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율사 루츠 라이베홀츠가 국내 피아노 조율사들에게 강의와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완전 해체해 다시 조립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조율사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세계적 조율 명장인 루츠 라이베홀츠와 임종구, 박성환, 서인수 등 국내 톱클래스 조율사들이 강사로 나서 조율 노하우를 전수했다.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는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 심화과정’을 10월 17일(화)부터 11월 4일(토)까지 10일 과정(총 60시간)으로 서울 금천구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교육장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진행했다.

2022년 신설돼 올해 두 번째를 맞은 이번 심화과정은 국내외 최고 수준의 강사가 이론 강의와 실습을 통해 공연장 피아노를 관리하고 조율하는 고급 수준의 피아노 조율 스킬을 집중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2022년에는 해외강사로 독일 뮌헨, 함부르크 등지에서 콘서트홀 피아노 전문 조율사로 활약하고 있는 롤랜드 지니커가 방한해 피아노 조율사의 소리 철학에 대해 강의와 실습을 진행했다.

올해는 ‘Adjusting and Repairing Steinway & Sons Piano Actions: A Workshop and Service Guide(Das Musikinstrument Series)’의 저자이자 독일 스타인웨이사 Senior Concert Technician으로 정년퇴임하고 유럽 음악축제 등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 중인 루츠 라이베홀츠를 초빙했다.

그는 지난 8월 ‘국내 기술 세미나’에서 콘서트 피아노 조율의 기본 이론과 피아노 조율사로서 갖추어야 할 도덕적 마인드에 대해 강의한 바 있다. 이번 ‘심화과정’에서는 리움미술관 음악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 (스타인웨이 세미 콘서트 피아노)를 해체하고 다시 복원해 조율하는 전 과정을 실연하는 한편, 실습을 통해 피아노 조율의 이론과 실무 체계를 종합적으로 확립하는 교육을 제공했다.

임종구 조율사가 국내 피아노 조율사에게 강의와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국내강사로는 임종구(국내 1호 피아노 조율 논문 저자), 박성환(뵈젠도르퍼 피아노 전문가), 서인수(스타인웨이 피아노 전문가) 조율사가 완벽한 소리를 만들기 위한 고급 수준의 건반 메커니즘과 조율 디테일에 대해 맞춤형 실습 교육을 제공했다.

특히 올해는 단순한 조율 기술이 아닌 음악을 만들어 내는 조율 철학을 배양하기 위한 내용으로 진행돼 다른 국내 교육과정과 차별화된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 심화과정’만의 특성을 공고히 했다. 독일 스타인웨이사에서 40여년 간 근무한 라이베홀츠의 강의와 실연은 독일 함부르크 공장에 직접 가야만 보고 배울 수 있는 명품악기 브랜드 스타인웨이의 고유한 사운드 철학을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국내 강사들은 국내 피아노 조율사가 마주할 수 있는 연주자, 공연장 콘서트 피아노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해 세분화된 해결책을 제시하며 전년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대상은 지난 6월 수업의 이해를 넘어 실제 적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엄정한 기준으로 20명을 선발했다. 이를 통해 박수진(31세, 연세대·강남대 전속), 이동규(48세, 대구대·문경문화예술회관 전속, 2023년 삼성문화재단 지원 독일 자일러 기술연수 수료) 등 현장에서 활동 중인 유능한 인재들이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박수진 조율사는 “강사님들께서 자신만의 기술과 철학, 그리고 피아노에 마음가짐까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동적이었다. 피아노 연주는 연주자와 조율사가 만들어낸 공동 작업물이기에 조율사들도 음악성과 예술적인 감각,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력 26년차인 이동규 조율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을 되짚어가며 피아노 조율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경험을 했다. 한명씩 조율을 하고 나면 부족한 부분을 듣고 수정, 보완해 주셨던 모습이 인상 깊었고, 이론과 실습을 겸한 직접적인 교육이었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심화과정을 진행한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 김현용 회장은 “교육에 참여하는 강사와 교육생 모두가 이번 교육을 통해 조율사들이 가진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고급 조율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노력했다. 이러한 심화과정이 조율사들이 단순한 테크니션을 넘어서 연주자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성장하는데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이사는 “올해 해외 기술 연수와 국내 기술 세미나를 재개하고 2년차를 맞은 심화과정도 성공리에 마무리해 팬데믹 이후 비로소 ‘국내 피아노 조율사 양성 사업’을 본격 재가동했다. 앞으로 삼성문화재단의 지원이 결실을 맺어 K컬처, K클래식 발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문화재단과 한국피아노조율사협회는 2017년부터 역량 있는 피아노 조율사들에게 해외 선진 조율 기술 교육 기회를 제공하여 세계적 수준의 피아노 조율사를 양성하고자 국내 피아노조율 기술 세미나 5회 개최, 해외 유명 피아노 제작사(스타인웨이, 야마하, 자일러, 가와이) 기술연수 파견(총 30명 수료), 2020~2021년 유튜브용 교육 동영상(13편) 제작 및 보급에 협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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