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버지~” 윤진철 명창이 선보이는 4시간의 애끓는 ‘심청가’

4월9일 국립극장서 완창 판소리 공연
섬세하면서도 무게감 ‘보성소리’ 선사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3.21 21:25 의견 0
윤진철 명창이 오는 4월 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4시간에 걸쳐 ‘심청가’를 완창한다. Ⓒ국립극장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국립극장은 ‘완창판소리-윤진철의 심청가’를 4월 9일(토)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번 무대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적벽가’ 예능보유자 윤진철 명창은 4시간에 걸친 ‘심청가’ 완창으로 보성소리의 정수를 들려준다. 지난 2020년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이후 윤 명창이 처음 선보이는 완창 공연인 만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윤진철은 11세에 김흥남 명창에게서 판소리를 처음 배운 뒤 김소희·정권진 등 당대 내로라하는 명창 문하에서 소리를 연마했다. 자신만의 소리를 갈고 닦는 시간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독공에 매진한 결과, 1998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 부문 대통령상과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 2005년 KBS국악대상, 2013년 서암전통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그는 빼어난 소리 실력은 물론 다채로운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이수자로 북 치는 실력도 뛰어나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광주시립국극단의 예술감독으로 다양한 창극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광주 MBC의 ‘얼씨구 학당’ ‘우리가락 우리문화’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쉽고 재미있는 진행으로 국악 대중화를 이끌었다.

후학 양성 등 판소리 계승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판소리 전승 능력과 기여도 면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아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판소리 무형문화재로는 최연소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윤 명창이 선보이는 ‘보성소리’는 전라남도 보성 지방에서 박유전-정재근-정응민-정권진으로 전승되어온 소리다. 박유전 명창의 강산제를 바탕으로 정응민 명창이 여러 스승으로부터 배운 소리를 집대성해 완성한 유파를 일컫는다.

윤진철 명창이 오는 4월 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4시간에 걸쳐 ‘심청가’를 완창한다. Ⓒ국립극장


부잣집에 초청되어 방 안에서 하던 옛 판소리의 전통을 지킨 소리로, 섬세하면서도 무게 있고 목소리의 변화를 통해 그 미감을 즐기는 등 음악성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슬픔을 토로하는 극적인 대목이 많은 ‘심청가’는 보성소리 특유의 섬세한 표현과 다채로운 성음이 가장 잘 돋보이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번 무대는 윤 명창 특유의 깨끗하고 정교한 소리,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통해 보성소리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보성소리의 적자이자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였던 정권진 명창의 마지막 제자인 그는 감정을 절제해 엄격하면서도 자유롭고 통속을 벗어난 기품 있는 소리를 구사했던 정 명창의 소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스승이 작고한 이후에도 녹음과 음반을 통해 정권진 명창의 가장 완숙한 소리는 물론 예술 철학, 보성소리에 대한 자부심, 소리 정상을 향한 한결같은 자세 등을 꾸준히 익혀왔다.

윤 명창은 “이번이 생애 마지막 완창 무대라는 생각으로 스승이 강조했던 ‘정심(正心)’과 ‘정음(正音)’으로서 4시간 남짓 걸리는 보성소리 ‘심청가’의 모든 대목을 빠짐없이 부를 계획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고수로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인 박시양과 국립창극단 기악부 조용수가 함께하고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이 해설과 사회를 맡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성창순·박송희·성우향·남해성·송순섭 등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이자 판소리 한 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장수 완창 무대다. 전통에 대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최고의 소리꾼이 매달 이 무대를 통해 귀명창과 만나고 있다. 전석 2만원. 예매·문의는 국립극장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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