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합창단이 오는 8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광복 80주년 기념연주회 ‘뮤지컬 영웅, 국립합창단과 만나다’를 개최한다. ⓒ국립합창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1909년)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10월 26일 초연했다. 이후 한국 창작 뮤지컬 중 두 번째로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의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안중근 의사의 서거 직전 1년을 그린 작품으로 독립투사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와 숭고한 정신을 담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2022년 12월 개봉됐다.
국립합창단은 오는 8월 21일(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광복 80주년 기념연주회 ‘뮤지컬 영웅, 국립합창단과 만나다’를 개최한다. ‘단지동맹’ ‘영웅’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등 창작 뮤지컬 ‘영웅’의 주요 넘버를 대규모 합창 편곡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따라 가는 서사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대의 비극과 정신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국립합창단은 독립운동의 숭고한 뜻을 예술로 계승하고자 안중근의사숭모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번 연주회를 준비했다. 합창을 통해 개별 영웅의 서사를 넘어, 역사를 함께 견디고 지탱한 이들의 집단적 기억을 노래하며, 공연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를 통해 국립합창단은 예술을 통한 애국정신의 고양은 물론, 공공성과 역사성의 회복, 신규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도 마련한다.
국립합창단은 창작 뮤지컬 ‘영웅’ 속 익숙한 선율을 집단의 목소리로 다시 불러낸다. 안중근이라는 이름 하나를 넘어, 함께 결의하고 함께 감내했던 시대의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합창으로 되살아난다. 이 무대는 단지 영웅을 기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노래는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용기와 고뇌,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책임과 마주하게 한다.
국립합창단이 오는 8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광복 80주년 기념연주회 ‘뮤지컬 영웅, 국립합창단과 만나다’를 개최한다. 왼쪽부터 ‘안중근’ 역의 뮤지컬 배우 양준모, 지휘 민인기, 연출 윤상호, 편곡 김민아. ⓒ국립합창단 제공
합창이라는 형식은 서사에 새로운 깊이를 더한다. 솔로 넘버의 감정선은 다층적인 하모니로 확장되고, 고독했던 독백은 수많은 목소리의 연대로 바뀐다. 국립합창단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역사적 기억을 공동체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공연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무대가 아니다. 관객은 음악 안에서 시대의 비극을 함께 껴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되묻는 예술적 울림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무대에는 민인기 단장 겸 예술감독의 지휘로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안중 근 역으로 출연한다. 국립합창단 단원인 소프라노 김명희(설희 역)·김현지(링링 역), 알토 최윤정(조마리아 역), 테너 문형근(유동하 역)·박의준(조도선 역), 베이스 김문섭(왕웨이 역)·유지훈(이토 히로부미 역)·주호남(치바 역)·함신규(우덕순 역)가 솔리스트로 참여한다. 이들은 연기와 독창, 합창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며 작품의 내러티브를 밀도 있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윤상호 연출, 김민아 편곡, 라퓨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공연의 음악적·무대적 완성도를 더한다.
● 붓으로 남긴 뜨거운 애국 ‘녹죽’과 마주하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綠竹)’이 오는 8월 21일 광복 80주년 기념연주회 ‘뮤지컬 영웅, 국립합창단과 만나다’에 앞서 열리는 프리렉처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태인 제공
공연에 앞서 마련된 특별한 시간, 프리렉처 ‘하얼빈을 향한 총성 : 안중근의 길’이 8월 21일 오후 7시~7시20분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 1층 심포니홀에서 열린다. 국립합창단 홈페이지 또는 QR코드로 신청하면 된다.
안중근 의사의 사상과 생애,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남겨진 유산에 대한 해설이 진행된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이주화 학예부장의 해설과 함께, 유묵 ‘녹죽(綠竹)’ 실물이 공개된다.
‘녹죽’(‘푸른 대나무’라는 뜻)은 안 의사가 투옥 중 쓴 유묵(살아생전 남긴 글이나 그림)으로, 지난 4월 일본 소장자가 출품한 경매에서 구혜정 여사(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녀)와 아들인 이상현 태인 대표(현 국립합창단 이사장)가 사재 9억4000만원을 출연해 낙찰 받아 고국으로 환수한 작품이다.
이 유묵에는 ‘녹죽’이라는 붓글씨와 함께 ‘경술년 2월 뤼순 감옥에서 대한민국 안중근이 쓰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녹죽’은 예로부터 구전돼 온 오언시(하나의 구절이 다섯 글자로 된 시)들을 모아 놓은 ‘추구(推句)’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안 의사가 생전 여러 유묵으로 남긴 구절로, 1910년 2월 사형 집행을 앞둔 안 의사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녹죽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우리가 마주해야 할 정신적 유산이기도 하다. 국립합창단은 이 유묵이 가진 역사적·예술적 감동을 공연과 연결된 하나의 경험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광복 80주년 기념연주회 ‘뮤지컬 영웅, 국립합창단과 만나다’의 티켓 가격은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예술의전당 및 놀 티켓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특별 혜택으로, R석 4매를 4만원에 제공하는 ‘가족愛(애) 할인’이 운영되며, 4인 가족이 함께 관람할 경우 적용된다(현장 티켓 수령 시 가족관계 증빙서류 제출 필수). 경로자·문화누리카드 소지자는 50% 할인이 가능하다. 국립합창단 유료회원은 1인 4매에서 최대 10매까지 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밖에 학생 30% 할인, 문화릴레이 20%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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