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세계 최고의 피아노 경연대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6년 만에 열리는 가운데, 본선에 오른 한국 피아니스트 가운데 조성진의 뒤를 이어 우승자가 나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는 가주연, 김수연, 박연민, 박진형, 이재윤, 이혁, 최형록 등 7명이 진출했다.
제18회 쇼팽 콩쿠르 본선이 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막된다. 16∼30세의 젊은 연주자들만 참여할 수 있으며 20일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콩쿠르 우승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4만 유로(약 5400만원)가 수여된다. 그리고 21일 바르샤바 국립 오페라 대극장에서 시상식과 함께 우승자 연주가 열린다.
쇼팽 콩쿠르는 1927년 창설돼 5년을 주기로 한 회씩 이어왔다. 1942년 대회는 2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못했으며 1949년 다시 재개돼 1955년부터 정확히 5년 주기로 지금까지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1년 연기됐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콩쿠르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 차이콥스키 콩쿠르(러시아)와 다르게 ‘피아노만를 위한 콩쿠르’다. 다른 두 콩쿠르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성악, 바이올린, 첼로 등 다양한 악기들이 4년을 주기로 열리는 반면 쇼팽콩쿠르는 피아노 부문만 겨루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의 수많은 콩쿠르 중에서도 쇼팽 콩쿠르는 유독 스타를 많이 배출했다. 1회(1927) 우승자인 레프 오보린을 시작으로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5회 2위), 마우리치오 폴리니(6회 1위), 마르타 아르헤리치(7회 1위), 게릭 올슨(8회 1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9회 1위), 당 타이 손(10회) 등이 이 대회를 통해 거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인으로는 15회(2005) 때 임동민·임동혁이 2위 없는 공동 3위를 차지했고 17회(2015)때 조성진이 1위를 수상했다. 조성진은 우승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선에 대해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다. 계속 떨리고 긴장의 연속이다.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결과가 해피엔딩이라서 감사하다”며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경연이라고 말했다.
쇼팽 콩쿠르가 꼭 챔프만 기억하는 대회는 아니다. 5회 때 2위를 차지한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나중에 정작 우승자보다 더 활약했다. 또 10회 대회 때는 심사위원이었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이보 포고렐리치가 결선에 오르지 못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심사위원을 사퇴하면서 우승자인 당 타이 손보다 더 이름을 알렸다.
올해 쇼팽 콩쿠르는 500여명이 지원했는데 영상 심사와 예선 그리고 다른 주요 콩쿠르 입상자 포함 모두 96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7명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23명), 폴란드(21명), 일본(16명)에 이어 네번째로 본선 진출자를 많이 냈다.
7명 모두 쟁쟁한 피아니스트다. 2016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 우승자 박진형(25), 2016년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우승자 이혁(21), 2019년 센다이 콩쿠르 우승자 최형록(28)은 이미 입증된 실력자들이다. 또한 김수연(27)과 박연민(31)은 올해 5월 각각 몬트리올 콩쿠르와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재윤(24)과 가주연(26)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에서 공부 중이다.
참가자들은 3번의 본선과 결선 등 총 4번의 경합에서 오직 쇼팽의 곡만 연주한다. 에튀드(연습곡), 녹턴, 발라드, 폴로네즈, 소나타 등 쇼팽의 모든 작품을 들을 수 있다. 특히 10명 이내가 진출하는 결선에선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주곡 1번 또는 2번을 연주한다.
수상자는 1위부터 6위까지 발표하며 수상 외에도 작품별로 가장 연주를 잘한 피아니스트에게 최고협주곡상, 마주르카상, 폴로네즈상, 소나타상이 수여된다. 조성진은 2015년 우승 때 폴로네즈상도 함께 받았다.
일반적으로 쇼팽 콩쿠르는 작곡자의 전형적인 스타일에 충실하면서 기교적으로 결함 없는 모범적인 연주해석 안에서 점수를 부여한다. 즉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하는 연주자를 가려낸다.
올해 심사위원은 역대 쇼팽콩쿠르 입상자를 중심으로 역시 쇼팽 스페셜리스트들로 구성됐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넬손 프레이레, 드미트리 알렉시에프, 사 첸, 당 타이 손, 아키코 에비, 필리페 주시아노, 넬손 괴르너, 아담 하라세비츠, 크리스토프 야블론스키, 케빈 케너, 존 린크, 디나 요페 등 총 18명이 심사할 예정이다.
클래식 팬들에게 쇼팽 콩쿠르는 축제로도 통한다.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다. 한국이 7시간 빠른 시차에도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되는 결선뿐만 아니라 본선 경연을 보기 위해 밤을 새우는 마니아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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