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어느새 가해자로...인간의 폭력성 파헤친 창작오페라 ‘양철지붕’

오페라팩토리 2월17·18일 마포아트센터 초연
안효영 작곡·고재귀 극본·장서문 연출로 화제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선정돼 기대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1.31 16:29 | 최종 수정 2023.02.01 07:18 의견 0
오페라팩토리는 2023 창작오페라 첫 작품으로 2월 17일과 18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양철지붕’을 선보인다. ⓒ오페라팩토리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1987년 여름, 인부들의 거친 욕설과 끈적한 농담이 오가는 건설공사장 안에 있는 함바집. 양철지붕으로 덮인 허름한 식당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유현숙(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분). 언어장애인 동생 유지숙(소프라노 박미화 분)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이들 자매에겐 비밀이 있다. 유현숙은 14년 전 유지숙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애인 구광모(바리톤 최병혁 분)의 도움을 받아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다. 그리고 도피 끝에 동생과 함께 함바집으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어느 날 다른 사건에 연루돼 교도소에 들어갔던 구광모가 출감해 유현숙을 찾아내면서 그의 삶은 옛 애인의 폭력과 협박으로 짓밟힌다. 폭력을 끊기 위해 사용한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고 그 고리는 이어지는데...

“살려달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사람도 나처럼 외롭고 두려웠을까” 포스터에 선명하게 박힌 이 홍보문구처럼, 인간의 폭력성을 다양한 각도로 그려낸 안효영 작곡가의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이 초연된다. 박경태 예술감독이 이끌고 있는 오페라팩토리는 2023 첫 작품으로 2월 17일(금)과 18일(토)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선보인다.

오페라 ‘양철지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지원사업인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원작 ‘양철지붕’은 경기희곡창작공모전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고재귀 작가의 희곡이다.

고재귀 작가는 “돌이킬 수 없고, 회복될 수 없는 어떤 잘못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며 “어디에도 구원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철지붕’이 의미하는 상징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쉽게 덥혀지고 금세 차가워지는 ‘양철’의 특성이 죄의식 없는 인간의 욕망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뜨거움과 차가움, 날카로움과 구겨짐이라는 상반된 특징을 한몸에 갖추고 있는 양철지붕 아래에 세상으로부터 내던져진 인물들을 놓아두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오페라팩토리는 2023 창작오페라 첫 작품으로 2월 17일과 18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양철지붕’을 선보인다. ⓒ오페라팩토리 제공


주인공 유지숙은 언어장애인으로 설정돼 있어 성악가(박미화)와 배우(주은주)를 동시에 섭외했다. 성악가는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그의 소리를 대신하고 배우는 수화로 다른 인물들과 대화하고 연기한다.

장서문 연출은 “음악극에서만 가능한 이 새로운 시도는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다.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울려 퍼지는 성악가의 노래와의 융합이 비현실적인 감각을 표현해내는 신비로운 효과를 선사해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신드롬을 불 일으킬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작곡가 안효영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점차 극대화되는 긴장감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를 주요 포인트로 잡았다. 계속 새로운 음악을 제공하기보다는 인물과 상황의 모티브를 집요하게, 그리고 조금씩 계속 변주해 되뇌이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오페라 장르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언제나 재미있는 오페라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안배되어 보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오페라가 공연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선정, 박미화, 주은주, 최병혁뿐만 아니라 강현욱(조성호 역), 박경종(박기태 역), 노경범(정갑수 역), 위정민(반성웅 역), 한진만(김진구 역) 등이 출연한다. 구모영이 군포 프라임필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kim67@classicbiz.kr

저작권자 ⓒ ClassicBiz,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