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쥬베니스 퀸텟’이 제6회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에서 세자르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 f단조’를 연주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예원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쥬베니스 퀸텟’이 제6회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에서 세자르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 f단조’를 연주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공연이 시작되기 전 로비에서 심희정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조직위원장(제주대 교수)을 잠시 만났다. 첫 마디가 ‘쥬베니스 퀸텟’의 실력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서운 샛별들이다. 리허설을 지켜보던 김다미 교수도 깜짝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음악회를 공동주최한 제주문예진흥원의 김태관 원장도 “예원학교 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팀인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재능 있는 연주자들의 공연을 자주 선보여 세계무대로 발돋움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의 보람이다”고 거들었다.

이 앙상블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회 제주국제실내악콩쿠르 주니어부문 1위 수상팀이다. 이형동(피아노), 김래은(바이올린), 백서연(바이올린), 유민석(비올라), 채지웅(첼로)으로 구성된 피아노 5중주단이다. 모두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다니고 있는 음악영재들.

제6회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출연자들이 공연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쥬베니스 퀸텟은 9일 제주문예회관서 열린 제6회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JICMF)의 두 번째 메인콘서트 ‘구조의 미학’에서 실력을 뽐냈다. 20~30년 후 세계를 뒤흔들 클래식 스타들을 미리 만나보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했다.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피아노 5중주 f단조’를 연주했다. 뛰어난 오르가니스트였던 프랑크는 50세부터 파리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했다. 그 때 가르치던 제자를 남몰래 사랑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1악장은 활의 장엄한 도입부를 지나자 피아노가 뒤를 받쳐주며 두 번을 되풀이했다. 오케스트라급 사운드를 펼치며 탄탄하면서도 섬세한 연주를 선보였다. 3악장은 긴장감이 넘쳤다. 짧게 짧게 끊어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탁 봐도 사이즈가 있는 곡인데 어른들 뺨치는 역량을 보여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쉬움도 있었다. 더 듣고 싶었는데 2악장을 연주하지 않아 속상했다.

바이올린 김다미·첼로 이강호·피아노 이민영이 팀을 이룬 트리오가 하이든의 피아노 삼중주 39번 G장조 ‘집시’를 연주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바이올린 김다미·첼로 이강호·피아노 이민영이 팀을 이룬 트리오가 하이든의 피아노 삼중주 39번 G장조 ‘집시’를 연주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바이올린 김다미(서울대 교수)·첼로 이강호(한예종 교수)·피아노 이민영(동덕여대 교수)이 팀을 이룬 트리오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제프 하이든(1732~1890)의 피아노 삼중주 39번 G장조 ‘집시’를 선사했다. 에스터하지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안락한 음악 생활을 향유했던 편안함이 곡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1악장은 바이올린이 밝게 치고 나가자 첼로와 피아노가 “함께 놀자”라며 뒤쫓아 갔다. 피아노의 나풀나풀 걸음이 싱그럽다. 2악장은 피아노가 리드하자 바이올린과 첼로가 뒤를 따른다. 바이올린의 가녀린 선율이 가슴을 두드린다. 내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듯한 세 사람의 티키타카가 아름답다. 3악장은 활기가 넘쳤다.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한껏 스피드를 높이다가 슬쩍 멈추기도 하는 등 밀당의 묘미가 재미있다. “기분 좋은 밤입니다. 우리 술 한잔 하고 춤도 한번 춥시다”라는 흥겨움이 느껴졌다.

바이올린 김다미·바이올린 한경진·비올라 서수민·첼로 이강호로 구성된 팀이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현악 4중주 g단조 ‘바이킹’을 연주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바이올린 김다미·바이올린 한경진·비올라 서수민·첼로 이강호로 구성된 팀이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현악 4중주 g단조 ‘바이킹’을 연주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노르웨이 국민 작곡가인 에드바르드 그리그(1843~1907)의 현악 4중주 g단조 ‘바이킹’은 바이올린 김다미·바이올린 한경진(경북대 교수)·비올라 서수민(추계예대 교수)·첼로 이강호가 들려줬다.

한바탕 격렬함이 지난간 뒤 고요함이 이어졌고, 첼로 소리는 맑은 빙하 밑을 흐르는 투명한 물길이 연상됐다.(1악장) 김다미는 살짝 땀을 닦은 뒤 춤곡 분위기를 이끌었고(2악장), 다음 악장에서는 첼로의 리드가 돋보였다.(3악장) 4악장은 오케스트라 연주가 오버랩됐다. 비올라 악보가 흘러 내렸지만 침착하게 연주를 이어갔고 소리를 때에 맞춰 크게 여리게 조절하는 스킬이 돋보였다. 퍼펙트 하모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심희정 조직위원장(가운데)이 공연을 마친 뒤 출연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제공


심희정 조직위원장은 “올해로 여섯 번째 진행된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은 ‘유럽에서 제주까지’라는 주제로 정통 클래식의 메카 유럽의 음악과 제주를 담은 특별한 노래로 꾸몄다”며 “국내외 저명 연주자와 제주를 대표하는 연주자가 협업으로 마련한 축제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6회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은 8일부터 16일까지 제주문예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열렸다. 국내외 정상급 음악가들의 개막·폐막공연을 포함한 5번의 메인 콘서트와 3번의 하우스 콘서트로 구성됐다. 올해는 더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서울대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진과 전문 연주단체 등 정상의 클래식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해 지난해보다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진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났다.

8일 열린 개막공연 ‘제주로의 초대’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대 백주영 교수(바이올린), 연세대 김상진 교수(비올라), 영화 ‘호로비츠를 위해’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김정원, 클래식계의 아이돌 첼리스트 심준호가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 Op.47’를 들려줬다. 제주국제실내악페스티벌 상주단체인 ‘앙상블 데어 토니카’는 글리에르의 ‘현악팔중주 Op.5’를, 강석연(오보에)·오성종(첼로)·원양하(피아노)·한소영(소프라노)은 현석주의 ‘Ob·Ve·Pf·Vo를 위한 사중주 나비가시오’를 연주했다.

10일 열린 세 번째 메인공연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는 서울대 김민지 교수(첼로), 서울대 김규연 교수(피아노), 제주대 심희정 교수(피아노) 등이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선사했다. 제2회 제주국제실내악콩쿠르 아티스트 부문 공동2위 수상팀 ‘아멜리콰르텟’은 드보르자크의 ‘현악사중주 12번’을 연주했다.

‘프랑스의 품격’이라는 타이틀로 준비한 네 번째 메인공연(15일)은 비탈리, 크라이슬러, 브뷔시, 플랑의 곡을 들려줬다.

폐막공연(16일)은 ‘평화와 화합의 섬 제주’라는 제목으로 개최됐다. ‘문트리오’가 로타의 ‘플루트·바이올린·피아노를 위한 삼중주’를, 대만국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악장·수석연주자로 구성된 ‘스트링콰르텟’이 브로딘의 ‘현악사중주 2번’을 연주했다. 또한 민유경·김민희·에르완 리샤·장은경·박노을·박소현은 현악육중주로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을 들려줬다.

대극장에서 5일 동안 열린 메인 공연은 전 예술의전당 사장 김용배 교수가 직접 콘서트 가이드로 나서 곡을 설명하는 등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소극장에서는 ‘라이징 스타 콘서트’(12일) ‘유럽에서 제주까지’(13일) ‘유럽의 향기’(14일) 등 세 차례 하우스 콘서트가 진행됐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