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서울시합창단은 오는 6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김순남의 명품 가곡 10곡으로 구성된 ‘가곡시대’를 개최한다. 김순남의 외동딸 김세원은 아버지의 가곡 속 시를 낭송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비운의 작곡가’ 김순남은 191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김종식, 어머니는 이보경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시작했고, 일찍부터 음악을 하겠노라고 마음을 굳혔다. 재능이 뛰어났다.

경성사범학교 재학시절에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기초를 더 튼튼하게 다졌다. 1937년 졸업 뒤 동경고등음악학원(현 구니다치 음대)에 진학해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이때 일본 프롤레타리아 음악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음악이 민족을 대변하고 민중의 삶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음악관을 정립하고, 그 실천에 뜻을 뒀다.

국내로 돌아와 1942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1944년 숙명여고 출신 문세랑과 결혼해 그 다음해 해방둥이 외동딸 김세원을 얻었다. 1945년 광복 이후 3년 동안은 김순남에게 민족음악이라는 언어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는 무대였다. 좋은 작품이 쏟아졌다. 1948년 좌익 체포령이 발동되자 월북했다.

북으로 넘어간 김순남은 1949년과 1952년 두 차례 소련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때 아람 하차투리안이 “내가 배워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든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동양에도 이런 귀재가 있었느냐”고 말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6·25한국전쟁 이후 1953년부터 시작된 남로당원들의 숙청과 함께 중앙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후 그는 음악아 아닌 노동을 하다 1980년대 중반쯤 파란만장한 삶을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커다란 음악의 뜻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사라진 것.

김순남의 딸 김세원은 1988년 월북 음악가에 대한 해금 이후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일본 구니다치 음악대학 등 세계 곳곳에 흩어진 작품과 이야기를 찾아 다녔다. 세살 때 헤어졌으니 그리움은 더 했으리라.

아나운서 겸 방송인 김세원은 1970년대 DBS 라디오 ‘밤의 플랫폼’, KBS-FM ‘김세원의 영화음악실’ 등을 진행해 이름을 떨쳤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SBS ‘짝’, JTBC ‘한끼줍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아 모든 세대에게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합창단은 오는 6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김순남의 명품 가곡 10곡으로 구성된 ‘가곡시대’를 개최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김세원이 아버지 김순남을 이야기한다. 또한 아버지가 작곡한 명품가속 속 시를 낭송한다. 음악과 시로 만나는 부녀상봉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6월 13일(금)과 14일(토)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서울시합창단의 ‘가곡시대’를 개최한다. ‘가곡시대’는 시대의 감성과 예술이 깃든 우리 가곡에 스토리텔링을 더한 서울시합창단의 시그니처 가곡 콘텐츠로, 단원들의 독창 무대로 꾸며진다.

2022년 첫 공연 매진을 시작으로 2023년과 2024년에도 연속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2023년부터는 방송인 이금희가 해설자로 참여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가곡의 흐름을 되짚고 역사와 의미를 재조명한 2023년 공연,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우리 가곡과 연결한 2024년 공연에 이어, 올해는 김순남의 대표 가곡들을 시 낭송과 함께 무대에 올린다.

올해 ‘가곡시대’의 부제는 ‘아버지의 노래, 딸의 이야기’다. 비운의 천재 작곡가 김순남의 가곡 10편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에는 방송 경력 61년을 맞이한 김세원이 시 낭송으로 참여한다. 김순남의 가곡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세원의 시 낭송과 함께 이금희와 나누는 토크 시간도 마련돼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이틀간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모두 10곡의 가곡이 서울시합창단 단원들의 독창 무대로 펼쳐진다. ‘프롤로그’에서는 김세원이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낭송한다. 그리고 첫 곡으로 김순남이 곡을 붙인 ‘진달래꽃’이 독창으로 연주한다.

첫 번째 챕터 ‘비운의 천재 작곡가’에서는 세계 음악가들이 기억하는 김순남의 시간과 흔적이 김세원과 이금희의 이야기로 풀어지며 ‘산유화’(김소월 시)가 연주된다.

두 번째 챕터 ‘민족을 노래하다’에서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김순남에 대해 남긴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상렬’(오장환 시), ‘양’(오장환 시)’, ‘탱자’(박노춘 시)’가 소개된다. 백남준은 한 기고문에서 “1948년 배재 강당에서 들었던 김순남의 가곡 ‘산유화’와 ‘진달래꽃’, ‘농민의 노래’에 대한 감동이 지금도 또렷하다”고 밝혔다.

세 번째 챕터 ‘김소월을 노래하다’에서는 김순남이 가장 사랑한 시인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초혼’(김소월 시)을 시작으로 ‘잊었던 마음’(김소월 시), ‘그를 꿈꾼 밤’(김소월 시)이 시 낭송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네 번째 챕터 ‘딸을 노래하다’는 딸 김세원에 대한 아버지의 그리움이 담긴 이야기로 꾸며지며 그가 남긴 다섯 편의 ‘자장가’ 중 두 곡이 연주된다. “너 자라서 이 겨레의 햇빛이 되어/ 엄마의 이 눈물을 씻어주렴아/ 잘 자거라 우리 아기 착한 아기야/ 뒷동산에 별 하나 반짝여준다” 민족 현실에 대한 걱정과 외동딸에 대한 안쓰러움이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공연의 문을 열었던 ‘진달래꽃’을 서울시합창단 전 출연진이 중창으로 다시 선보이며 마무리한다. 수미상관이다.

서울시합창단의 노래, 김세원의 시 낭송, 이금희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입체적인 구성의 무대로 감동을 전할 서울시합창단의 ‘가곡시대: 아버지의 노래, 딸의 이야기’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와 대표 번호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3만~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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