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과 작곡가 겸 해금연주자 주정현이 ‘싱크 넥스트 25’ 무대에 올라 이질적이고 낯선 곡들을 연주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마치 물과 기름이 뒤섞이는 듯한 공연이었다.”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우승자 최재혁이 이끄는 앙상블블랭크와 2024년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해금 연주자 겸 작곡가 주정현의 콘서트 본 관객들은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최재혁이 물처럼 유연했다면, 주정현은 기름처럼 톡톡 튀었다”며 “두 사람과 두 물질이 따로 겉도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자연스럽게 합쳐졌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혁과 주정현은 7월 18일(금)과 19일(토)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싱크 넥스트 25(Sync Next 25)’ 무대에 올라 ‘원초적 기쁨’이라는 주제로 이색 공연을 펼쳤다. ‘지금의 음악을 고민하는 두 창작자가 선사하는 가장 야성적인 순간’을 모토로, 익숙한 동서양의 악기 속에서 지금껏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낯선 청음의 재미를 선물했다.
클래식의 경계를 넘어 지금의 음악을 고민하는 두 창작자는 가장 야성적인 순간을 펼쳤다. 해금, 첼로, 피아노, 드럼 등 익숙한 악기들은 신체의 움직임과 반응하며, 거대한 음향의 덩어리를 쉴 새 없이 터뜨렸다.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과 작곡가 겸 해금연주자 주정현이 ‘싱크 넥스트 25’ 무대에 올라 이질적이고 낯선 곡들을 연주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이 ‘싱크 넥스트 25’ 무대에 올라 지휘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작곡가 겸 해금연주자 주정현이 ‘싱크 넥스트 25’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이들이 빚어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따라간 이번 경험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익숙한 연주와 낯선 청음이 공존하는 순간 - 그렇기에 가장 ‘원초적 기쁨’의 순간을 만끽하는 무경계의 지점을 탐구했다.
공연에서는 모두 6곡을 들려줬다. 주정현이 앙상블블랭크를 위해 만든 ‘원초적 기쁨(Primitive Happiness)’, 최재혁이 프랑스의 세계적인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앵테르콩탱포랭’의 위촉을 받아 쓴 ‘스트레이트 투 헤븐’, 미국 작곡가 제식 콕스의 ‘퀀티파이(Quantify)’ 등을 연주했다. 공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즉흥성이다. 공연이 끝난뒤 두 사람에게 따로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가장 눈길을 끈 곡은 ‘퀀티파이’. 연주자가 보는 악보에 음표가 없다. 그 대신에 ‘쉼표와 무음(無音) 없이 가능한 많은 소리를 연주해 풍부한 질감을 만들어라’라는 지시문만 적혀 있다.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이 ‘싱크 넥스트 25’ 무대에 올라 지휘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작곡가 겸 해금연주자 주정현이 ‘싱크 넥스트 25’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994년생 동갑내기 작곡가인 최재혁과 주정현은 처음엔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즉흥적인 연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합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스릴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재혁은 “곡의 분량도, 악기 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 연주자에게 많은 자유를 준 셈인데, 그만큼 사전에 많은 연습이 필요한 곡이다”라며 “연주자들이 손끝에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곡이다. 관객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초적 기쁨’에서는 전동 칫솔과 진공청소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정현은 “음악이란 건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다”라면서 “연주자의 신체가 악기와 온갖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재혁은 “우리(앙상블 블랭크)를 너무 과대평가하신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연주가 어렵다”고 고백했다.
무대 디자인도 독특했다. 작은 삼각형 무대와 큰 삼각형 무대를 마주 보게 배치하고, 관객들은 그 사이에서 음악을 들었다. 주정현은 “눈과 귀를 모두 열어놓고 보는 즐거움이 있는 무대다”라며 “관객들의 털끝 세포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든 무대다”라고 말했다. 최재혁은 “한마디로 오감을 넘어 육감을 깨우치는 공연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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