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이 오는 10월 서로 다른 공연장에서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내한공연을 연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세계적 거장 세묜 비치코프(1952년생)가 이끌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는다. 2023년 비치코프의 첫 내한으로 함께한 무대에서 “시간을 멈추게 하는 찬란한 음색과 거대한 음향” “악단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두터운 보헤미안 톤의 완성”이라는 찬사를 받은 체코 필하모닉은 올해 더욱 깊어진 예술적 통찰과 전통의 울림으로 관객을 만난다. 이번 내한공연은 서로 다른 두 공연장에서 서로 다른 2개의 프로그램으로 펼쳐진다.
먼저 10월 28일(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체코의 민족적 정체성과 예술혼이 응축된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Má Vlast)’ 전곡(6악장)이 연주된다. 체코의 역사, 자연, 신화를 담은 이 작품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하나의 국가적 서사로 여겨지며, 오늘날까지도 자유와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더욱이 체코 필하모닉은 단순한 음악 단체를 넘어, 유럽의 중심부라는 지리적 특성과 체코 공화국의 격동적인 역사적 흐름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스메타나 ‘나의 조국’은 이러한 악단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세계적 거장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이 오는 10월 서로 다른 공연장에서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내한공연을 연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체코 필하모닉은 1946년 제1회 프라하의 봄 음악제를 시작으로, 올해 개막 무대까지 무려 76회에 걸쳐 ‘나의 조국’을 연주했다. 2024년 ‘체코 음악의 해’ 및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비치코프와 함께 새롭게 발표한 ‘나의 조국’ 앨범은 2025년 BBC 뮤직 매거진 오케스트라 어워드를 수상했다. 특히 비치코프의 해석은 절제된 격정과 치밀한 구조, 그리고 민족적 정서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바탕으로 해 ‘나의 조국’을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되살렸다.
특히 올해는 ‘나의 조국’ 두 번째 곡인 ‘블타바(Vltava·독일어로는 ’몰다우‘)’ 초연 150주년이자 체코 독립 107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체코 독립기념일인 10월 28일 당일에 열리는 이번 공연은 더욱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10월 29일(수)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체코와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수를 아우르는 두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안토닌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는 1896년 드보르자크가 체코 필하모닉의 첫 공연을 직접 지휘했던 인연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오케스트라와 가장 깊은 유대를 이어가는 레퍼토리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오는 10월 세계적 거장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유려한 선율과 감정의 농도가 짙은 작품으로, 체코 음악 특유의 인간적인 서정과 고전적 균형을 동시에 보여준다.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첼리스트 한재민이 협연을 맡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공연의 대미는 표토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 장식한다. 운명과 삶의 비극적 아름다움을 그린 이 작품은, 차이콥스키 해석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비치코프의 지휘 아래 체코 필하모닉의 농밀하고 견고한 사운드로 완성된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번의 무대 모두 체코 필하모닉의 음악적 정체성과 유럽 낭만주의의 정수, 그리고 현대적 해석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악단의 선율과 비치코프의 탁월한 리더십이 그려내는 이번 내한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국가와 예술, 시대와 문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음악적 서사가 될 것이다.
10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7월 30일(수) 오후 3시부터 예술의전당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선예매가 시작되며, 31일(목) 오후 3시부터는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한편 10월 29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7월 30일(수) 오후 2시부터 롯데콘서트홀 빈야드 회원 대상으로 선예매가 진행되며, 다음날 오후 2시부터는 롯데콘서트홀 및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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