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루이지 “최고 중의 최고 RCO를 지휘하는 건 도전이자 특권...막중한 책임감”

세계톱 로열콘세르트헤바우 6년만에 내한공연
차이콥스키·리스트·베버 등으로 프로그램 구성

피아노로 음악 시작해 갈증 채우고자 지휘 전향
한국 연주자들 활약엔 “특별한 본능 가져” 칭찬

박정옥 기자 승인 2023.11.08 15:34 | 최종 수정 2023.11.09 10:16 의견 0
파비오 루이지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아름다운 사운드와 우아한 프레이징, 그리고 정확한 테크닉을 두루 갖춘 최고 중의 최고입니다. 세계 톱 클래스 오케스트라죠.”

네덜란드 교향악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오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이번에 포디움에 서는 이탈리아 출신 마에스트로 파비오 루이지(1959년생)는 최근 클래식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135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RCO의 장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RCO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더불어 세계 최정상급 악단으로 꼽힌다. 1888년 암스테르담에 있는 공연장 콘세르트헤바우의 전속 오케스트라로 창립됐다. 현악기 그룹은 부드럽고 유려한 음색으로 ‘벨벳의 현’, 금관악기 그룹은 정교하고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로 ‘황금의 관’으로 불린다.

빌렘 멩겔베르크, 마리스 얀손스 같은 지휘 거장을 배출했고 2008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뽑은 세계 1위 오케스트라에 선정됐다. 루이지는 이에 대해 “전통에 대한 존중과 연주자들의 개성이 어우러진 결과다”라고 정리했다.

루이지와 RCO의 인연은 2005년 시작됐다. 당시 RCO가 처음 연주한 프란츠 슈미트의 ‘교향곡 4번’을 지휘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단원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연습하고 연주하는 순간을 즐긴다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법을 알고, 내야 할 소리를 정확하게 내는 악단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라는 얘기를 듣는 거다”라고 말했다.

파비오 루이지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25개국에서 모인 120여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RCO는 “서로 귀 기울여 듣고 협력하는 감수성으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RCO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이재원 제2바이올린 부수석은 “135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와 역사를 거치며 전통과 시대의 변화, 변하지 않는 공간(콘세르트헤바우 홀)과 변하는 음악가들과 관중, 이 모든 것들의 조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우리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정체성이다”라고 말했다.

루이지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빈 심포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취리히 오페라 음악감독 등을 역임한 명지휘자다. 현재도 댈러스 심포니 음악감독,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NHK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등을 맡고 있다.

루이지는 베스트 악단을 지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묻자 “도전인 동시에 특권이다”라며 “오케스트라 지휘를 초청받으면 매우 영광스럽지만 큰 책임감도 따라온다. 무엇보다 함께 최상급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다”고 강조했다.

파비오 루이지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루이지는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지휘자로 전향한 케이스다. 그는 “피아노만으로는 음악에 대한 갈증과 열망을 채울 수 없었다”고 포디움을 선택한 계기를 밝혔다. 교향곡은 물론 오페라 곡도 잘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꼼꼼한 분석과 세련된 해석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과 함께 일한 경험은 음악에 대한 제 시야를 확장해줬다”며 “그 새로운 세계에 대해 알고 싶었고 주요 교향곡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더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연주자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양인모 등과 손을 맞춘 경험이 있다. 그는 “한국의 연주자와 성악가들은 이탈리아 사람들과 매우 비슷한 성격과 함께 특별한 본능을 가졌다”며 “한국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은 늘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가 11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6년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이번 공연에서는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오베론’ 서곡,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2번’, 표트로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러시아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연주한다.

지휘 방향을 묻자 그는 “포디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하기는 늘 어렵다. 답할 수 없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저희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해석은 관객들이 공연을 볼 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RCO는 고전음악은 물론 현대음악에서도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루이지 또한 현대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음악은 항상 현대적이다. 200~300년 전에 작곡된 작품이라도 지금 무대에 오르면 ‘현대의 음악’이 된다. 새로운 작곡가에게 목소리를 실어주는 것은 중요하며, 궁극적으로는 시간이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해줄 것이다”라고 현대음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RCO의 내한공연과 함께 11월에는 베를린 필, 빈 필도 나란히 한국을 찾는다. 루이지는 “이 세 특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관객에게 큰 행운이다”라며 “RCO는 전통에 대한 의식이 있으며 동시에 음악을 만들어갈 때 기쁘고 긍정적인 혼을 담는 매우 특별한 오케스트라다. 한국 관객도 이러한 면모의 진가를 알아봐 주리라 확신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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