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임기 동안의 캐치프레이즈를 ‘홉페라(Hopera·Hope+Opera)’로 정했습니다. 관객에게는 팍팍한 현실을 이기며 살아가는 희망을 주고, 아티스트에게는 꾸준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오페라 단체로 성장하겠다는 저희들의 희망찬 목표도 넣었고요.”
국립오페라단 최상호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이 내년에 더 많은 오페라를 무대에 올려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선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비전을 ‘홉페라, 심장에 희망을 품다’로 정했다며, 공연·교육·운영 부문에서 각각 ‘외연 확장’ ‘선택과 집중’ ‘글로벌 스탠더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지금까지 1년에 4편 정도의 작품을 공연했는데 2024년에 6편, 2025년에는 최대 8편으로 제작 편수를 늘려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라며 “전체 예산을 절약하고 절약해서 여섯 작품을 만들었는데 앞으로 문체부와 협의해 예산을 더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공연 라인업 6편을 미리 공개했다. 상반기 조아키노 로시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을 시작으로 벤자민 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를 공연한다. 하반기엔 지역 극장과 협업해 2020년 첫 선을 보인 전예은 작곡가의 창작오페라 ‘레드슈즈’를 업그레이드해 색다른 무대로 꾸민다. 또한 리하르트 바그너의 ‘탄호이저’를 신작으로 꾸미고, 지아코모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2021년 초연한 ‘서부의 아가씨’를 재공연한다.
최 단장은 “2024·2025년 프로그램에서부터 국립오페라단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며 “바그너의 클래식한 작품부터 브리튼과 코른골트의 현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작정 작품 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여러 시대, 여러 장르별로 중요한 작품을 공연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 공공 단체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 오페라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리만의 오페라가 무엇인지 해외 관계자들이 물을 때마다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었다”며 “매해 1편씩 창작오페라를 선보여 10년 안에 한국을 대표할 창작 오페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예술단체 최초로 도입한 공연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를 적극 활용해 콘텐츠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국립오페라단 공연을 지역 10곳의 문예회관 등에 동시 송출해 국내 전역에서 실시간으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며 “국내 유수의 미디어 플랫폼 기업과 손잡고 국립오페라단이 축적해온 VOD의 유통·배급에도 힘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연영상 콘텐츠를 지역으로, 가정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페라 저변 확대와 국민의 예술 향유에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다.
교육 부문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예고했다. 특히 성악 인재 육성을 위해 운영해오던 ‘KNO 스튜디오’를 더욱 정교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25명을 선발해 약 5개월간 오페라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국립오페라단 정기 공연의 언더스터디 역할을 부여하는 등 제작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왔던 것에서 인원 확대를 통한 집중적인 트레이닝 및 다양한 무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페라단의 운영과 관련해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국제 기준에 발맞추기 위해 코로나로 잠시 멈췄던 해외극장과의 교류를 재개하고, 공연 영상 제작에 노하우가 있는 해외 극장 및 기업과의 교류를 통해 선진화된 공연 영상 제작 기술을 배워 질적 발전을 도모할 예정이다.
최 단장은 “국립예술단체로서 그에 걸맞은 다양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다. 또한 가지고 있는 역량에 비해 활동 기회를 갖기 어려웠던 젊은 성악가들을 위해 연습할 수 있는 환경,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 재능을 펼칠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테너 출신인 최 단장은 지난 2월 13일 국립오페라단 단장에 취임했다.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카를스루에 음악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2002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오페라단, 카셀 국립오페라단, 라이프치히 국립오페라단 전속 솔리스트로 12년간 활동했다. 스위스, 핀란드,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활발히 연주 생활을 하다 200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교수로 임용된 후 23년간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임기는 2026년 2월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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