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연주자·DG 간판스타·러브콜 유발자...핫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3명 한국 첫선

코파친스카야·바티아슈빌리·베헬레
서울시향과 3월에 2번씩 협연무대
잉고 메츠마허·오스모 벤스케 지휘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2.27 11:27 | 최종 수정 2023.02.27 11:38 의견 0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리사 바티아슈빌리·엘리나 베헬레(왼쪽부터) 등 요즘 가장 핫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3명이 3월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 한국 첫 공연에 나선다.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간혹 무대에서 신발을 벗어던진 채 연주해 ‘맨발의 피들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도이치 그라모폰의 간판스타 리사 바티아슈빌리,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엘리나 베헬레.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세 명이 3월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한국 관객과 첫 만남을 갖는다.

이들이 연주할 곡도 엑설런트하다. 소비에트 정치적 위기 때문에 7년을 서랍 속에 보관했다가 스탈린 사후에 세상의 빛을 본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시벨리우스가 남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1905년 개정판),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 버전(1903·1904년 원본)을 들려준다.

서울시향은 3월에 모두 6회의 정기공연을 선보인다. ‘게르만 지휘 혈통 계승자’ 잉고 메츠마허가 두 번 포디움에 오르며 지난해 12월 낙상 사고 부상에서 회복한 오스모 벤스케가 오랜만에 서울시향 지휘봉을 잡는다.

● 잉고 메츠마허·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가 선보이는 첫 내한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가 3월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 한국 첫 공연에 나선다.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은 10일(금)과 11일(토) 롯데콘서트홀에서 ‘코파친스카야의 쇼스타코비치 ① ②’를 개최한다.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더불어 게르만 지휘 혈통을 계승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가 포디움에 서고, 세계 톱 오케스트라 섭외 1순위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가 첫 내한 공연을 연다.

1부에서 코파친스카야가 연주할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1948년에 작곡됐다. 당시 정치적 문화예술 검열로 작곡 이후 7년이 흐른 1955년 10월 29일, 그의 친구이자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의 협연, 예브게니 므라빈스키 지휘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됐다. 바이올린 솔로가 차분하면서 흡입력 있는 도입부를 연주하며, 3악장은 파사칼리아 변주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짙은 비애감을 풍긴다. 후반부에는 장대한 카덴차와 화려한 테크닉으로 활기차게 마침표를 찍는다.

게르만 지휘 혈통을 계승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 지휘자 잉고 메츠마허가 3월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서울시향 제공


2부에서는 엄격하고 심오한 대위법의 정수를 보여주는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브루크너는 이 심포니를 가리켜 ‘환상 교향곡’으로 부르기도 했다. 19세기 후반에 작곡된 교향곡임에도 전 악장에 걸쳐 파이프오르간 풍의 거대한 음향이 강조돼 순수하고 정제된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4악장에서는 장대한 푸가가 펼쳐지며 웅장한 마무리로 대미를 장식한다.

1878년 완성한 5번 교향곡은 브루크너의 다른 교향곡과 달리 과거 지향적이며 종교적 색채가 짙다. 장중하고 호화로운 울림이 있다. 바로크 음악에 사용된 ‘기초 저음’을 모티브로 해 바흐가 애용한 푸가와 카톨릭 교회 음악의 양식을 보여주는 코랄풍이 돋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노바크가 편집한 오리지널 버전의 악보로 연주한다.

● 세계적 클래식 스타 리사 바티아슈빌리와의 설레는 첫 만남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슈빌리가 3월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 한국 첫 공연에 나선다. ⓒ서울시향 제공


‘리사 바티아슈빌리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① ②’는 24일(금)과 25일(토)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낙상 사고 부상에서 회복한 오스모 벤스케가 오랜만에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도이치 그라모폰 간판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 중인 바티아슈빌리와 시벨리우스 협주곡으로 케미를 이룬다.

바티아슈빌리는 1995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입상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독일 바이올리니스트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인연으로 핀란드 작곡가 망누스 린드베리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헌정할 만큼 핀란드에서 남다른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처음으로 서울시향 무대에 선다.

서곡은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28세의 젊은 날에 쓴 ‘카렐리아 모음곡’을 들려준다.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카렐리아 지방의 주요 역사를 다룬 11곡 중 작곡가 자신이 3곡만 고른 모음곡이다. 세 곡을 모두 합쳐도 15분 남짓한 소품이지만 경쾌하고 소박한 정서를 세련된 선율과 화성법으로 다룬 행진곡풍의 곡이다.

지난해 12월 낙상 사고 부상에서 회복한 오스모 벤스케가 오랜만에 3월에 서울시향 지휘봉을 잡는다. ⓒ서울시향 제공


1부에서는 바티아슈빌리가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시벨리우스가 바이올린의 음색을 뛰어나게 묘사한 작품으로 고전파 후기 교향악적 구성과 북유럽의 순수한 서정을 담은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이다.

2부는 시벨리우스 관현악 작품 중 가장 간결하고 소리의 정수만 추출해 밀도 높게 완성한 교향곡 6번이 연주된다. 작곡가는 ‘첫눈의 향수’가 떠오르는 곡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온화하다. ‘교향곡의 틀 안에서 쓰인 시’로 일컬어지는 6번 교향곡은 자유로운 선율과 다이내믹한 분위기로 상상력을 자극하며 수수께끼 같은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 한국 초연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 버전 선보여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가 3월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 한국 첫 공연에 나선다. ⓒ서울시향 제공


3월 마지막 정기공연은 30일(목)과 31일(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023년 한국·핀란드 수교 50주년을 맞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 버전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며,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특히 이날 공연은 시벨리우스 가문으로부터 협주곡 연주를 허락받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핀란드 바이올리니스트 엘리나 베헬레를 섭외해 성사된 무대다.

베헬레는 12세에 벤스케에게 젊은 명연주자로 발탁돼 지금까지 긴밀한 음악적 유대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 버전을 연주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연주자 중 하나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1903·1904년 오리지널 판본보다 1905년 개정판이 주로 연주되기 때문에 이번 무대에서 오리지널 버전을 실연으로 들을 수 있다.

이 협주곡은 마지막 악장이 기교적으로 복잡하고 까다로운 난곡으로 초연 뒤에 오리지널 버전이 상당 부분 수정됐다. 오리지널 판본은 개정판과는 달리 이질적인 구성과 리듬, 아름다운 선율과 전조의 변형으로 다른 느낌을 준다. 오리지널에는 두 번의 카덴차가 있지만 개정판에는 한 번의 카덴차로 줄었고, 개작하면서 바이올린의 초절기교적 테크닉과 잔선율이 소거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카덴차의 풍미를 느껴볼 수 있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은 시벨리우스가 남긴 7곡의 교향곡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2번 교향곡이다. 핀란드의 키 높은 침엽수가 무성한 숲과 잔잔한 호수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으로 자연 풍경과 향취가 농후하게 느껴져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2악장은 죽음을 상징하는 석상 손님을 맞이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최후를 연상케 하며, 베토벤의 오마주 같은 3악장은 죽음의 역경을 딛고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지막은 비감과 희망이 섞인 찬가풍의 사운드로 비장하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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