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이 소녀가 내가 키운 그 아이인가 / 이 소년이 놀고 있던 그 아이인가 / 이 아이들이 커가는 걸 기억 못하겠네 / 언제 이렇게 컸을까 / 언제 그 소녀가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나 / 언제 그 소년이 저렇게 키가 컸나 / 저 애들이 작았던 때가 어제가 아니었나 /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해가 지고 / 쏜살같이 흘러가는 나날들 / 어린싹들이 밤새 해바라기로 변하고 / 우리가 바라보는 중에도 꽃을 피우네”
가슴 먹먹한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이 올해 다시 흐른다. 지난해 공연 당시 고전의 무게를 벗고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이 4월에 컴백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이 탄탄한 서사, 드라마틱한 선율, 웅장한 합창, 역동적인 군무로 완성도 높게 완성한 ‘지붕위의 바이올린’이 오는 4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2월 23일(수) 티켓을 오픈했다.
● 모두 7차례 공연...서울시뮤지컬단 강점 가장 잘 살린 작품
서울시뮤지컬단은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1985년, 1986년, 1989년, 1991년, 1993년, 1998년, 2021년까지 총 7차례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지난해 공연 당시 고전의 무게를 벗고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호평을 얻어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지난해 다시 돌아온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에 대해 관객과 평단의 호응이 높았지만 짧은 공연기간으로 인해 아쉬움이 많아 올 상반기 정기공연으로 재공연을 결정했다”며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관람객들은 “한 가지 매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 “동화 같은 색채와 세련된 디자인의 무대연출, 러시아풍 민속무용의 역동적인 군무” “지루함을 완전히 떨쳐버린 클래식이 주는 감동” 등의 평을 남겼다. 현재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공연 관람평에는 평점 9.3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 원작이 지닌 힘과 서울시뮤지컬단의 진정성으로 감동 선사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그 해 토니상 9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1971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1972년 아카데미 음악상 등을 수상한 명작이다.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이라는 유명 넘버로 잘 알려졌으며 1970년대 뮤지컬 영화로 즐긴 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러시아 작가인 숄렘 알레이켐(1859-1916)이 쓴 연작 극본 ‘테브예와 그의 딸들(Tevye and his Daughters 또는 Tevye the Dairyman)’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05년 러시아의 작은 유태인 마을(현 우크라이나 아나테브카)을 배경으로 가난과 역경에서도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아나가는 감동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공연은 새로 부임한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의 첫 작품이다. 그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지붕위의 바이올린’ 이야기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는 국내유일의 국공립예술단체로서 새출발을 준비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지금의 시점과 매우 잘 맞는 공연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 정태영·김길려 등 최정예 제작진들 다시 한번 의기투합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지난해 최정예 제작진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있다. 뮤지컬 ‘니진스키’ ‘정글북’ ‘해를 품은 달’,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등 소설, 드라마, 영화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 도전하고 있는 정태영이 연출을 맡는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지붕위의 바이올린’으로 서울시뮤지컬단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오랜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음악적 웅장함과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주는 세련되고 흥겨운 군무, 그리고 시종일관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깊이 있는 드라마로 진한 감동을 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뮤지컬 ‘맘마미아’ ‘러브레터’ ‘팬레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에서 주목받고 최근 ‘작은아씨들’을 통해 서울시뮤지컬단과 인연을 맺은 김길려 음악감독이 참여한다. 그는 “동고동락했던 18인조 오케스트라와 다시 한 번 합을 맞추게 되어 설렌다”며 “18인조의 화려한 악기 편성으로 드라마를 한층 더 살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막 시작을 알리는 피들러의 화려한 카덴차 연주는 여느 바이올린 연주회에 못지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엘리자벳’ ‘프랑켄슈타인’의 서병구 안무감독이 함께한다.
