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장성은 객원기자(공연평론가)] 대구를 떠 올리면 맨 먼저 음악의 도시로 유명하다. 그것도 ‘오페라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대구를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제일모직 공장부지에 근사한 현대적 감각의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면서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이 시작됐다. 이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이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평균 객석 점유율 84%를 기록하며 오페라 단일분야로는 엄청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 전통·공연예술부문 국고지원사업 평가에서 최우수(A) 등급을 차지할 만큼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그것도 오페라라는 공연으로 말이다.
이후 2005년, 2008년, 2009년 음악분야 3위와 2006년에는 음악분야 1위 및 전체 3위를 차지했다. 2011년 음악분야 1위를 차지했고 특히 2010년 최우수(A) 등급과 전체 3위 그리고 2012년 최우수(A) 등급을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명실상부한 오페라의 도시 대구로 각인시켰다. 매년 오페라페스티벌이 열리면 5만여명의 관객이 다녀간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분야 대한민국 유일의 제작극장으로서 오페라 제작과 공연은 물론 시민을 위한 예술교육프로그램과 성악가를 위한 오픈 스튜디오도 운영해오고 있다. 시즌공연과 오페라축제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관장을 만나 20주년을 맞는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의 얘기를 들어본다.
-먼저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20주년을 축하한다. 올해의 콘셉트와 전체 행사 계획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10월 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대구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오페라 다섯 작품은 모두 가장 어둡고 가장 뜨거운 비극 작품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고 했다. 비극을 관람함으로써 관객들은 오히려 쌓여 있던 그리고 눌려 있던 감정의 ‘정화’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 이번 축제의 주제인 ‘다시, 새롭게!’도 같은 맥락에서 말씀드릴 수 있다. 여러 관객께서 깊이 있는 비극을 통해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고 한순간 새로워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았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세월인데 20주년을 맞아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려웠겠다. 게다가 관장님께서 맡아 하는 첫 오페라 축제인데.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가 한창 왕성하게 연출 활동을 하던 때부터 고향 같았던 곳이다. 수많은 선배 음악인들의 노력과 땀이 흘려 있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영광의 20주년을 맞이했다니 관장으로서 또 오페라인으로서 굉장히 감회가 새롭다. 2021년부터 예술감독으로 근무하면서 두 번의 축제를 총괄한 바 있지만 관장의 자리에서 맞이한 올해 축제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축제의 작품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특히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하고 관장께서 직접 예술감독을 맡은 개막작 ‘살로메’가 관심이 간다.
“해당 프로덕션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잘츠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연출가 미하엘 슈트루밍어가 연출한 프로덕션이다. 2018년 오스트리아 음악극상 선정 ‘최우수 오페라 작품상’을 수상한 프로덕션으로 현대적인 무드의 의상과 무대디자인, 회전무대를 활용한 연출이 돋보이며 차가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게다가 ‘엘렉트라’라는 작품이 한국 최초로 이번 대구국제오페라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한 번도 공연되지 않았지만 ‘엘렉트라’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품 세계의 절정이라고 할 만큼 그의 음악세계가 진하게 녹아있는 오페라다. ‘살로메’도 매혹적인 작품이지만 ‘엘렉트라’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여러 오페라 중에서도 그가 가진 음악세계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022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투란도트’를 연출한 바 있는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발레극장의 극장장 플라멘 카르탈로프가 연출한 이번 ‘엘렉트라’는 한국에서처럼 불가리아에서도 처음으로 공연된 프로덕션이다. 회전무대에 세워진 심플한 구조물을 메인으로 하며 강렬한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는 등 굉장히 미니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최고의 하이라이트 작품 2개가 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작품인데다가 비극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를 잇는 독일의 대표 작곡가로 바그너에서 한 단계 나아간 현대적인 음악을 선보인 관현악의 대가다. 오페라축제의 2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통해 오페라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음악적인 경험을 선사하고자 준비했다. 슈트라우스뿐만 아니라 베르디의 오페라들을 포함해서 이번에 선보이는 오페라 다섯 작품은 모두 가장 어둡고, 가장 뜨거운 비극 작품들이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고 했다. 비극을 관람함으로써 관객들은 오히려 쌓여 있던 눌려 있던 감정의 ‘정화’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
