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그리움도 행복이어라(탁계석 시·한지영 곡·바리톤 송기창·소프라노 임청화)

손영미 객원기자 승인 2023.07.10 16:43 | 최종 수정 2023.07.10 16:47 의견 0
탁계석 시·한지영 곡의 ‘그리움도 행복이어라’는 아팠던 사랑도 다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살아내게 하는 힘을 줍니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7월 휴가철이 왔습니다. 푸른 바다로 산으로 휴양지를 찾아 떠나는 시간! 우리들 마음 안에도 한가득 그리움과 설렘을 안고 활기를 더해 갑니다. 오늘은 우리 안에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행복한 휴가를 그리며 의연히 여름 시즌을 맞이해보겠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곡은 탁계석 작시, 한지영 작곡의 ‘그리움도 행복이어라’입니다. 울긋불긋 파라솔이 펼쳐진 바닷가 외딴 섬에는 소소한 그리움조차 행복이 되는 시간입니다.

세월의 강 저 건너 그리움이 그리움이 홀로 서있네
가까이 다가가 안으려 해도 그대는 잡을 수 없는 물결이어라
내 맘속에 내리는 사랑의 그리움도 이제는 행복이어라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나의 그리움 행복이라면 그대의 그리움도 행복이 되어
어느 세월의 바람결에서 우리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내 맘속에 내리는 사랑의 그리움도 이제는 행복이어라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시속에서 느끼는 그리움은 세월의 강 속에서 이제는 그 그리움마저 행복이 되어버린 사랑입니다. 시간은 무섭게도 우리들의 절망도 그리움도 모두 삼켜 버리고 갑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다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살아내게 합니다. 현재 우리들의 애달픈 사랑도 언젠가 아련한 그리움이 되고 행복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 무수한 날들을 지나 우리들의 조급한 사랑도 그때는 조금은 성숙되어 있겠지요. 시인의 말처럼 그리움도 행복이 되어서.

다음은 작시가 및 작곡가 이력을 살펴보겠습니다. 작시가 탁계석은 음악평론가며 시인입니다.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서울 시립합창단 창단 멤버로 단원이었고 성음 레코드사에서 클래식 담당 부서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후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한국예술비평가협회 회장, KBS FM 콘서트홀 진행, 우리 아버지합창단 발족, 그리고 가곡 50여 곡을 창작했고 오페라 대본, 칸타타 8개 작품의 대본을 썼습니다.

2012년 K-Classic 조직위원회를 발족해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세계 100인 지휘자를 명예감독으로 위촉하는 등 창작과 비평, 문화 정책에서 왕성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곡가 한지영은 경희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청주대 대학원에서 작곡 석사 학위 취득 후 한성대, 청주대 등에서 출강하였습니다. 한국작곡가회 이사, 한국예술가곡연합회 사무총장, 한국동요문화협회 부대표, 한국아동음악연구회 간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우리 가곡의 날 기념사업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한지영 동요집과 가곡 ‘청산은’ ‘첫 만남’ ‘한 잎의 그리움’ ‘아내에게’ 등이 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의 꿈’ ‘예쁜 둘레길’ ‘난 네가 참 좋아’, 고등학교에는 ‘청산은’ ‘희망으로’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탁계석 시인으로부터 창작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흰 눈밭으로 사슴이 떠난 듯 가슴에 아련히 남았다. 그녀가 말없이 떠나서 그랬을까? 몇 해가 지나고 정말 우연히도, 생각지도 않게 콘트라베이스 게리 카의 연주가 있던 날 공연장에서 만났는데 서로 눈만 바라볼 뿐 아무 말을 건네지 않고 헤어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어느 날 ‘세월의 강 저 건너 그리움이 그리움이 홀로 서있네. 가까이 다가가 안으려 해도, 그대는 잡을 수 없는 물결이어라’ 나도 모르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의 대부분의 시나 가사가 그러했듯이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역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썼다. 이후 블로그에 올려놓고 잊어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대학 후배인 한지영 작곡가를 어느 가곡 콘서트에서 만났다. 이미 나의 작시가 여러 작곡가에 의한 작품들이 불리고 있는 터라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겸연쩍게 말을 건넸다. 내가 써 놓은 가사가 하나 있는데 써보겠느냐고? 그래서 이메일로 보내고 나온 곡이 이렇게 동호인들의 애창곡이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 곡을 들을 때면 나는 행복해진다. 서로의 안녕을 빌듯 비록 만나지는 못해도 가슴에 품고 있으니까. 이미 내 마음속에서 그리움이 외로움이 아니라, 행복이 되었으므로”

작시가로부터 노래가 된 사연을 들으니 스치고 지나간 짧은 인연이었지만 오래도록 가슴 한 켠을 적시는 아름다운 사랑이자 그리움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에서 소소히 파고드는 인연으로 간혹 삶의 향기를 느낍니다. 때로는 그 사랑이 신기루 같고 한낱 꿈같이 지나가고 없지만 가슴속을 오래도록 채워주는 온기가 된 사랑입니다.

다음은 바리톤 송기창의 음성으로 ‘그리움도 행복이어라’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의 그리움은 어느 별에서 정착하였을까요.

‘과거는 낯선 나라다’를 쓴 영국의 데이비드 로웬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향수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재에 대한 대안으로 이용된다”라고.

삶이 고달플수록 과거에 매달리는 형상이기도 합니다. 그렇듯 우리에게 과거 추억이라는 것은 항상 오늘보다 행복했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연이어 여성 소프라노계 잔 다르크라 불리는 임청화의 그리움까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나의 그리움이 행복이라면~~~ 그대의 그리움도 행복이 되어~ 한여름 홀로선 그리움들이 모두 다 슬픔이 아닌 행복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럼, 노래 들으시며 내 안에 그리움은 어느 빛깔 인지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속에서 내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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