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에 전성기’ 브라질 피아니스트 넬손 프레이레 사망...향년 77세

2007년 62세에 녹음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으로 세계적 명성

민은기 기자 승인 2021.11.02 00:26 | 최종 수정 2021.11.02 08:28 의견 0
브라질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넬손 프레이레가 1일 사망했다. Ⓒ클래식비즈 DB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브라질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넬손 프레이레가 1일 사망했다. 향년 77세.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한창 이름을 날릴 30대와 40대에 ‘자발적 고립’에 나선 뒤, 60대에 전성기를 맞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프레이레는 2년 전 거리에서 어깨 부상을 입어 오랫동안 투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선임됐으나 끝내 현장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프레이레는 1944년 브라질의 이파네마에서 태어났다. 3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의 이름이 ‘브라질 전국구’로 떠오른 것은 1956년 12세 때다. 제1회 리우데자네이루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해 우승했다.

이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나 저명한 교수인 브루노 자이들호퍼에게 사사했다. 20세 때인 1964년 리스본에서 열린 비안나 다 모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브라질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넬손 프레이레가 1일 사망했다. 사진은 프레이레가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와 공연을 마친 뒤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 Ⓒ클래식비즈 DB


하지만 활짝 꽃 필 시기인 30대에 이르러 프레이레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는 나중에 “사람들의 관심과 스스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연주를 하고 싶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나이가 엇비슷한 마르타 아르헤리치, 마우리치오 폴리니, 다니엘 바렌보임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는 연주 횟수를 줄이고 자신과의 긴 싸움에 몰두했다.

대중과의 접촉을 극도로 줄인 프레이레는 50대를 넘겨 비로소 연주와 녹음 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62세에 녹음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앨범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리카르도 샤이의 지휘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음반이 그라모폰 음반상을 수상했다.

이 앨범의 성공으로 60대에 전성기를 맞으며 많은 연주 활동을 했고 2007년 12월 내한해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브람스 협주곡 2번을 연주해 찬사를 받았다.

그는 아르헤리치와 바렌보임처럼 강렬한 개성을 표출하지는 못했지만 고도의 기교, 내적인 충실, 그리고 순수하고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젊은 연주자들은 간혹 자신의 재능을 단번에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럴 때 중요한 건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프레이레는 이처럼 비록 걸음은 느렸지만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을 걸어간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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