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왼쪽)와 파파게노 역을 맡은 바리톤 김기훈이 능청스러운 티키타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이쪽으로 쭉 가면 광화문이고, 저쪽은 경복궁. 그럼 여기는 어디겠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와 파파게노 역을 맡은 바리톤 김기훈이 능청스러운 ‘티키타카 연기’를 선보이자 폭소가 터졌다. 한국어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공개연습에서 대사를 주고받으며 찰떡케미를 뽐냈다.
모차르트 최후의 역작으로 꼽히는 ‘마술피리’가 오는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나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유럽과 국내 무대에서 활약 중인 ‘국가대표 성악가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어로 오페라가 제작되던 시기에 외국어인 이탈리아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서민들을 위해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있는 독일어 노래극 ‘징슈필’로 만들어졌다.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은 아리아 등 노래를 제외한 중간 대사를 한국어로 한다.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왕자 타미노가 밤의 여왕의 딸인 파미나를 구출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에 가곡·민요·종교음악·오페라 등이 어우러지며 초연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김건우와 김기훈의 코믹 호흡은 죽이 척척 맞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새를 잡아 밤의 여왕에게 바친다고? 너 사람 맞아?” “내가 새를 잡는다고 나를 새로 아나….” 두 성악가의 감칠맛 대사에 연습실은 이내 웃음으로 가득 찼다.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 역을 맡은 바리톤 김기훈(왼쪽)과 파미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황수미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 역을 맡은 바리톤 김기훈(오른쪽)과 파미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황수미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술피리’ 출연자들이 공개연습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여왕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효영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이번 ‘마술피리’를 위해 톱 성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인공 파미나는 소프라노 김순영과 황수미, 타미노는 테너 박성근과 김건우가 맡는다. 감초 역인 파파게노는 바리톤 양준모와 김기훈이 출연한다. 밤의 여왕은 소프라노 유성녀와 김효영이 캐스팅됐고, 차라스트로는 베이스 임철민과 이준석이 번갈아 등장한다. 이들 모두는 “훌륭한 동료들과 공연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서로에게 깊은 신뢰를 보냈다.
공개연습에는 출연진의 질의응답에 이어 1막 시연도 함께 진행됐다. 밤의 여왕 을 맡은 김효영은 아리아 ‘두려워 말거라, 젊은이여’에서 초절정의 기교와 극적인 고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줬고 파파게노 김기훈은 아리아 ‘나는 새잡이!’에서 숲을 누비며 새를 잡는 듯한 연기로 즐거움을 전해줬다.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역을 맡은 테너 김건우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이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황수미는 한국에서 출연하는 첫 오페라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독일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한 역도 파미나여서 내겐 소중한 작품이다”라며 “한국에서의 오페라 데뷔라 관객과의 만남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독일 하노버 극장에서 주역가수로 활약 후 지난해부터 연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박성근은 “유럽의 선진 극장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견고하고 잘 준비된 제작환경에 감동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은 매우 큰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6년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유럽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 중인 김건우는 “한국 동료가 그리웠는데 우리말로 작업하는 기회를 얻게 된 것 자체가 기쁘다”며 “타미노와 단짝인 파파게노 역의 김기훈과 함께 연기하는 것도 처음인데 워낙 실력 있는 친구라 호흡이 잘 맞는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2021년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떠오르는 성악계 스타 김기훈은 “(연세대) 선배인 존경하는 바리톤 양준모와 함께 파파게노 역을 맡게 됐다”며 “앞으로의 출연작이 대체로 무거운 역할이라 코믹한 파파게노를 최대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출연진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준모, 박성근, 김순영, 박혜진, 김효영, 김건우, 김기훈, 이준석.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연출은 뮤지컬 ‘이프덴’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의 무대·영상 디자이너를 맡았던 조수현이 맡는다. 그는 작품이 가진 동화적인 요소를 무대에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관객들이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대 영상으로 유명한 조수현 연출과 작업하게 됐다”며 “3D 영화를 보듯 현실감 있는 오페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적인 색깔을 입혀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병욱이 지휘를 맡고, 서울시합창단·마에스타 오페라 합창단·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참여해 ‘마술피리’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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