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리뷰] “사실 틀렸다”...앙코르곡 ‘이히 리베 디히’ 두번 연주한 함신익과 심포니송

임주희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선사
밝고 희망찬 교향곡 7번으로 창단 9주년 축하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7.10 16:11 | 최종 수정 2023.07.10 16:13 의견 0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연주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함신익 지휘자가 뒤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심포니송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피아니스트 임주희는 2000년에 태어나 아홉 살 때 야마하 리틀 피아니스트 리사이틀로 데뷔했다. 그리고 그해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초청으로 ‘러시아 백야의 별 페스티벌’에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네 번 협연했다. 이런 엄청난 데뷔로 주목 받았다. 게르기예프뿐만 아니라 정명훈 등 세계적 거장들과 일찍부터 협연을 한 덕분에 오랫동안 ‘천재소녀’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이제 스물세 살. 임주희가 한층 더 성숙한 음악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함신익 오케스트라 심포니송의 ‘마스터즈 시리즈 VI’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려줬다. 노랑 드레스를 입고 나온 그는 망설임 없는 과감한 표현으로 그만의 풍성한 감성을 잘 드러냈다.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를 마친 뒤 앙코르를 연주하고 있다. ⓒ심포니송 제공


“언제나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때면 작곡가가 처했던 상황에 대한 연구가 우선시 되곤 합니다. 불우한 가정사, 예기치 못한 질병, 경제적 몰락과 사랑의 상실 등 베토벤의 삶은 위기와 역경으로 점철돼 있지만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위기와 역경으로 인해 그의 음악이 빛나는 것처럼 음악을 통해서 그가 우리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제가 청중들을 그의 음악에 자신 있게 다가가게 해줄 수 있거든요.”

정말 그랬다. 임주희는 관객들을 베토벤 음악으로 이끄는 충실한 가이드 역할을 수행했다. 군대 행진곡 리듬과 하모니를 이뤄 화려한 카덴차를 풀어 놓았고(1악장), 현악 파트와 호흡을 맞춰 가슴 울리는 서정적 선율을 쏟아냈다.(2악장) 그리고 절망을 딛고 힘차게 뛰어 오르는 모습을 담아냈다.(3악장)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멋지게 완성했다.

함신익과 심포니송이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심포니송 제공


이어 함신익과 심포니송은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했다. 1악장은 밝고 명랑했다. 2악장은 초반에 첼로, 더블베이스, 비올라의 묵직한 울림 후 바이올린이 가세하는 풍경이 인상 깊었다. 3악장은 익살스러운 선율이 돋보였고, 4악장은 놀라운 스피드를 보여줬다. 환희의 선율이다.

연주를 마친 뒤 함신익 지휘자는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준 베토벤에게 감사하다. 평생 우려먹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심지어 저작권도 없다”며 악성의 위대한 업적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사실 오늘이 심포니송 창단 9주년이다. 저희 사무실과 연습실이 세 들어 있는 건물의 경비 아저씨가 최근 그만뒀다. 그 분이 ‘지난 8년간 연습실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힐링이 많이 됐다’며 ‘저도 작은 돈이나마 후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민간 오케스트라에 더 많은 후원을 에둘러 요청한 것이다.

심포니송은 앙코르로 베토벤의 가곡 ‘Ich liebe dich(당신을 사랑해)’를 관현악 버전으로 들려줬다. 더없이 아름다웠는데, 지휘를 마치고 잠시 퇴장 했다 들어온 함신익 지휘자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고백을 했다. “사실 틀렸다. 다시 한 번 더 하겠다”라며 똑같은 곡을 다시 되풀이했다.

첼로와 바이올린이 번갈아 가며 솔로파트를 연주하는 주제선율을 연주할 땐 감동이 밀려왔다. 사랑한다는 말을 두 번 들은 셈이니 이것도 드라미틱한 콘서트의 재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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