● 캐릭터가 서사 그 자체...유쾌함 극대화시켜줄 실력파 배우들 총출동
캐스팅 또한 작년 출연진들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 무대에 오른다. 지혜롭고 유쾌하며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 테비예 역은 배우 박성훈과 양준모가 맡는다. 서울시뮤지컬단 소속의 박성훈은 뮤지컬 ‘조선삼총사’ ‘애니’ ‘베니스의 상인’ ‘광화문연가’ 등의 작품에서 주요배역을 맡으며 간판배우로 활동 중이며, 드라마 ‘멜로가 체질’ ‘미스터션샤인’ 등 다양한 활동 분야를 섭렵하며 흡입력 있는 연기를 꾸준히 선보였다. 호탕하고 유머러스한 테비예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아 이번 공연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년 ‘지붕위의 바이올린’으로 서울시뮤지컬단과 처음 호흡을 맞춘 양준모가 재공연도 함께한다. 뮤지컬, 오페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양준모는 드라마 ‘시지프스:the myth’를 비롯해 뮤지컬 ‘하데스타운’ ‘영웅’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웃는남자’ ‘오페라의 유령’ 등에서 선이 굵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맡아왔다. 관객들에게 친숙했던 강인한 모습을 넘어 능청스러운 테비예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았다. 역대 한국의 테비예에 비해 한층 젊어진 두 배우 박성훈과 양준모는 올해는 더 유쾌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고지식하고 억척스럽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테비예의 아내 골데 역은 배우 권명현과 유미가 맡는다. 고지식한 면모를 유머러스하게 탈바꿈 하면서도 테비예 를 가장 존중하고 지지하는 신뢰가 담긴 모습을 잘 표현한 두 배우가 다시 한 번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
테비예의 가족과 마을사람들에게 전통이 대립과 갈등 끝에 무너질 위험이 다가올 때마다 중심을 잡으려는 상징적인 존재 피들러 역은 집시바이올리니스트이자 뮤지컬 배우인 KoN이 맡는다. KoN은 뮤지컬 ‘파가니니’ ‘모비딕’ 등에 출연해 바이올린 연주와 연기를 함께 선보이는 액터뮤지션으로 주목받았으며, 한국 최초의 집시바이올리니스트로서 한국뿐 아니라 헝가리, 중국, 일본 등 다양한 해외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바이올린 연주만으로 전체 작품의 스토리텔러가 되어주며 극의 중심을 잡아주었다는 극찬을 받았던 KoN이 피들러 역으로 돌아와 관객을 사로잡는다.
순종적이고 착한 딸이지만 중매쟁이가 짝지어준 라자르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모틀을 선택하는 테비예의 첫째딸 자이틀 역에는 이혜란, 테비예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시베리아로 떠나는 자주적인 인물 둘째딸 호들 역에는 정은영, 러시아 청년 피에드카와 사랑에 빠져 정든 고향을 떠나게 되는 셋째딸 하바 역은 우현아가 출연한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자이틀과의 결혼이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지만 진실함으로 테비예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승낙을 받아내는 모틀 역에는 김범준,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적인 자유 혁명가이자 둘째딸 호들과 결혼하게 되는 페르칙 역은 허도영, 당당하고 매력적인 청년으로 셋째딸 하바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피에드카 역은 한일경이 맡았다.
● 보틀댄스 등 화려한 군무 압권...기대되는 2022년 관람 포인트
역동적이고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이번 공연에서도 유대인 전통의 움직임과 현대적인 뮤지컬 안무의 적절한 조화를 유지하고자 힘썼다. 특히 생동감과 에너지 넘치는 장면 연출로 호평일색이었던 병을 활용한 화려한 군무(일명 ‘보틀댄스’)는 배우들의 엄청난 연습량을 짐작하게하며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대인과 러시아인들의 대립을 다루는 극적인 군무도 관객들에게 재미를 안겨줄 볼거리다.
이번 공연에서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음악이다. 클라리넷, 만돌린, 피콜로 등의 솔로와 합주를 통해 유대교 전통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뚜렷하게 표현했다. 특히 18인조 오케스트라로 화려하게 편곡된 음악을 통해 캐릭터들의 서사와 정서를 템포감 있게 보여주고 합창과 군무에 활기찬 에너지를 더해준다. 눈과 귀를 기울여 공연을 관람한다면 더욱 입체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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