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왜 ‘베토벤의 진실게임’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지 궁금했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제75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6월 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공연 시작 전 10분이 넘게 친절한 설명을 해줬다. 간단한 곡 해설도 곁들여 도움이 됐다. 바이올린 정준수·김진승·김은식, 비올라 김혜용, 첼로 김호정·허철, 플루트 이주희·이인, 바리톤 이규석, 피아노 정영하가 무대에 섰다.
첫 연주곡은 베토벤의 마지막 작품인 ‘현악사중주 16번 F장조(Op.135)’였다. 보통 현악사중주는 작곡가들의 특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곡으로, 13번 현악사중주와 함께 베토벤이 생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초연은 베토벤 사망 1년 후에 이루어졌다. 첫 시작이라 모두 긴장을 한 탓인지 조금 거친 느낌이 들었으나 갈수록 점점 안정적이 연주로 잘 마무리 했다.
두 번째 곡은 베토벤이 1816년에 작곡한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An die Ferne Geliebte Op.98)’로 연가곡의 시초라 할 수 있다. 1815년 21세의 알로이스 야이텔레스라는 의사가 쓴 시로 노랫말을 삼았다.
6개의 내용을 각각 독특한 분위기로 담아냈다. A플랫 장조로 시작돼 서로 다른 조성과 박자로 표현하며 피아노 간주의 변화로 6개의 곡을 연결했다. 또한 1곡의 주제를 마지막 6곡에 다시 사용하는 베토벤의 기법이 나타나 있다. 이번 연주에서는 C장조로 편곡된 악보를 사용했다.
곡이 시작되면서 바리톤의 첫소리를 듣고 편안해졌다. 절제된 소리와 표현 그리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안정적 템포로 노래했고 반주 또한 무난했다. 3곡에서는 리타르단도를 리테누토처럼 연주해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한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다. 6곡 안단테 콘 모토라는 일정한 템포보다는 칸타빌레에 조금 더 치중된 연주였다. 필자가 기대한 박자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박자와 칸타빌레 사이의 외줄 타기를 하듯 끌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곡의 테마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도입과는 다른 소리를 들려주며 첫 소절부터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세 번째는 1792년에 작곡돼 친구 데겐하르트에게 헌정된 ‘두 대의 플루트를 위한 2중주 G장조’로 베토벤이 죽은 뒤 출판됐다. 구성은 알레그로와 미뉴에트A 두 악장으로 돼있다. 이번 연주에서는 원본 악보가 아닌 다른 악보를 사용한 듯했다. 8분음표의 패시지들을 텅깅이 아닌 슬러로 표현된 부분이 많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두 플루트 연주자는 단순한 구성의 곡을 서로를 의지하며 아름다운 소리를 무난히 들려주었다.
마지막 네 번째 연주된 곡은 ‘피아노 삼중주 7번 내림B장조(Op.97)’. 일명 ‘대공(Achhduke)’이었다.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돼 대공 삼중주라고 불리며, 1811년에 작곡돼 1814년에 초연됐다.
피아노 트리오답게 피아노가 중심이 되어 전체를 이끌어갔다. 1악장은 피아노가 주제를 연주하며 시작되며 이를 중심으로 바이올린과 첼로가 선율을 잇고 화성을 보완한다. 종종 도돌이표를 연주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번 연주에서는 도돌이표를 통해 첫 시작과 조금 다른 색채를 보여주는 연주자들의 노련함이 보였다.
2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에서는 반음계를 사용해 새로운 느낌을 묘사했다. 연주자들은 그것을 잘 표현한 듯했다. 또한 3악장 칸타빌레는 테마 부분에서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노래를 들려주어 잠깐 다른 세계를 생각할 수 있었으며 변주 부분에서는 그 나름의 특징을 묘사했다.
쉼 없이 바로 이어지는 4악장의 도입이 살짝 아쉬운 감이 들었다. 피아노의 페달 탓이었을까?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오히려 조금 간결하고 경쾌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마지막 프레스토에서는 피아니시모로 시작되는 빠른 패시지와 긴 크레센도 등 연주자들의 원숙함이 느껴졌다. 여차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 곡을 그들만의 대화와 원숙함과 노련미로 몰입하게 만드는 연주였다.
오래된 역사의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 한국 실내악에 있어 더욱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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