계속된다. 따라서 주인공인 살로메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가 드라마틱하게 노래를 해야 하기에 성량도 풍부해야 하고 춤까지 추는 연기로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된다.

무대에 올리기 힘든 소재와 내용을 가지고 있는 ‘살로메’를 과감하게 개막작으로 선정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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