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음악부터 재즈까지 ‘자유로운 나’ 보여준다...이고르 레비트 두번째 내한 리사이틀

11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허쉬 ‘무언가’·리스트 ‘소나타’ 등 연주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8.22 13:29 | 최종 수정 2023.11.15 13:35 의견 0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가 오는 11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빈체로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는 스스로를 ‘시민’, ‘유러피안’, 그리고 ‘피아니스트’라는 세 가지 중심 자아로 규정 짓는다. 소신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내보이고, 음악을 통해 질서에 저항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21세기 시민이자 음악가인 것이다.

아무도 무대에서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2020년 5월 말의 팬데믹 시기, 레비트는 네 줄의 악보를 840회 반복하는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짜증)’을 약 15시간 동안 연주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 30분까지 15시간 30분간이 걸렸다. 그는 화장실을 두 번 다녀왔고 피아노 옆에는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거리가 있었다.

절망과 좌절의 중심에서도 멈추지 않겠다는 레비트의 진심이 세계인을 압도했고, 무엇도 해낼 수 없는 사회의 일원이자 개인으로서 본인의 한계까지 내달리고 외치는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을 ‘소리없는 비명(Silent Scream)’이라 칭하며, 그저 어떠한 의도적인 목적도 없이 묵묵히 참선하듯 앞으로 나아갔다.

수수하고 평범한 검정 일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레비트에게는 위의 이야기처럼 그만의 특별함이 있다. 모든 예술가처럼 그에게도 극찬과 혹평이 공존하지만, 결국 세상을 읽는 레비트만의 색다른 시야가 모두를 매료시킨다.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가 오는 11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빈체로 제공


레비트가 한국에서 두 번째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11월 21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된다.

올해의 내한 독주회는 작년의 베토벤 소나타 프로그램(8번·17번·21번·25번)과는 또 다른 매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레비트를 조금 더 내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브람스·부소니의 ‘여섯 개의 합창 전주곡(Op.122)’,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오래 활동한 프레드 허쉬의 ‘무언가(Songs without Words)’, 바그너·코치시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그리고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S.178)’를 들려준다.

낭만음악부터 재즈음악까지 넘나드는 자유로움은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인데, 이는 레비트가 얽매임 없이 스스로의 중심으로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공연장을 찾아오는 모든 분들도 이 자유로움을 통해 레비트의 세계 한 가운데로 기꺼이 함께 뛰어들 수 있으리라.

서울 예술의전당 외 공연장에서는 11월 22일(수) 강동아트센터에서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30, 31, 32번으로 또 한 번의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이번 공연 티켓은 8월 24일(목) 오후 3시부터 예술의전당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한 선오픈이 시작되며, 25일(금) 오후 3시부터 인터파크와 예술의전당을 통해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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