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 픽콘서트] 연출·안무 돋보인 ‘막델레나’...무용극 같은 참신 오페라

예술감독 그레이스조·연출 김혜성 환상콤비
​​​​​​​뉴아시아오페라단 국내 초연에도 높은 점수

손민수 객원기자 승인 2023.10.09 21:22 의견 0
뉴아시아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프로코피예프의 ‘막달레나’의 한 장면. ⓒ뉴아시아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막달레나’(이번 공연에서는 러시아어 발음을 살리기 위해 ‘Maddalena’를 ‘맛달레나’로 표기했지만, 이 글에서는 표기법을 따라 ‘막달레나’로 표기한다)는 단막 오페라로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911년 20세에 작곡한 작품으로 프로코피예프의 다섯 번째 오페라다.

그는 8세에 첫 오페라 ‘거인(The Giant)’을 작곡할 정도로 오페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막달레나’는 오페라 장르에서 프로코피예프가 작품 번호를 붙인 첫 작품으로 13번을 부여했다. 19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재학 중 작곡했고 오케스트레이션을 1장만 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었다.

다음 해인 1912년 음악원에서 무대에 올리고 싶어 니콜라이 먀스코프스키에게 보여주었고 “화산 같은 기질과 힘이 놀랍다”는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음악원으로부터 음악의 어려움이 아닌 대본의 많은 상징적 표현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1918년 프로코피예프는 러시아를 떠났고 악보는 모스크바 출판사에 맡겨졌다. 이후 먀스코프스키가 프로코피예프의 히트작인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Loves for Three Oranges)’를 본 후 악보를 수집하게 됐다.

이후 프로코피예프가 러시아로 돌아왔을 때 악보는 파리에 남겨졌고 1960년 런던의 Boosey & Hawkes 출판사가 악보를 가지게 됐다. 프로코피예프 사후 부인인 리나 프로코피예프는 에드워드 다운즈에게 연주 버전을 요청했다.

사후 28년이 지난 1981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다운즈의 지휘로 초연됐다. 이러한 사유로 ‘막달레나’에서 사용된 오케스트레이션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막달레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 ‘피렌체의 비극’을 바탕으로 프로코피예프가 마그다 구스타보브나 리벤-오를로프(필명 배론 리벤)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대본을 작성했다.

뉴아시아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프로코피예프의 ‘막달레나’의 한 장면. ⓒ뉴아시아오페라단 제공


줄거리는 1400년께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벌어진 남녀의 뜨거운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막달레나는 예술가 제나로와 결혼했지만 제나로의 친구인 연금술사 스테니오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스테니오는 제나로에게 자신을 유혹한 신비한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막달레나를 자신의 유혹자로 지목한다. 이후 남편 제나로와 친구 스테니오는 서로 죽이게 된다. 스테니오는 죽으면서 막달레나에게 자살을 권유한다. 그러나 막달레나는 두 시신 중 자신이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한다. 막달레나는 주위에 도움을 청하며 낯선 사람이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고 주장한다.

9월 1일과 2일 부산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에서 공연했는데 두 번째 공연을 감상했다. 이번 공연은 제1회 부산소극장 오페라 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공연 시작을 알리자 해설가로 베이스 황상연이 홀로 노래하며 등장했다. 그는 프로코 피예프 자아로 변신해 한국에서 초연되는 작품에 대해 간략한 해설을 했다. 처음 선보이는 낯선 작품이라 관객을 위한 좋은 선택이었다.

짧은 서주에 이어 바로 막달레나가 등장해 노래를 시작했다. 이 공연의 특징은 낯설지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분이 있었다. 각 주요 등장인물과 배역에 해당하는 무용수의 등장이었다. 이경은 안무의 리케이 무용단 무용수들은 각기 오페라 배역의 이야기를 몸짓으로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나갔다. 소극장이기에 오케스트라 피트가 없어 모든 자리 배치가 눈에 띄었다. 한 가지 무대 앞에 의자 3개가 놓였는데 여기에 막달레나가 초반부를 노래하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이후 제나로와 스테니오도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극 중 조연인 젬마, 로메오, 합창은 오프 스테이지로 무대에 등장하지 않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출연시켜 무대를 채웠다. 뭔가를 기대하게 하는 김혜성의 연출이 돋보였다. 언어적·음악적 어려움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찾다 보니 무용수들에게 이야기의 흐름을 맡기고 가수들은 음악의 일원이 된 무용극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이 오페라는 막달레나, 제나로, 스테니오 이렇게 세 명이 이끌어 간다. 이들은 앉았다가 가끔 일어나 연기와 노래를 병행한다. 노래와 오케스트라에 집중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 필자의 시선은 무용수들에게 가 있었다. 음악은 온전히 무용수들을 위한 반주처럼 보였다. 여기서 연출자의 확실한 의도가 보였다.

뉴아시아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프로코피예프의 ‘막달레나’의 한 장면. ⓒ뉴아시아오페라단 제공
뉴아시아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프로코피예프의 ‘막달레나’의 한 장면. ⓒ뉴아시아오페라단 제공


일반적 공연과 다르게 스탠딩 공연을 접목하다 보니 자칫 낯선 노래가 어려울 수 있기에 최대한 시선을 무용수들에게 가게끔 연출을 했다. 오페라와 무용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가 좋았다. 소극장이다 보니 무대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또 다른 극음악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노래 파트는 정말 까다로운 음정이었는데 주역인 소프라노 김희정의 안정적인 음정과 소리, 그리고 테너 조중혁의 깔끔한 음색과 바리톤 김기환의 성숙한 소리는 음악의 합을 이루기에 충분했다.

이번 공연은 초연이고 낯선 러시아어의 작품이다 보니 자막이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시제와 인칭이 잘못된 곳이 많아 자막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껴 아쉬웠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소규모 현악기와 1관 편성과 엘렉톤을 사용하다 보니 사운드와 악상에 있어 문제점이 보였다.

이 공연은 부산에서 민간 오페라단들이 모여 만든 첫 소극장 오페라 축제를 개최한 공연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조직위에서 예산을 줄이기 위해 지휘자 박성은이 이끄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모든 작품을 연주했다. 소극장 공연이라 해도 각각의 작품마다 그 작품의 특색에 맞게 편성을 하는 것이 맞는 일인 것을 하나의 오케스트라 팀으로 동일 편성, 모든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실수로 보였다. 오히려 ‘막달레나’는 제대로 된 편성이 아니라면 현과 엘렉톤만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엘렉톤만으로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그레이스조 예술감독이 이끌고 있는 뉴아시아오페라단에서 제작한 이번 오페라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다시 보고 싶은 김혜성의 연출이 녹아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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