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소리’ 필리프 조르당·‘건반 핏자국’ 예핌 브론프만 한번에 본다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빈심포니’ 내한공연

민은기 기자 승인 2022.05.11 10:31 | 최종 수정 2022.05.11 18:12 의견 0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필리프 조르당이 지휘하는 빈심포니가 세차례 내한공연을 연다. ⒸStefan Oláh/WCN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음악의 도시 빈에는 2개의 걸출한 오케스트라가 있다. 빈심포니(Wiener Symphoniker)와 빈필하모닉(Wiener Philharmoniker)이다. 무게감에서 빈심포니가 살짝 열세였지만 2014년 필리프 조르당(Philippe Jordan)이 수석 지휘자로 부임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대규모 실력 있는 단원 교체와 젊고 유능한 객원 지휘자 투입으로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라이벌 빈필하모닉과 소리로 비교하자면 우리는 더 가볍고 투명하다”며 “두 악단 모두 빈 사운드의 다른 버전이지만 빈에서는 우리가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단체로 여겨진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핌 브론프만(Yefim Bronfman)은 ‘피 튀기는 피아니스트’다. 2015년 오스트리아에에서 런던심포니와 협연할 때다. 공연 전 손가락을 베이는 부상에도 무대에 올라 끝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건반 여기저기에 붉은 피를 묻힌 강렬한 사진은 레전드가 됐다. 그는 “오늘 연주가 아무리 만족스러워도 그 순간이 음악의 종착역은 아니다”며 “음악은 매순간 움직이고 진화하기 때문에 ‘좋다’나 ‘나쁘다’처럼 1차원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종합예술이다”라고 말했다.

필리프 조르당과 예핌 브론프만, 그리고 빈심포니가 올해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 관객을 만난다. ‘2022 빈심포니 내한공연’이 5월 29일(일) 아트센터인천을 시작으로 5월 31일(화) 부산시민회관, 6월 1일(수)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1900년 ‘빈 음악협회 관현악단’으로 창단된 빈심포니는 빈의 문화 대사이자 빈을 대표하는 콘서트 오케스트라다. 122년의 빛나는 시간을 증명하듯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아놀드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등 오케스트라 레퍼토리 주요 작품의 초연을 맡아왔다.

빈심포니의 역사를 따라 가보면 브루노 발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같은 지휘의 거장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왔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볼프랑 자발리쉬는 빈심포니의 소리를 가장 이상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어낸 지휘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내한공연은 원래 악단을 이끌던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가 최근 사임하면서 지휘자가 현재 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인 필리프 조르당으로 급히 변경됐다. 필리프 조르당은 명지휘자 아르맹 조르당의 아들이다. 가볍고 투명한 사운드를 이끌어내는 지휘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는 이미 빈심포니와 100회 이상의 공연을 만들어 낸 커리어를 가지고 있어 환상케미가 기대된다.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필리프 조르당이 지휘하는 빈심포니가 세차례 내한공연을 연다. 사진은 이번 공연에서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 ⒸOded Antman/WCN 제공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가며 거장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협연자로 함께한다. 그는 뛰어난 테크닉, 온몸을 싣는 파워, 섬세한 표현력이 깃든 연주로 다양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지휘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상인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했으며 음반 녹음으로 여섯 차례나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와 함께 에사 페카 살로넨·LA필하모닉과 녹음한 바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모음집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이번 내한에서 그의 서정적이지만 테크니컬한 음악을 기대한다.

‘2022 빈심포니 내한공연’의 프로그램은 요하네스 브람스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곡들로 채워진다. 아트센터인천과 부산시민회관 공연에서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d단조(Piano Concerto No.1 in d minor, Op.15)’와 베토벤 ‘교향곡 제7번 A장조(Symphony No.7 in A Major, Op.92)’를 선보인다.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는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Piano Concerto No.3 in c minor, Op.37)’ ‘교향곡 제7번 A장조’를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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