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열린 ‘2025 M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해마다 60개 정도의 작품을 공연합니다. 제가 이번 시즌에 맡는 역할만 20개 정도예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소화할 줄 아는 ‘유연한 성악가’가 목표입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는 20여명의 전속 솔리스트가 있다. 그 중 아시아 출신은 1명뿐. 한국의 바리톤 박주성(32)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대표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대표인 셈이다.
지난해 9월부터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그에게 또 다른 굿뉴스가 날아들었다. 마포아트센터의 상주음악가인 ‘2025 M아티스트’에 선정된 것. 국내 공연장이 성악가를 상주 음악가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주음악가로 올해 세 차례 무대에 서는 박주성은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마포는 좋은 기억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 재학 시절 마포구에 살면서 당시에는 여자 친구였던 아내와 데이트도 하고 추억을 많이 쌓았다”라며 “다시 마포로 돌아와서 M아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어 영광이다”며 웃었다.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열린 ‘2025 M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그는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실기 수석으로 졸업한 ‘국내파’다. 예술고등학교를 나오지도, 해외 유학을 가지도 않았지만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콩쿠르 본선에 진출해 주목을 받았고, 같은 해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국제성악콩쿠르 3위에 올랐다. 2023년 오스트리아 빈 ‘헬무트 도이치 독일 가곡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며 세계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2021년 한국인 최초로 빈 국립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선정됐고, 현재 빈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박주성은 자신이 타고난 성악가가 아니라 ‘노력형’이라고 셀프 진단했다. “고등학교 가창 시험 때 선생님으로부터 만점을 받은 적이 있지만,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며 “음대 성악과도 삼수를 해서 들어갔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노래 잘한다는 말은 못 들었고, 한국에서 콩쿠르 경력도 화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에게 행운이 고개를 내민 때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 공연장 문이 닫혀 힘든 시절이었다. 해외 관계자들의 평가를 받기 위해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에 노래 영상을 제출했는데, 노래하는 모습을 본 빈 국립오페라극장 관계자가 ‘영 아티스트’ 오디션을 제안했다.
박주성은 “빈 오페라극장 관계자가 ‘뭐 하나 뛰어난 점은 없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 매력 있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며 “영 아티스트를 거쳐 정식 솔리스트를 제의해주었을 때 감사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열린 ‘2025 M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그가 성악에 입문한 것은 오페라 한 편 때문이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1학년 때 ‘카르멘’을 봤다. ‘세상에 이런 예술이 있다니’ 깜짝 놀랐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오페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노래를 했고, 그만 노래와 사랑에 빠져 성악가가 됐다. “무대도 아름답고, 무용수도 나오고, 무엇보다 성악가들이 무대에서 내는 소리에 크게 매료됐다”면서도 “대학에서는 노래를 너무 사랑해 밤낮없이 하는데도 늘지 않아 그만둬야 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박주성은 오는 23일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8월 야외 공연, 12월 공연 등 총 세 차례 무대를 선보인다. “무척 떨리고 표가 안 팔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지만, 동시에 설렘도 있다”며 “제 이름으로 공연 레퍼토리를 기획해서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큰 재미를 느낀다. 관객들이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리사이틀 1부에서는 말러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일부 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곡 ‘내 안에 사랑을 담아’ 등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모차르트와 코른골트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한다.
박주성은 “오페라 아리아부터 리트(독일가곡), 오라토리오까지 다양한 곡을 나누고 싶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정했다”며 “2부 곡은 저를 대표할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열린 ‘2025 M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언어 구사력’을 꼽았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오페라 가사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는 평을 받는다. “성악 가사가 주는 뉘앙스와 아름다움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 언어적으로 좀 더 집중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음대 다닐 때 김관동 교수가 외국에서 배운 것 못지않게 언어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가르쳐주었다”며 “한국인이기 때문에 언어 구사력이 약하면 무대에서 이상해 보일 수 있어 특별히 더욱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외국에 나가면 ‘동양인인데 원어민처럼 독일어를 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준다”고 했다.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장하고 있는 그는 마포문화재단 공연 이외에도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서유기’를 소재로 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몽키 킹’의 세계 초연 무대에도 선다.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작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모차르트의 ‘다 폰테 3부작’(피가로의 결혼·돈 조반니·코지 판 투테)이라고 답했다. 하고 싶은 역할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에 나오는 요하난이라고 답했다.
마포문화재단과 오페라를 소재로 한 숏폼 영상을 기획해 선보이는 등 오페라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도 진행한다. 그는 자신처럼 오페라 공연을 보고 성악가를 꿈꾸는 학생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성악가 그대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오페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마포에서의 제 무대를 보고 성악가를 꿈꾸는 ‘제2의 박주성’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