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연이 되살린 ‘한성기 산조’ 철가야금 선율 타고 온다

10월24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서 공연...육자백이 등도 연주

박정옥 기자 승인 2021.10.18 11:20 | 최종 수정 2021.10.24 15:57 의견 0
가야금 연주자 박세연이 오는 10월 2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철가야금과 육자백이 鐵琴’이라는 타이틀로 독주회를 연다. Ⓒ박세연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일반적으로 가야금은 명주실로 만든 12줄의 현(絃)으로 구성돼 있다. 이 명주실을 가는 철사로 대체해 만든 것이 철금(鐵琴), 즉 철가야금이다. 영롱하면서도 웅장한 소리를 낸다. 음량이 크고 여음이 지속돼 느린 장단에 효과적이다.

우리 소리에 대한 깊은 탐구·연주·전승에 앞장서고 있는 가야금 연주자 박세연이 철가야금으로만 연주하는 독주회를 연다. 오는 10월 24일(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철가야금과 육자백이 鐵琴’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무대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박세연의 전통음악 프로젝트 ‘본연(本然)’의 다섯 번째 무대다.

박세연은 먼저 이태백의 장구에 맞춰 ‘추억’을 들려준 뒤, 곧이어 ‘한성기제철가야금산조’를 연주한다. 특히 ‘한성기제철가야금산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시 역사를 훑어봐야 한다.

가야금산조는 19세기말 김창조(1865∼1919)와 한숙구(1850~1925) 등의 1세대 산조 명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가야금 산조 2세대 격인 한성기(1889∼1950)는 김창조의 수제자면서 한숙구의 조카이기도 하다. 그는 김창조에게 배운 음악을 김창조의 손녀 김죽파(1910∼1989)에게 전수했다.

김죽파가 처음 가야금을 접한 것은 물론 조부로부터 풍류를 배우면서부터였지만, 할아버지 타계 후 한성기에게서 본격적인 산조 수업을 받으면서 김죽파 산조의 근간이 됐다.

이처럼 사제 관계로 맺어진 세 사람은 ‘김창조-한성기-김죽파 산조’로 그 계보를 잇고 있으며, 현재 김죽파류는 가장 활발히 연주되고 있는 대중적 가야금 유파 중 하나다.

하지만 한성기 가야금산조는 전승이 끊겨 안타깝게도 현재 연주되고 있지 않은데, 박세연이 이것을 되살려냈다.

박세연은 1930년대 유성기 음반 다이헤이(1933년)와 시에론(1932년)에 들어 있는 짧은 길이의 한성기 산조 음원 자료를 직접 모아 흐름에 맞게 하나의 긴 산조로 재구성해 지난해 연주하고 음반으로도 발매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곡은 이를 바탕으로 하되 앞에 다스름을 넣고 템포를 훨씬 느리게 바꾸는 등 한성기의 가야금산조를 철가야금으로 편곡해 선사한다. 다스름은 본 음악에 들어가지 전 연주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연주하는 짧은 곡이다. ‘음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조음(調音), 치음(治音)이라고도 부른다.

이어 박세연은 이태백(장구), 원완철(대금), 김나영(노래)과 호흡을 맞춰 대표적인 남도민요 ‘육자백이’를 연주한다. 철가야금 선율에 실려 우리 민족 고유의 한(限)이 애절하게 가을밤을 적신다.

박세연은 현재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가야금 수석이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DMA)를 취득했다. 가야금 앙상블 ‘사계’의 동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개인 독주회를 통해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아방가르드 현대음악까지 가야금 음악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문화체육부장관상 수상, 2001년 전국 탄금대 가야금경연대회 일반부 대상, 2020년 KBS 국악대상(현악) 수상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국교원대학교와 국립국악고등학교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와 서울예술대학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와 아시아 금(琴) 교류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티켓은 전석 2만원이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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