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1부에서는 피아노 협연자로, 2부에서는 지휘자로. 세 번째로 서울시립교향악단 포디움에 서는 김선욱이 이번엔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동시에 선사한다. 이미 두 차례 서울시향과 케미를 뽐냈기 때문에 한결 더 깊이 있는 음악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향은 오는 26일(목) 롯데콘서트홀에서 ‘김선욱의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를 개최한다. 2007년부터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은 최근 경기필하모닉의 차기 음악감독에 선임돼 내년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다.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런던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으며 작년 10월에는 서울시향과 함께 유럽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끝마친 바 있다.
또한 2022년 8월에는 광복 77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서울시향의 첫 지휘봉을 잡았으며, 4개월 뒤에는 낙상사고를 당한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전 음악감독을 대신해 ‘대타 지휘자’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생애 처음으로 지휘해 주목을 받았다.
26일 공연은 모차르트 협주곡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시작한다. 1785년 모차르트가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완성한 지 한 달 만에 작곡한 곡으로 자신이 개최하는 ‘예약 연주회’에서 직접 연주하기 위해 이 곡을 썼으며, 본인의 독주 협연으로 초연됐다.
독주자의 기교를 과시하면서도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의 앙상블과 실험적인 조성의 변화가 돋보인다. 21번 2악장이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 주제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곡은 총 3악장으로 경쾌하고 화창한 분위기의 1악장과 우수에 젖은 2악장이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피날레에서는 피아노가 카덴차에 도달하고 비상하듯 상승 음계로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특기 작품 중 하나로 김선욱이 지휘와 피아노를 동시에 연주해 청중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과 ‘장미의 기사’를 연주한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중 두 번째 작품인 ‘죽음과 변용’은 ‘아주 높은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던 한 예술가의 죽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곡 동기에 걸맞게 죽음을 앞둔 인간의 물리적·심리적 변화를 밀도 높게 묘사하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죽음과 마주한 병자의 모습을 ‘라르고(Largo)’로 표현하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과 찬란했던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며 죽음 뒤의 세계를 묘사하는 서사구조로 음악이 전개된다.
한편 교향시와 더불어 오페라 장르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기존의 ‘엘렉트라’와 ‘살로메’와는 달리 유쾌하고 재치 있는 모차르트의 희극 같은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던 슈트라우스의 의지가 투영된 작품이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자주 무대에 오르며 슈트라우스 최고의 흥행작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유쾌 발랄한 풍자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한 감미로운 왈츠와 매혹적인 노래들이 큰 인기를 얻으며 콘서트 버전의 오케스트라 모음곡으로 재창조됐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슈트라우스 특유의 색채감과 독창성이 풍부하게 담긴 작품으로 3막의 ‘광란의 왈츠’와 2막의 ‘오크스 남작의 왈츠’ 등 인기가 높았던 두 편의 왈츠를 포함해 오페라에 사용된 노래와 음악으로 구성하고 있다.
김선욱은 지휘자로서 서울시향과 만나는 소감을 “서울시향은 굉장히 유연하고 유려한 오케스트라다. 무대의 중압감을 즐기는 연주자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설명을 덧붙였다.
“모차르트 음악은 그 자체로 투명하고 순수하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을 위해서는 오선지에 있는 음표를 다 잊어버리고 첫 마디부터 음악을 그려 나가야 그 순간에 존재하는 생명력 있는 모차르트를 그려낼 수 있다. 보통 음악은 듣는 거지만 슈트라우스 음악은 시각적인 효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악보를 깊게 들여다볼수록 작곡 기법이 모차르트만큼 자연스럽다. 청중도 슈트라우스 음악 특유의 근사한 맛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선욱 실내악 무대도 선사...프랑크 피아노 오중주 연주
한편 서울시향은 28일(토) 오후 5시 세종체임버홀에서 김선욱과 함께 ‘2023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III: 영감’이라는 제목으로 실내악 정기공연을 선보인다. 슈베르트의 현악 삼중주, 모차르트의 플루트 사중주 1번, 프랑크 피아노 오중주를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프랑크 피아노 오중주를 협연하며, 새롭고 독창적인 해석으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슈베르트 현악 삼중주는 1816년 슈베르트가 교직을 그만두고 절친한 친구 프란츠 쇼버의 집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슈베르트의 기악곡 상당수가 미완성으로 끝났던 것처럼 1악장과 불완전한 2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이지만 슈베르트가 가진 음악적 비전을 담은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 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1악장은 서정적이고 온화하며, 소나타 형식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고 있다. 훗날 작곡한 현악 오중주같은 실내악 걸작들과 비교하면 수수한 작품이지만 사랑스러운 악상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어 연주되는 모차르트 플루트 4중주 1번은 작곡가가 같은 편성으로 남긴 네 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이다. 플루트에 3개의 현악기로 구성된 독특한 편성으로 단순한 형식에 플루트가 독주 파트의 선율을 구사하는 작은 협주곡 성격을 띠고 있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이루는 대조적인 사운드와 음색이 아름다운 밸런스를 이루며, 세 악장 모두 심오한 악상이나 까다로운 기교보다는 비교적 단순한 짜임새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프랑크의 피아노 오중주로 대미를 장식한다. 프랑크가 파리음악원 오르간 교수로 재직할 때 남몰래 사랑한 제자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담긴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1880년 열린 초연에서 이 곡을 헌정 받은 카미유 생상스가 피아노를 맡았다. 실내악 곡으로는 보기 드물게 하나의 주제가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전체 악장을 관통하는 ‘순환 주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전체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격렬하고 비통한 현악 주제로 시작해 피아노의 가슴 시린 선율이 이어지며, 차분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띠다가 격정적인 코다 변주를 보여주며 풍부한 사운드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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