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 픽콘서트] ‘머나먼 빛’ 국내초연인데 초연 아닌 듯...내일이 더 기대되는 베르누스 무지카
체임버오케스트라 ‘봄의 음악가들’ 성공적 창단연주회
차이콥스키 ‘플로렌스의 추억’ 밀도 있는 사운드 감탄
손민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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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2 10:03 | 최종 수정 2023.10.0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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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베르누스 무지카(Vernus Musica) 창단연주회가 지난 6월 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최혁재가 지휘봉을 잡았고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가 협연했다. 베르누스 무지카는 ‘봄의 음악가’라는 뜻이다.
첫 번째 연주곡은 페테리스 바스크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머나먼 빛(Distant Light)’. 국내 초연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의뢰로 작곡됐다. 바스크스는 라트비아 출신으로 ‘빛’이라는 단어 사용을 좋아하고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작곡가다.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아르보 패트르와 종종 비교된다.
김응수는 바이올린 솔로로 글리산도 되는 음을 트릴과 함께 연주를 시작한 뒤 바로 하모닉스로 전환했다. 튜닝 후 바로 시작해 미처 관객들이 시작되는지 모르는 상황도 생겼다.
협연자 김응수는 매우 여유롭고 편안하게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콜 레뇨(col legno·활대로 연주)로 금속의 소리를 연출하며 미지의 세계에서 오는 것을 표현했다. 이어 솔로 바이올린이 브릿지 위에서 네 개의 현을 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기법으로 신비로움을 표현하며 시작되고, 솔리스트의 즉흥연주에 가까운 글리산도를 사용한 부분을 지나 점차 사운드가 채워졌다.
이후 수시로 나오는 변박자를 통해 바이올린의 섬세한 멜로디가 이어지고 점차 사운드를 채우다 세 개의 카덴차 중 첫 번째 카덴차에 이르렀다. 지난 연주에서도 느꼈지만 김응수는 초연임에도 흔치 않은 정확한 음정과 테크닉으로 무대를 지배해 나갔다.
최혁재는 지휘봉 없이 지휘했는데 매우 절제된 동작으로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했고 중간 카덴차 부분에서 솔로의 악보를 넘겨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반면 오케스트라는 초연곡이라 그랬는지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혹 리듬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혹 지휘자가 지휘봉을 사용했으면 좀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곡에 비해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나?’라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곡의 후반부는 가장 길고 비르투오적인 세 번째 카덴차가 끝나며 오케스트라의 저음 파트부터 반복되는 마디를 층층이 쌓아가며 솔로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극대화 시키며 왈츠로 넘어갔다. 이후 곡의 처음과 반대로 사운드가 약해지며 시작과 반대의 상태로 연주를 마쳤다. 국내 초연인데도 초연이 아닌듯한 소리를 들려줬다.
김응수는 앙코르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1번 1악장 아다지오를 특유의 섬세함으로 연주했다.
이어진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Souvenir de Florence)은 단원들의 자리 이동이 있었고 전반부와는 다르게 표정들이 밝았다. 단원들이 추천한 곡이라 그런지 연주하는 동안 훨씬 자신감 있는 표정과 동작을 보여주었다.
지휘자 또한 전반부와 다르게 지휘봉을 사용하며 과장되지 않은 동작을 통해 연주를 이끌어 갔다. 새로운 단원들을 모아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사운드를 뽑아내는 것이 쉽지 않으나 최혁재는 연주자들을 믿고 있는 모습으로 지휘하며 처음 모인 오케스트라로 생각할 수 없는 밀도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최혁재 지휘자는 베르누스 무지카의 창단 이유가 “명성을 얻은 연주자 외에도 좋은 연주자들이 많은데 그들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들을 찾아 연주하고 싶었다”고 했다. 잠깐의 짧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번 연주를 통해 베르누스 무지카의 목표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자주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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