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순 ‘유리병속 동백꽃’·김숙영 ‘여왕의 의상교체’ 등 연출 구성 살짝 공개

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8개 작품 공연
올해는 대전서도 공연 ‘축제의 전국화’ 첫 걸음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4.26 11:12 | 최종 수정 2023.04.26 18:58 의견 0
올해로 14회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다음달 서울과 대전에서 열리는 가운데 관계자들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페라팩토리 박경태 대표,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단장, 글로리아오페라단 양수화 단장,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신선섭 대표, 대전오페라단 지은주 대표,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감독, 아트로 육성호 대표.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라 훨씬 더 어려워요. 섣부른 시도를 하면 오히려 리스크가 큽니다. 그래서 작품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려고 해요. 원작인 ‘동백꽃 아가씨’의 모티브를 살려 투병한 유리병에 갇힌 동백꽃을 무대로 활용합니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끝내 해방되지 못하는 비올레타를 상징하죠.”(‘라 트라비아타’ 최이순 연출)

“국내 초연이라 부담이 됩니다. 성악가들에게 영국 역사를 공부하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몇백년 전 유럽에서 일어난 일을 2시간 안에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공부도 안하면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겠어요. 비록 원작의 스토리는 탄탄하지 않지만, 음악이 들어가고 열정이 들어가고 노래가 들어가기 때문에 탄탄해집니다. 다이나믹한 무대를 선보일 겁니다. 여왕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에서 시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방법으로 역동적 모습을 보여주죠. 의상교체 장면 기대하세요.”(‘로베르토 데브뢰’ 김숙영 연출)

올해로 14회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다음달 서울과 대전에서 열리는 가운데 최이순 연출과 김숙영 연출 등이 작품의 구성을 살짝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은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월 4일(목)부터 6월 25일(일)까지 열리는 페스티벌 기간 중 선보일 작품을 소개했다.

올해는 축제 전야제인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대극장 오페라 6편, 어린이 오페라 2편 모두 8편을 공연한다.

올해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페스티벌 전국화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대전오페라단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6월 9∼11일)에 올린다. 2010년 페스티벌이 시작된 후 지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신선섭 대표(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는 “팬데믹 이후 되찾은 소중한 일상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며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오페라와 어린이 오페라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즐겁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처음으로 지역에서도 페스티벌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늘 페스티벌의 전국화를 꿈꿔왔는데 이번을 시작으로 지역 관객에게도 축제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쉬운 점도 토로했더. 그는 “예산이 넉넉하면 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를 접촉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자체 지원금으로 참여하는) 대전오페라단에는 올해 지원을 못 해주지만 페스티벌 전국화를 시작해보자는 의미에서 함께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지은주 대전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지역에도 좋은 오폐라단이 많지만 상황이 안좋다 보니 오페라가 하향길을 걷고 있다”며 “욕심을 부리자면 앞으로 지원이 좀 더 많아져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다음달 서울과 대전에서 열리는 가운데 관계자들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제공


이번 페스티벌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들어보면 다 아는, 참 쉬운 오페라’를 주제로 열리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5월 4일)로 시작한다. 지난 13년간 페스티벌에 올려진 작품과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카르멘’ ‘라 보엠’ ‘리골레토’ ‘세비야의 이발사’ ‘토스카’ 등의 아리아와 중창곡을 만나볼 수 있다. 소프라노 김순영·박소영·김은희,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신상근·최원희, 바리톤 박정민·양준모 등이 출연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글로리아페라단이 ‘라 트라비아타’(5월 19∼21일)를 선보인다. 1948년 국내에서 최초로 공연된 오페라 작품으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진실한 사랑을 보여준다. 소프라노 홍혜란·김은경, 테너 신상근·최원휘 등이 캐스팅됐다.

라벨라오페라단은 8년만에 도니제티의 ‘여왕 3부작’을 완성한다.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이어 ‘로베르토 데브뢰’(5월 26∼28일)까지 국내 초연하는 기념비적 업적을 쓴다. 소프라노 박연주·손가슬, 테너 김효종·이재식 등이 주역을 맡는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의 전체적인 분위기 업을 위해 파격 타임세일을 진행했다. ‘로베르토 데브뢰’ 첫날 공연 티켓을 1만8000원에 판매해 화제가 됐다. 가장 비싼 좌석인 R석(20만원)을 최대 9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 것.

이런 깜짝 기획을 실행한 라벨라오페라단 이강호 단장은 “1800여석이 단 3분 만에 솔드아웃됐다"며 "이벤트가 제작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오페라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긴 안목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모차르트 4대 걸작 오페라 중 하나인 ‘돈 조반니’(6월 2~4일)를 선보인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레치타티보 부분을 간단한 반주와 대사로 처리해 러닝타임을 3분의 1이상 줄였다"며 "지루해할 만한 요소는 없앴고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대사도 한국어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우경식과 함께 번갈아 타이틀 롤을 맡은 바리톤 장철은 “개인적으로 지난 18년간 ‘돈 조반니’를 100회 정도 공연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립오페라단은 초청 공연으로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기념하는 ‘일 트로바토레’(6월 22∼25일)를 공연한다. 바리톤 이동환·강주원, 소프라노 서선영·에카테리나 산니코바등이 출연한다.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 오페라 2편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아트로는 전래동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 오페라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5월 26∼28일)를, 오페라팩토리는 미국 작곡가 세이무어 바랍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안한 오페라 ‘빨간 모자와 늑대’(6월 2∼4일)를 선보인다.

박경태 오페라팩토리 예술감독은 “어린이 오페라는 어릴 때 작품을 접한 관객들이 나중에 커서 대형 오페라를 볼 수 있도록 관객층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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