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 내 신영체임버홀. 내한 리사이틀을 마친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가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쉬프는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2008년 김선욱, 2011년 조성진을 만났다. 지난해는 제네바·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문지영과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자 신창용이 지도를 받았다. 그런데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앳된 얼굴의 이주언(당시 11세) 군이었다.
쇼팽의 ‘마주르카풍의 론도’를 연주한 이 군에게 쉬프는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자신의 운지법을 직접 보여주며 “좋은 운지법을 사용하면 어려운 테크닉을 훨씬 더 쉽게 풀 수 있다”며 “집에 가서 연습해야 할 숙제다”라며 온화한 할아버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꾸밈음이 있어도 주선율이 명확히 들리도록 해야 한다”며 “너무 빠르게 치지 말고 악보에 쓰여 있는 지시어를 지키는 데 집중하라”고 덧붙였다.
칭찬도 빠뜨리지 않았다. 마주르카가 어떤 박자인지 아느냐고 질문하자 이 군은 “3/4박자(폴란드 민속 춤곡의 박자)다”라고 답했다. 쉬프는 “첫 번째 소리가 아닌 두 번째 소리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 뒤, 이 군이 바로 적용해 피아노를 치자 흐뭇한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군이 이처럼 쉬프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22 헨레 피아노 콩쿠르’ 대상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이 콩쿠르는 이처럼 우승자에게 다양한 깜짝 특전을 제공해 프로 연주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창립 75주년을 맞이한 독일의 악보출판사 헨레(G.Henle Verlag)가 올해도 국내 독점 보급처인 마스트미디어와 함께 ‘2023 헨레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한다.
헨레 피아노 콩쿠르는 새로운 피아니스트를 발굴해 음악계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선은 9월 2일과 3일, 본선은 10일 서울 양재동 SCC 선 아트홀에서 열린다.
특전으로 최대 200만원 상금과 200만원 상당의 ‘헨레 원전 악보’가 주어지며 대상수상자는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의 리사이틀을, 각 부문별 1위는 수상자음악회를 부상으로 받는다.
또한 헨레 피아노 콩쿠르의 가장 탐나는 특전은 역시 마스터클래스. 2021년 대상자인 손세혁 군은 2022년 초 내한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과의 비공개 1대1 마스터클래스를 주선했다.
올해의 경우 안드라스 쉬프가 서울 예술의전당(10월3일 오후 5시)을 시작으로 부산문화회관(10월4일 오후 7시30분), 경기아트센터(10월6일 오후 7시30분)에서 리사이틀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헨레 콩쿠르는 세계적인 악보 출판사와 굴지의 공연기획사에서 함께 주최하는 대회인 만큼 우승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헨레 에디션은 국내 음악학도 및 교수진에게 가장 인지도 있는 원전악보다. 작곡가의 의도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있어 콘서트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학계 관계자들이 선호한다.
이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와 안드라스 쉬프 등 대가들이 직접 편집에 참여했고, 예브게니 키신이 직접 작곡한 악보를 출판하였으며, 아르투르 루빈슈타인과 예후디 메뉴힌 등의 전설적인 거장들과도 협업했다.
콩쿠르 참가신청은 오는 8월 27일까지며, 헨레코리아 홈페이지 피아노 콩쿠르 게시글에서 온라인 신청하면 된다. 참가 부문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1998년생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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