-서울시오페라단과 국립오페라단의 초청 작품도 있던데 그리고 지역 오페라단 제작 작품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그동안 자체제작 오페라는 물론 독일과 이탈리아 등 해외 유수 극장에서 초청하거나 합작한 작품들을 다수 선보여왔다. 이번 20주년을 맞아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서울시오페라단과 국립오페라단, 영남오페라단을 축제에 초청해 오페라축제의 지역적인 범위를 더욱 확장하게 됐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리골레토’와 국립오페라단의 ‘맥베스’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관객에게 선보여 크게 호평 받은 작품들이고 영남오페라단의 ‘오텔로’는 새롭게 제작되는 작품이다. 국내 오페라단이 제작한 우수 프로덕션을 대구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
-관장님께서 처음 취임해서 대구를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중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오페라 시즌제와 오페라 시상식 확대이다. 계획대로 되어가는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올해 4월, 처음으로 도입하게 된 유럽형 시즌제를 통해 총 세 편의 오페라를 연속해서 공연한 바 있다. 금요일에는 ‘토스카’, 토요일에는 ‘세비야의 이발사’, 일요일에는 ‘피가로의 결혼’을 무대에 올려 주말 동안 대구에 머무는 관객들이 최대 세 편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처럼 매일 다른 작품을 연달아 공연하는 경우는 국내 최초로 무대 전환과 활용이 용이하도록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등 오페라 전문 제작극장으로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또한 연초에 계획했던대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올해 오페라축제를 빛낸 오페라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야 오페라어워즈’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외 극장과의 교류도 할 것이라고 했다. 잘 돼 가나.
“한 편의 잘 만든 오페라는 성악은 물론이고 관현악, 미술, 패션, 무용에 이르기까지 한 국가의 전체적인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이어가고 있는 해외극장과의 공연 교류는 한국의 우수한 예술 역량을 해외에 선보이는 것과 같다. 오는 11월에는 이탈리아 페라라 극장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투란도트’를 공연할 예정이며 루마니아(2024), 에스토니아(2025), 독일 만하임(2026)으로의 진출이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의 오페라를 해외에 공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각지의 우수 프로덕션들을 국내 관객들에게 보여드리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 이미 지나간 행사지만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264, 그 한 개의 별’이다. 대구가 낳은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이육사에 대한 것으로 안다. 이 작품에 대해 설명해 달라.
“‘264, 그 한 개의 별’은 2021년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꾸준히 추진해 온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연구회’ 사업의 결실이다. 대구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의지가 담겨있는 수작(秀作)이다. ‘왜 우리의 창작 오페라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스스로 되물어 보았을 때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정체성과 감성이 담긴 음악으로 오페라가 창작될 때 예술을 마주하는 관객들에게 진정 어린 감동을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의 정체성과 서사가 담긴 이야기와 음악의 힘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는 대구오페라하우스 브랜드 오페라 개발의 초석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올해 축제 예산이 많이 깎였다고 들었다. 오페라는 대규모 작품이면서 대규모의 인원이 출연하는 것으로 일자리 창출에 한 몫을 한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예산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오페라 제작 예산이 조정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기존에 공연했던 작품들의 무대와 의상을 활용해 재연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산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3월에서 4월에 걸쳐 공연한 세 편의 시즌오페라 작품 역시 한 편은 재공연 프로덕션이었으며 두 편은 기존에 보유한 무대 및 의상을 활용한 새로운 프로덕션들이었다. 제작극장으로서 오랜 시간동안 축적해 온 자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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